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택을 다 지어놓고도 팔지 못한 준공 후 미분양, 이른바 ‘악성 미분양’ 주택이 2만6000가구를 넘어서면서 약 12년 만에 최대치를 찍었다. 정부가 미분양 해소를 위해 여러 대책을 내놨으나 '백약이 무효'인 상황이다. 이미 업계에서는 지방 미분양 물량이 한계치를 넘어섰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지방 미분양 적체는 결국 건설산업 전반적인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며 정부가 적극적으로 대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1일 국토교통부 ‘4월 주택통계’에 따르면 지난 4월 말 기준 전국 악성 미분양 주택은 2만6422가구로 집계됐다. 전월보다 5.2% 증가했으며 2013년 8월 이후 11년 8개월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특히 지방 미분양 증가세가 두드러졌다. 지난달 지방의 준공 후 미분양 물량은 2만1897가구로 전월보다 6.5% 늘었다. 이 중 대구가 3776가구로 가장 많았고 경북(3308가구), 경남(3176가구), 부산(2462가구) 등 순이었다. 4월 신규 발생한 악성 미분양도 대부분 대구(524가구)와 경북(593가구)에 집중됐다.
지방 미분양 증가세가 가팔라지면서 건설사들은 자금 회수 등에 어려움을 겪으며 차례로 쓰러지고 있다. 지난달 말에는 시공능력평가 111위인 광주·전남 지역에 기반을 둔 건설업체 영무토건이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건설산업정보시스템에 따르면 4월 말 기준 종합건설업체 폐업신고 건수는 171건으로 전년 같은 기간 대비 12.5% 증가했다.

정부가 여러 미분양 대책을 내놓고 있으나 효과는 미미한 상황이다. 문진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토부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3월 지방의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을 사면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깎아주는 정책이 시행됐지만 지난달 16일 기준 우대 금리를 적용받은 사례는 1건에 불과했다. 이 밖에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지방 미분양 3000가구 매입과 기업구조조정(CR) 리츠 도입 등 정책도 현재 지방 미분양 물량을 해소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평가다.
악성 미분양 적체는 건설사의 재무 부담과 직결돼 건설 산업에 큰 영향을 미친다. 아파트 분양 수익이 들어오지 않는 상태에서 미분양 물량을 직접 보유한 채 중과세 부담까지 떠안느라 자금난이 가중되기 때문이다.
이에 전문가들은 세제 혜택을 포함해 보다 다양한 정책 시행이 시급하다고 제언했다. 위축된 수요를 회복시켜 시장 정상화를 유인하는 것이 미분양 해소를 위한 핵심이라는 것이다
고준석 연세대 경영대학 상남경영원 교수는 "지역 경제, 지역 부동산 시장이 어려워지면 국가 전체 경제 위기도 초래할 수 있다"며 "오는 7월 시행 예정인 스트레스 DSR 3단계 지방 유예는 세제 지원 등 추가 대책 없이는 미분양 해소 효과가 크지 않은 만큼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지방 미분양 주택 구입 시 취득세 면제 등 세제 혜택과 함께 지방 임대 사업자에 대한 세제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서진형 광운대 부동산법무학과 교수는 "지방 소멸 흐름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미분양 증가 등 문제는 앞으로 계속될 수밖에 없다"며 "결국 정부가 지역 경제를 살릴 수 있는 산업들을 통해 인구가 빠져나가지 않고 들어올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