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적인 반도체 가치사슬 구축을 위한 미국·일본·대만 간 3각 동맹이 공고해지는 가운데 반대편에 선 중국은 메모리와 비메모리 관련 기술·노하우를 축적하며 반도체 자립에 속도를 내고 있다. 그 사이에 끼인 채 동맹 합류에 어려움을 겪는 우리나라 반도체 산업은 ‘갈라파고스화’에 대한 우려가 크다. 미국의 중국 배제 전략이 판도 변화로 이어졌다. 소프트뱅크와 인텔은 한국이 주도하는 고대역폭메모리(HBM)를 대체할 차세대 AI용 메모리 개발에 나섰다. 소프트뱅크와 오픈AI가 주도하는 ‘스타게이트 프로젝트’도 있다. 파운드리 분야는 일본 라피더스가 미국 IBM의 초미세공정 기술을 지원 받아 홋카이도 지토세 공장에서 2나노급 차세대 비메모리 반도체 시제품 생산을 시작했다. 파운드리 최강자 TSMC도 미국과 일본에 각각 신규 공장을 건설 중이다. 이 같은 3각 동맹 흐름에 한국은 한발 물러서 있다. 그사이 글로벌 시장을 선도해 온 메모리 분야에서도 거센 추격을 받는 처지가 됐다. 중국 최대 D램 제조사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스(CXMT)가 저가 범용 제품을 시장에 대거 쏟아내며 점유율을 끌어올리고 있는 게 대표적 사례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이어 메모리 3위였던 미국 마이크론은 HBM을 중심으로 투자 확대에 나서며 턱밑까지 쫓아왔다. 위기가 짙어지는 국내 반도체 업계는 새 정부 출범에 기대를 거는 분위기다. 연내 반도체특별법 제정이 최우선 과제다. 반도체 인력 양성, 최대 10% 생산세액 공제, 연구개발(R&D) 지원책 등이 담긴 법안이다. 박재근 한양대 융합전자공학부 교수는 “글로벌 반도체 패권 경쟁이 치열하다. 정책 추진 속도를 높여 ‘골든타임’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