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은행 돈은 '쌈짓돈'?…주무부처도 아닌데, "괜찮다"는 국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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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김수지 기자

“정책대출 기금을 언제 줄지도 알려주지 않았다. 그렇다고 대출을 안 내줄 수는 없어 은행 재원으로 대출을 운영하는 상황이다. 이는 다른 은행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기금이 일찍 소진된 적은 있어도 이건 유례없는 일이다.”
 
은행 관계자들 사이에선 최근 국토교통부의 정책대출을 두고 이 같은 말들이 오가고 있다. 정책대출은 당초 정부 자금으로 운영해야 하는 상품임에도 사실상 은행이 과도한 책임을 떠맡고 있다는 불만이 새어 나온다.
 
은행이 영업점에서 취급하는 대출 상품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은행이 보유한 재원으로 이뤄지는 자체 대출과 금융 취약계층을 위해 국가 예산으로 운영하는 정책대출이다. 정책대출은 은행이 수탁기관으로서 단지 판매만 할 뿐 사실상 운영 주체는 정부다.
 
정책대출 상품은 다양한데, 현재 대부분은 국토부의 디딤돌(주택 구입), 버팀목(전세) 등과 함께 금융당국의 보금자리론 등이 차지하고 있다.
 
그런데 올해 들어 국토부의 정책대출이 모두 은행 자금으로 메워지는 상황이다. 정책대출에 대한 수요가 늘자, 여유 자금이 부족해지며 국토부가 이러한 조치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원래 국토부 정책대출은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운영하는 주택도시기금을 재원으로 한다.
 
국토부 측은 향후 이차(이자 차익) 보전을 해주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반응이지만, 은행권의 분위기는 다르다. 우선 국토부가 은행 등 금융기관의 주무부처가 아님에도 수탁기관에 불과한 은행 자금을 산하 기관처럼 활용하는 건 과도하다는 지적이다.
 
이와 함께 정책대출 취급 시 은행이 기회비용 상실 등을 감내해야 하는 점에 대해서도 불만이 크다. 정책대출에 들어가는  자금 만큼 은행은 대신 자체 대출이나 투자 등 다른 용도로 자금을 활용할 수 있는 기회를 잃게 된다. 또 금리가 낮은 정책대출로 인해 은행들은 역마진까지 생긴다고 말한다.
  
그럼에도 은행들은 자체 재원을 활용해서라도 정책대출을 계속 취급할 수밖에 없는 처지다. 정책대출 특성상 운영을 중단하면 이른바 ‘이자장사’로 돈을 벌어들인다는 비판 속 돈이 안 되는 대출은 취급하지 않는다는 지적을 피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정작 주무부처인 금융당국은 이러한 은행들의 상황에 소극적인 대응을 보이고 있다. 주무부처가 아니라고 해도 은행 입장에선 국토부의 요청을 거절하기 힘든 게 사실이다. 이에 당국이 좀 더 적극적으로 주무부처의 역할에 나서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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