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삼성물산·현대건설 또 격돌... 압구정 2구역은 벌써부터 '전운'

  • "래미안 프리미엄"vs"'현대 아파트' 정통성"

  • 브랜드 마케팅 넘어 금융 지원 전략까지

압구정 현대아파트 단지 내 모습 사진백소희 기자
9일 오후 3시경 강남구 압구정2구역(신현대 9·11·12차)에 단지 내 모습. 압구정 2구역은 오는 18일 입찰공고를 앞두고 삼성물산과 현대건설이 수주경쟁을 펼치고 있다. [사진=백소희 기자]


"안녕하세요. 현대건설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지난 9일 오후 방문한 서울 강남구 압구정2구역(신현대 9·11·12차)은 다음주 입찰 공고를 앞두고 전운이 감돌았다. 기존의 수주전에서 볼 수 있는 홍보 현수막 등은 없었지만 각 동에 위치해 주민들을 향해 인사하는 등 건설사 직원들의 모습을 통해서 치열한 물밑 경쟁이 펼쳐지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압구정 2구역 재건축 사업의 수주전이 치열한 이유는 압구정 2구역의 상징성이 매우 크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2구역의 경우 압구정 일대 재건축 사업 중 최초로 사업에 돌입하는 데다 입지와 단지 상징성 등을 고려하면 시공권을 확보하는 건설사는 단순 수주 이상의 의미를 얻게 된다는 평가가 나온다.

압구정 2구역 재건축 사업은 1982년 준공된 현대아파트 9·11·12차 단지(1924가구)를 2571가구 규모의 신축 단지로 탈바꿈시키는 사업이다. 총공사비 규모는 약 2조4000억원에 달한다. 조합은 이달 18일 시공사 입찰 공고를 내고 9월 총회를 거쳐 시공사를 최종 선정한다.

삼성물산은 래미안의 브랜드 프리미엄을 전면에 내세워 조합원 표심 잡기에 나섰다. 단지 인근의 마련한 홍보관 ‘압구정 S.라운지’를 열고 초고층 빌딩 시공 기술, 층간소음 저감 기술 등을 선보이고 있다. 최근에는 세계적인 건축가 노먼 포스터가 이끄는 ‘포스터 앤 파트너스’와 협업을 공식화했다.

현대건설은​​​​​​ 1975년 현대 아파트를 시공한 경험을 앞세운다. 올해 2월 ‘압구정 현대’ ‘압구정 현대아파트’ 등 4건의 상표권을 출원했다. 상표 등록을 위해 4월에는 대형 법무법인도 선임했다. 압구정 현대 시공사라는 점을 홍보하고 상징성이 큰 단지명을 선점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금융 전략 측면에서도 양사의 경쟁은 치열하다. 삼성물산은 최근 압구정2구역 사업의 안정적 사업비 조달과 신속한 사업 추진을 위해 국내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과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했다.현대건설은 7개 시중 은행과 6개 증권사 등 총 13개 금융기관과 업무협약을 맺었다. 

압구정2구역 수주전이 가열되면서 강남구청은 과열 경쟁을 방지하기 위해 자체 홍보 기준을 마련해 공지했다. 이에 따라 입찰 공고 이전에는 조합이 구청의 사전 승인을 받은 경우에만 제한적인 홍보가 허용되며 △단지 투어용 차량 제공 △홍보 인력의 세대 방문 △금품, 향응 제공 등은 금지된다. 이를 위반 할 경우 삼진아웃제를 적용해 입찰참가 제한 등의 제재가 뒤따른다.

입찰을 앞두고 두 건설사 간의 경쟁이 본격화된 가운데 조합원들은 신중한 모습이었다. 오는 9월까지 시간이 남아있는 만큼 건설사들의 조건 등을 신중하게 비교해 선택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날 단지에서 만난 80대 입주민 A씨는 "양사에서 모두 나와 공약을 설명했지만 아직 결정하지 못했다"며 "화려한 조건을 제시하고 있는데 설계대로 이뤄지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빨리 할 수 있는 건설사, 조합과 잘 통하는 건설사로 선택해야 한다"고 말했다. 

공사가 차질없이 진행돼야 하는 만큼 시공사에 대한 신뢰가 최우선이라는 목소리도 있다. 입주민 B씨는 "은행원인 조합원들끼리는 조합과 시공사가 얼마나 마찰없이, 지연없이 사업에 착수해서 빨리 수익을 낼 지에 따라 은행의 대출 결정이 달라질 거라는 이야기를 한다"며 "새 정부가 들어섰고, 내년에 지방선거도 있는 만큼 올해 안에 인허가 절차를 마무리 지어야 한다는 인식이 강하다"고 강조했다. 

세금, 분담금 문제 등 비용 문제를 고민하는 주민들도 많았다. 40년 넘게 거주하고 있다고 밝힌 한 주민은 "노년층이 많이 거주해서 자식을 물려주기 위해 세금 걱정이 많다"고 말했다. 70대 C씨도 "6년 전에 들어왔는데 생각보다 재건축이 빨리 진행돼 다행이지만 분담금·이주비 걱정도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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