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욱 우려되는 것은 앞으로다. 트럼프는 대선 전부터 제기된 각종 우려에도 불구하고 공격적 관세 정책을 강행하고 있는 가운데 향후 미국의 인플레이션과 경기 둔화에 대한 경고의 목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이에 그는 취임 초기임에도 벌써부터 경제 정책에 대한 부정 평가가 높아지고 있다. 국민 실생활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물가에 대한 정책을 여론에 대한 충분한 대처 없이 추진했을 경우 민심이 얼마나 예민하게 반응하는지 알 수 있는 부분이다.
이와 비슷한 예는 우리도 충분히 겪었다. 일례로 윤석열 대통령이 의료 개혁이라는 이름하에 고집한 의대 정원 2000명 확대는 의료계의 강한 반발을 불러왔고 그 과정에서 피해는 제때 필요한 진료를 받지 못한 국민들에게 고스란히 돌아갔다. 진료 거부 등 의료계 일각의 이기적 행태도 비판받을 부분이 있지만 사안의 엄중성과 국민들에게 예상되는 영향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채 막무가내식으로 밀어붙인 의료 정책은 민생과 함께 대통령 본인의 지지율에도 치명타로 작용했다. 이후 ‘의료인 처단’이라는 의아하고 섬뜩한 내용과 함께 위법·위헌성 다분한 비상계엄이라는 희대의 악수를 두고, 그 결과 탄핵소추된 대통령으로 전락한 것 역시 이와 무관치 않을 것이다. 어찌 보면 윤 대통령 본인이 그토록 비난한 문재인 정권의 부동산 정책 실패에 대한 기시감마저 든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전 세계를 강타한 코로나19 사태에 성공적으로 대처하며 집권 막바지에도 1987년 대통령 직선제 부활 후 최고인 45% 지지율을 기록했으나 2020년 강행한 임대차 3법 등 부동산 정책이 주택난을 야기하는 등 각종 문제가 속출하며 발목을 잡았다. 이에 결국 0.7%포인트라는 차이로 정권을 넘겨주는 결과를 낳고 말았다. 다른 분야에서의 성과가 있지만 중요 민생 영역인 부동산 시장 문제를 잘못 건드리면서 민심이 크게 악화한 여파이다.
최근 윤 대통령의 탄핵심판 선고가 가까워지면서 조기 대선을 의식한 듯 대선 잠룡들이 잇따라 정책 비전을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민생과 직결되는 '의(醫)·식·주' 정책의 경우 아무리 그 목적이 좋다고 하더라도 충분한 논의를 거쳐 국민들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세밀하고 정교하게 제시 및 진행해야 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선의(善意)만으로는 충분치 않다'는 말이 다시 한번 떠오르는 때이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