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10년 만에 새로운 전기 맞는 한중 관계, 실리적 대중 정책 논의 필요

10년 전인 2015년 9월, 중국은 항일전쟁 전승절 70주년을 맞아 성대한 열병식을 치렀다. 당시 중국은 한국 대통령으로서는 처음으로 전승절 열병식에 참석한 박근혜 대통령에게 시진핑 국가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바로 옆에 자리를 배정하는 엄청난 호의를 선사했다. 이는 집권 초 친중 외교 기조를 선명하게 드러낸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선물로, 중국은 박 전 대통령을 통해 한국을 중국 쪽으로 끌어들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에 부풀어 있었으리라는 것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중국의 기대는 얼마 지나지 않아 물거품이 됐다. 바로 다음해 한국이 미국의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배치를 허용하면서다. 기대가 깨진 중국은 분노했고, 그간의 호의는 한한령이라는 보복으로 바뀌어 몇 배로 돌아왔다. 중국 정부의 직간접적인 압박 속에 한국 상품 및 서비스 불매 운동이 펼쳐졌고 중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은 각종 불이익에 직면했다. 물론 중국 정부는 한한령과 같은 조치는 없다는 입장이지만, 공식 발표만 없었을 뿐 중국 정부의 주도 하에 한국 기업과 상품 및 서비스에 각종 제재가 가해진 것은 여러 정황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사실 한·미 양국이 동맹인 상황에서 사드 배치 자체는 불가피한 측면도 있었다. 그러나 박근혜 정부가 당초 분명한 친중 기조를 드러내지 않았으면 중국의 보복이 이렇게까지 크지 않았을 수 있다. 실제로 중국은 똑같이 사드를 배치한 일본에게는 반대를 표명한 것 외에 뚜렷한 경제적 보복은 없었다. 다시 말해 대통령의 외교 정책 혼란으로 인해 굳이 입지 않아도 됐던 피해까지도 우리가 고스란히 뒤집어쓴 것이다. 2017년 산업연구원은 중국의 한국 여행상품 판매금지 조치에 따른 피해 규모만 최대 15조원에 달한다고 분석했다. 당시 한국 GDP의 0.8%에 달하는 수준이다.

이후 트럼프 1기부터 본격화된 미·중 경쟁 및 코로나19 등을 거치며 한·중 관계는 급전직하했고 그 여파는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10년이 지난 지금 한·중 관계는 새로운 전기를 맞이하고 있다. 한국은 내달 새 정부가 탄생하고, 중국은 9월에 전승절 80주년을 맞아 또다시 성대한 기념식을 준비하고 있다. 이후 10~11월에는 경주에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열리는 가운데 한·중 정상회담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때마침 중국에서는 일부 한국 연예인들의 공연이 허용되는 등 다소나마 한한령 해제 조짐도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새로 들어설 우리 정부의 대중국 정책은 어느 때보다 전략적 유연성이 필요하다고 할 수 있다. 트럼프 2기의 전 세계적인 관세 압박 속에 경제와 관련해 필요한 부분에서는 협력을 모색하되, 중국의 무력 위협 속에 안보 분야에서는 한·미 동맹과 맞물려 경계심을 갖는 실리적 외교가 절실하다. 유럽과 일본 등 전통적인 미국의 우방들 조차 중국과 경제 협력을 논의하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가 중국을 무조건 배척할 필요는 없다. 중국에 대한 개개인의 호불호와는 별개로 중국은 우리 바로 옆에 있는 강대국이고, 그만큼 우리는 중국의 영향을 크게 받을 수밖에 없는 위치에 있다. 

차기 정부는 윤석열의 위법·위헌 계엄으로 난장판이 된 우리 경제를 수습하는 동시에 트럼프의 압박에 대응해야 하는 험난한 환경 속에서 출발하게 된다. 중국과의 관계도 여러 측면이 얽혀 있는 만큼 단편적으로 접근하기는 어렵고 정·재계 모두의 중지(衆智)를 모아야 할 때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셰셰' 발언을 두고 친중이니 아니니 하는 소모적 논쟁보다 향후 대중국 관계에 대한 실리적이고 건설적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장성원 국제경제팀 차장
장성원 국제경제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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