
미국 연방대법원이 도널드 트럼프 정부의 이민자 강제 추방에 또다시 제동을 걸었다. 트럼프 정부가 18세기 제정된 '적성국 국민법'(AEA)을 동원해 베네수엘라 출신 이민자들을 심리 없이 강제 추방하려 들자 이를 중단해달라는 요청을 받아들이면서다.
17일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16일(현지시간) 미 연방대법원은 베네수엘라 이민자들을 대리해 미 시민자유연맹(ACLU)이 요청한 추방 중단 유지 요청을 받아들였다.
이어 "AEA를 적용해 이민자들을 추방할 수는 없다는 원고 측의 주장을 검토하라"며 해당 사건을 고등법원에 돌려보냈다. 고등법원의 판결이 나오고, 연방대법원이 상고를 심리할 때까지 이번 결정은 유지된다.
연방대법원은 이날 결정에서 트럼프 정부 실수로 추방된 미 합법 체류자 킬마르 아르만도 아브레고 가르시아의 사례를 언급했다. 이어 "추방 24시간 전 통보 및 이의제기 절차를 거치지 않는 것은 헌법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명시했다.
연방대법원은 지난달 19일 이들의 추방을 중지해달라는 ACLU의 긴급 가처분 신청을 인용, 추가 명령이 있을 때까지 연방정부에 AEA에 따라 구금된 베네수엘라인들의 추방을 금지한다고 명령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3월 베네수엘라의 갱단인 '트렌 데 아라과'(TdA) 소속 미국 내 조직원들을 검거, 추방하겠다며 AEA를 발동하는 포고령에 서명했다. 1798년 제정된 AEA는 전시에 미 정부가 미 시민이 아닌 외국인 등을 영장이나 재판 등 평시에 적용되는 통상적인 절차 없이 약식으로 검거해 구금, 추방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트럼프 정부는 TdA 조직원으로 추정되는 베네수엘라인 수백명을 추방했으며, 이들은 현재 엘살바도르 대테러 교도소에 수감됐다. 이들 중 상당수는 갱단과 관계 없으며, 미 정부에 이의를 제기할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이번 결정은 이들 이민자들을 신속하게 대대적으로 추방하려던 트럼프 정부에 큰 타격이라고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전했다.
대법원이 AEA를 동원한 트럼프 정부의 이민자 추방에 제동을 건 것은 이번이 두 번째다. 대법원은 지난달 7일에도 트럼프 정부가 AEA를 근거로 이민자를 추방하려면 당사자들에게 이의 제기 기회를 줘야 한다고 결정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루스 소셜에 "연방대법원이 우리나라에서 범죄자들을 내쫓는 것을 허용하지 않고 있다"며 "미국에 나쁜 날이자 위험한 날"이라고 반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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