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전쟁 부른 하마스 테러 목적은 '이스라엘-사우디 수교 저지'

  • 하마스, 입지 좁아질 것 우려해 테러 감행

이스라엘의 폭격으로 18일현지시간 포위된 팔레스타인 지역에서 연기가 피어오르는 모습 사진AFP·연합뉴스
이스라엘의 폭격으로 18일(현지시간) 포위된 팔레스타인 지역에서 연기가 피어오르는 모습 [사진=AFP·연합뉴스]

가자전쟁을 촉발한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2023년 10월 7일 테러는 사우디아라비아와 이스라엘의 수교를 막기 위한 전략적 행위였다는 분석이 나왔다. 미국의 중재로 사우디와 이스라엘 간 수교가 급진전되자 하마스는 자신들의 입지가 좁아질 것을 우려해 테러를 감행했다는 것이다.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7일(현지시간)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 지하터널에서 발견한 하마스 고위급 회의록을 토대로 이같이 주장했다고 보도했다.
 
WSJ가 검토한 문건에 따르면 당시 하마스의 가자지구 지도자였던 야히야 신와르는 팔레스타인 독립 국가 건설이라는 대의를 위해선 사우디와 이스라엘 간 수교를 저지하는 비상한 행동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테러의 목표를 “팔레스타인 대의를 위해 지역 균형에 전략적 전환을 가져오는 것”이라고 명시했다.
 
2023년 10월 2일자 하마스 정치국 회의록에 따르면 신와르는 “사우디와 이스라엘 간 국교 정상화 논의가 상당히 진전되고 있다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며 “이번 협상이 대다수 아랍권과 이슬람 국가들이 같은 길을 걷도록 하는 시발점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실제로 당시 이스라엘과 사우디는 미국의 중재하에 관계 정상화를 위한 이견을 상당히 좁힌 상태였다. 이스라엘은 이미 2020년 ‘아브라함 협정’을 통해 아랍에미리트(UAE), 바레인 등과 수교했다. 만약 사우디와도 외교관계를 수립하게 되면 중동지역에서 입지가 비약적으로 강화될 수 있었다.
 
이는 팔레스타인 국가 수립을 목표로 하는 하마스에게는 심각한 위협이었다. 하마스는 이전부터 아랍권과 이스라엘의 관계 정상화를 예의주시해 왔다. 하마스 군사 지도부가 작성한 2022년 8월 비밀 문건에서도 아랍권의 광범위한 관계 정상화 물결에 맞서 팔레스타인 대의를 지키는 것을 의무라고 규정한 바 있다.
 
심지어 하마스는 2022년 10월에는 아랍권과 이스라엘의 수교를 저지하기 위한 외교 담당 인력을 모집하는 구인 광고를 만들기도 했다.
 
또 2023년 9월에 작성된 문건에는 사우디와 이스라엘의 관계 정상화를 막기 위해 요르단강 서안과 예루살렘에서의 분쟁을 확대할 것을 권고하는 내용이 담겨있었다. 하마스는 이 문건에서 팔레스타인의 이익을 옹호하겠다는 사우디의 약속이 하마스를 무력화하기 위한 것이라며 강한 불신을 표명하기도 했다.
 
결국 하마스는 수교 저지를 위한 수단으로 테러를 감행했다. 하마스 테러에 격분한 이스라엘은 군사작전을 통해 가자지구를 폐허로 만들었고, 이는 아랍권의 분노를 촉발했다.
 
이에 사우디도 곧장 이스라엘과 수교 논의를 중단했고, 양국 간 관계 정상화는 아직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
 
사우디는 팔레스타인 독립 국가 수립이라는 전제조건이 충족되지 않는다면 수교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는 하마스가 오랜 기간 주장해온 핵심 요구 사항이기도 하다.
 
한편 WSJ에 따르면 하마스는 이스라엘군이 확보한 이 문건의 진위 여부에 대한 공식 확인을 거부했다. 다만 하마스 기록에 정통한 아랍권 정보 당국자들은 해당 문건이 진짜로 보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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