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가정의 달'이 '가정(假定)의 달' 된 사연

서울우유 54개 품목 평균 75 인상
    서울연합뉴스 이진욱 기자  서울우유협동조합은 지난 1일부로 가공유와 발효유 등 54개 제품의 출고가를 평균 75 인상했다고 밝혔다 54개 품목 중 가공유가 23개이고 치즈류가 18개 발효유 4개 생크림과 주스류 각 3개 버터 2개 연유 1개다 사진은 2일 서울 한 대형마트에 진열된 서울우유 가공유 모습 202552 
    cityboyynacokr2025-05-02 143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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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한 대형마트에 진열된 서울우유 가공유 모습 [사진=연합뉴스]

올해 5월은 이례적으로 '가정의 달'이 아닌 '인상의 달'로 기억될 조짐이다. 주요 식음료 업체들이 일제히 제품 가격을 올리면서다. 소비자들이 느끼는 체감 물가가 치솟을 수밖에 없다.

빙그레는 아이스크림 가격에 이어 이달부터 발효유 가격을 인상했고, 서울우유도 흰 우유를 제외한 54개 제품 출고가를 평균 7.5% 올렸다. 편의점에서 판매하는 매일유업 커피와 초콜릿 드링크 가격 역시 최대 200원 인상됐다.

농심은 신라면, 새우깡 등 주력 상품 17개 가격을 평균 7.2% 인상했고 오뚜기 역시 라면 27종 중 16개 제품의 출고가를 평균 7.5% 올렸다. 외식 물가 상승 속 가정간편식(HMR)이나 대형마트에서의 저가 간식에 기댔던 가계의 위기 의식이 높아지는 셈이다.

가공식품·유제품·라면을 넘어 저가 커피 프랜차이즈까지 인상 대열에 가세하고 있다. 빽다방은 22일부터 아메리카노(핫) 가격을 200원 올렸고, 카페라떼와 카라멜마키아토, 카페모카 가격도 모두 200원씩 올리기로 했다.

설상가상 치킨업계에도 비상이 걸렸다. 국내 닭고기 수입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브라질산 닭고기의 수입이 최근 중단되면서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가 수입한 브라질산 닭고기는 15만8000톤으로 전체 수입량(18만3600톤)의 86.1%를 차지했다. 이는 국내 닭고기 소비량 80만1600톤의 약 20%에 해당하는 물량으로,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다.

브라질산 닭고기는 국내산에 비해 절반 수준 가격으로 유통돼 중소형 치킨 브랜드나 대형마트의 순살치킨, 닭강정 등에 사용되고 있다. 실제로 마트에서 판매 중인 순살 제품 원재료명만 살펴봐도 '브라질산'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가격 경쟁력을 이유로 국내 치킨 시장 주요 공급원 역할을 해온 브라질산 닭고기 수입 중단이 장기화할 경우 가격 인상 압력은 불가피하다. 다시 말해 생필품 전반 가격이 오르는 가운데 치킨 가격까지 인상되면 가계 지출 여력은 더욱 쪼그라들 수밖에 없을 것을 보인다.

이런 상황일수록 정부 역할이 중요해진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제3국에서의 대체 수입 확대와 할당관세 적용 등으로 시장 충격을 최소화하겠다는 방침. 여기에 닭고기 수입 중단 장기화에 대비한 시나리오 등 선제 대응이 요구된다. 공급 차질이 치킨발(發) 물가 불안으로 확대되지 않도록 정부가 수급 상황을 긴밀히 모니터링하고 소비자에게 정확한 정보를 전달해야 한다는 뜻이다.

브라질산 닭고기 수입 중단 여파로 '치킨값 쇼크' 우려가 현실화한다면 올해 5월은 가정(家庭)의 달이 아닌 '만약에 가격이 오르면 어쩌지'라는 가정으로 고심만 깊어지는 '가정(假定)의 달'로 회자될지 모른다.
 
홍승완 산업2부 기자 사진아주경제DB
홍승완 산업2부 기자 [사진=아주경제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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