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4대 금융지주가 본격적인 '글로벌 시대'를 열고 있다. 지난해 해외법인 순이익이 사상 처음으로 1조원을 돌파하면서 글로벌 수익 다변화 전략이 가시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는 평가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KB △신한 △하나 △우리금융 등 4대 금융지주의 2024년 해외법인 당기순이익은 총 1조1358억원으로, 전년(7939억원) 대비 43%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과거에는 진출 지역 대부분이 적자 상태였지만, 최근에는 현지화와 디지털화를 동시에 추진하면서 수익 구조가 안정화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시장 개척기를 넘어 사실상 현지 수익 창출기로 전환된 것이다.
이는 금융지주의 글로벌 전략이 기존의 이원화 방식에서 확장형 구조로 진화한 데 따른 영향으로 풀이된다. 과거엔 중국·일본·동남아 등 신흥시장에서 디지털 기반의 리테일금융과 소액대출 서비스를 중심으로 내실을 다졌다. 미국·영국·홍콩 등 선진 금융허브에서는 투자은행(IB), 자산관리(WM), 글로벌 기업금융 등 고수익 부문을 중심으로 역량을 키워왔다.
그러나 최근 들어 진출국이 폴란드, 우즈베키스탄, 카자흐스탄 등 중앙아시아·동유럽으로 확장되고 있다. 이는 기존 아시아 중심에 머물지 않고 수익·성장률·규제 측면에서 유리한 제3시장으로 눈을 돌린 결과다. 금융지주들은 이들 지역에서 △직접투자(SI) △제휴 △재무적 투자자(FI) 등 다양한 방식을 통해 보다 가볍고 유연한 진출을 추진 중이다.
은행 주도의 흐름에서 벗어나 비은행 계열사들도 해외 실적을 확대하고 있다. 지난해 11개 보험회사(생명보험 4곳, 손해보험 7곳)는 해외 11개국에서 총 2170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2023년 207억원 손실에서 흑자 전환됐다. 한국 보험사들은 현지에서 합작보험사를 설립하고 인수·합병(M&A)을 추진하는 방식으로 영역을 확장 중이다.
증권사는 미국 등 주요국에서의 트레이딩 수익이 실적을 견인하며 15개 증권사가 설치한 해외 현지법인 70곳에서 약 4000억원의 순익을 냈다. 전년 대비 150% 이상 증가한 수치다. 비은행 부문은 상대적으로 초기 투자비가 낮고, 디지털 전환과 연계 가능성이 높아 향후 수익 기여도가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아직 해외 법인이 없는 인터넷전문은행 3사는 상대적으로 인터넷뱅킹이 미개척된 지역을 중심으로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전략적 지분 투자를 단행하거나 현지 라이선스를 확보하는 방식으로 진행할 계획이다. 인터넷은행의 특장점인 오프라인 인프라를 최소화하면서도 금융소외계층을 공략할 수 있다는 점에서 수익성과 사회적 기여도를 동시에 확보할 것으로 예상된다.
시장에서는 올해를 기점으로 국내 금융사들이 본격적인 글로벌 수익 모델을 구조화하는 단계에 진입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실제로 금융지주사들은 단순 외형 확장 단계를 지나 △부실 자산 감축 △판매관리비 절감 △현지 규제 적응 등 해외 수익 구조의 질적 전환에 적극 나서고 있다.
이 같은 변화는 경영지표에서도 감지된다. 국내 금융지주는 해외사업에 대해 단순 손익을 넘어 자기자본이익률(ROE), 비용대비수익률(CIR), 위험조정수익성(RAROC) 등의 정교한 내부 수익성을 관리 지표로 도입하고 있다. 이는 글로벌 은행들과 유사한 수준의 경영관리 체계를 갖추기 위한 흐름으로, 진출 이후 관리 역량의 고도화가 진행 중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금융권 관계자는 "시장 개척과 네트워크 확대에 그치지 않고 이익을 내는 현지 법인 비율을 높인 것이 해외 순익 1조원 돌파의 핵심 배경"이라며 "앞으로는 디지털, 비은행 확대, 제3시장 진출 등을 동반한 체질 개선이 핵심 과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