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차전지 주가가 '나홀로' 약세를 이어가고 있다. 국내 증시의 강세에도 이차전지 업황에 호재가 보이지 않는 탓이다. 이차전지 상장지수펀드(ETF) 수익률 하락세도 계속 이어질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18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올 들어 이차전지 상품 수익률은 국내 상장 ETF 중 최하위를 기록했다. 연초 이후 수익률 최하위를 기록한 ETF 상위 1~4위가 모두 이차전지 테마였다. 'KODEX 2차전지산업레버리지'는 올 들어서만 39.03% 하락했다. 이 상품은 국내 설정된 국내주식형 펀드 중 설정액이 2조5660억원으로, 전체 3532개 펀드 중 1위인 상품이다.
연초 이후 이차전지 테마 ETF 수익률은 두 자릿수 하락세를 보였다. 설정액이 높은 순대로 △TIGER 2차전지소재(1조2202억원, -17.07%) △TIGER 2차전지TOP10레버리지(8475억원, -40.38%) △KODEX 2차전지산업(8429억, -18.04%) △KODEX 2차전지핵심소재10(3885억원, -17.44%) △SOL 2차전지소부장(3050억원, -15.86%) △KB RISE 2차전지액티브(2130억원, -19.68%) △KB RISE 2차전지TOP10(1506억원, -18.89%) 등이다.
설정액이 100억 미만인 △BNK BNK2차전지양극재(98억, -21.17%) △KIWOOM K-2차전지북미공급망(88억원, -2.52%) 등도 하락세다.
이차전지 ETF는 2022~2023년 전기차 배터리 붐을 탔다. 에코프로, 코스모신소재, 포스코DX, 포스코홀딩스, LG에너지솔루션 등 이차전지주가 폭등하자 이들을 한데 묶은 ETF가 우후죽순 출시됐다. 하지만 전기차 시장 성장 둔화가 장기화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전기차 보조금을 폐지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자 주가는 곤두박질쳤다.
일각에선 이차전지 테마 ETF의 상장폐지 우려도 나오고 있다. 유행형 테마였던 메타버스 ETF의 전철을 밟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코로나19 팬데믹이던 2021~2022년 비대면 서비스가 급성장하며 메타버스 관련 ETF가 잇달아 출시됐지만, 시장이 침체하며 투자자들의 관심 밖으로 밀렸다. 한때 주목받던 게임 테마, 전략형 ETF도 비슷한 수순을 밟았다.
자본시장법상 ETF 순자산총액 50억원 미만 상태가 1개월 이상 지속될 경우 상장폐지 사유에 해당한다. 한국거래소는 통상 반기마다(반기 말 기준) 순자산 50억원 미만 ETF(상장 후 1년 이상)를 관리종목으로 지정한다. 이후 다음 반기 말까지 순자산 규모를 50억원 이상으로 회복 못하면 거래소는 해당 상품을 상장폐지한다.
증권가는 이차전지의 목표주가를 잇달아 하향 조정하고 있다. 이달 들어 미래에셋증권, 신한투자증권, 한화투자증권, iM증권 등이 LG에너지솔루션에 대한 목표주가를 하향했다. 삼성증권 등은 에코프로비엠의 목표가를 낮췄다.
이용욱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내 이차전지 업종의 중장기 실적 전망치는 여전히 하향 조정 중이며 추세적인 상승은 아직 보이지 않는다"며 "유럽에서는 중국 배터리 점유율이 확대되고 미국에서는 전기차 판매 둔화가 이어지면서 국내 배터리·양극재 업체의 가동률 회복 시점이 계속 지연되고 있다"고 말했다.
조현렬 삼성증권 연구원은 "현재 미국 정부가 추진 중인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법안 수정으로 전기차 구매 보조금(7500달러)이 내년부터 폐지될 것으로 예상한다"며 "내년 수요 하향은 불가피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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