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민의힘이 6·3 대선을 목전에 두고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과감하게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 12·3 비상계엄 선포 이후 당이 윤 전 대통령과의 관계 설정에 소극적이라는 비판에 직면한 데 이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와의 지지율 격차가 좀처럼 줄어들지 않자 중도층을 겨냥한 최후의 수단을 꺼내 든 것으로 보인다.
김용태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1일 페이스북에서 "헌법재판소와 대법원 판결 등 국가 사법부의 결정은 당론을 결정하는 불가역적인 판단 근거"라며 "대통령 탄핵 심판의 결과에 따라 지난해 당이 대통령 탄핵 반대 당론을 채택했던 것은 무효화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위원장은 "지난 대통령 탄핵 반대 당론을 바로잡겠다"며 "의원총회에서 총의를 모아 비대위에서 공식화하겠다"고 공언했다.
한덕수 전 국무총리와의 대선 후보 단일화 내홍이 커지자 '소방수' 역할을 맡은 김 위원장이 취임 직후부터 전 정권과 명확하게 선을 그은 것은 위축된 대선 정국에서 새 활로를 모색하려는 차원으로 해석된다. 국민의힘은 전날 전국위원회 의결을 거쳐 대통령의 당무 개입 금지를 명문화한 당헌·당규 개정을 신속하게 마무리했다. 김 위원장은 전날 "윤 전 대통령이 탈당했지만, 사실상 출당"이라며 "윤 전 대통령은 국민의힘 근처에 얼씬도 하지 말길 바란다"고 날을 세웠다.
앞서 국민의힘은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에 따라 지난해 12월 14일 진행된 국회 탄핵소추안 2차 표결 당시 직전 의총에서 '탄핵 반대' 입장을 당론으로 확정했으나, '친한(친한동훈)계' 등 당내 이탈표로 가결을 막지 못했다. 헌법재판소의 대통령 파면 결정 이후 열린 조기 대선 국면에서도 '친윤(친윤석열)계' 지도부를 중심으로 윤 전 대통령을 두둔하는 분위기가 형성되면서 중도층 포섭을 사실상 포기한 게 아니냐는 지적을 받아 왔다.
지난 17일 탈당한 윤 전 대통령이 전날 대독 메시지를 통해 김문수 대선 후보 지지를 호소했으나, 김 후보 측은 연관설을 부담스러워하는 기색이다.
장동혁 중앙선거대책위원회 종합상황실장은 이날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긴급 현안 기자회견을 열고 "계엄에 대해선 김 후보가 잘못됐다고 명확한 입장을 밝혔고, 탄핵에 대해서도 사과를 했다"며 "김 후보가 본인 스스로 할 수 있는 영역에서의 모든 것들을 다 한 것이다. 이미 탈당하고 자연인 신분으로 돌아간 윤 전 대통령에 대해서 당의 입장을 분명히 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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