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동발 리스크가 커지는 가운데서도 국내 증시 상승세가 계속되고 있다. 이에 하락장에 베팅한 개인투자자의 손실이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곱버스'로 불리는 2배 인버스 ETF(상장지수펀드)에 집중 투자했다면 이달에만 최대 19% 손실을 본 것으로 파악됐다.
1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들어 가장 큰 낙폭을 보인 ETF는 ‘KODEX 200선물인버스2X’로 19.13% 급락했다. 이어 △KIWOOM 200 선물인버스2X(-18.92%) △RISE 200선물인버스2X(-18.92%) △TIGER 200선물인버스2X(-18.91%) △PLUS 200선물인버스2X(-18.65%) 등 다수 인버스 ETF가 수익률 하위를 형성했다. 특히 레버리지를 활용해 기초지수 움직임 대비 2배를 추종하는 구조 때문에 시장 반등에 따른 손실 폭은 일반 상품보다 훨씬 컸다.
이처럼 수익률이 악화되는 상황에서도 인버스 ETF에 대한 개인투자자의 수요는 오히려 늘고 있다. ETF체크에 따르면 지난 11일부터 17일까지 일주일간 'KODEX 200선물인버스2X'에는 총 2363억원이 순유입됐다. 같은 기간 'KODEX 인버스'에도 735억원이 몰렸다. 한 달 기준으로는 KODEX 200선물인버스2X에 4624억원, KODEX 인버스에 996억원이 유입되며 개인투자자들이 하락 베팅을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이 같은 흐름은 최근 한 달 새 코스피가 13% 넘게 상승한 것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흐름이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역행 투자 성향 배경으로 2022~2023년 장기간 약세장 경험이 남긴 학습 효과, ‘지금이 고점’이라는 확증편향을 꼽는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곱버스는 하락장에서 단기 수익을 노리는 수단일 뿐 추세 반전을 기다리는 장기 투자 상품이 아니다”며 “특히 시장 방향성이 명확한 상승일 때는 손실이 기하급수로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인버스 ETF는 일반적으로 하루 기준으로 기초지수의 반대 방향 수익률을 추종하도록 설계된다. 특히 2배수 상품은 하루 기준 지수가 1% 하락하면 2% 수익을 목표로 하지만 반대로 오를 때는 손실도 두 배로 커진다. 더 큰 문제는 이들이 매일 기초지수와 괴리를 재조정하는 구조로 인해 ‘복리 효과’가 아닌 ‘변동성 손실(volatility drag)’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이다. 즉, 지수가 등락을 반복하는 박스권 장세에서는 장기 보유 시 기대 수익이 왜곡되거나 손실로 이어질 수 있는 것이다.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인버스 ETF는 방향성과 타이밍을 동시에 맞춰야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고위험 상품”이라며 “단기 트레이딩 도구로는 유효하지만 흐름을 오판하면 개인투자자가 감내해야 할 손실 폭은 상상을 초과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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