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회 가입 패싱한 CATL…한국식 '적응' 대신 중국식 '침투' 택하나

  • 협회 패싱한 조용한 침투 전략…CATL의 이례적 진출 플랜

  • 조용히 들어온 CATL, 협회 접촉 없이 독자 행보

  • 전략적 인사, 법무 출신 대표 전면 배치

  • 중국의 '묵직한 뒷심'…내수·보조금·자본력 3박자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 위치한 시에이티엘코리아 주식회사CATL코리아 본사 모습 사진김정훈 기자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 위치한 '시에이티엘코리아 주식회사'(CATL코리아) 사옥 전경. [사진=김정훈 기자]

세계 최대 전기차 및 에너지저장장치(ESS)용 배터리 제조사인 중국 CATL이 기존 외국계 기업들과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한국 시장에 진출했다. 산업계 네트워크와 협회를 통해 점진적으로 적응해온 기존 방식 대신 본사 직속 구조를 앞세운 '중국식 침투' 전략을 선택한 것이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CATL은 한국배터리산업협회를 포함한 관련 단체와 어떤 논의나 접촉도 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한국배터리산업협회 관계자는 "CATL 측으로부터 협회 가입이나 관련 논의 요청을 받은 바 없다"고 밝혔다.

CATL은 지난 1월 서울 강남 테헤란로 안제타워에 '시에이티엘코리아 주식회사'를 설립했다. 자본금은 6억원, 발행 주식 수는 12만주로, 공동대표는 중국 국적의 한신준씨와 호주 국적의 권혁준씨가 맡고 있다. 법인 등기 목적에는 배터리·ESS 제품의 판매와 설치는 물론, 재활용, 전기차 충전소 운영, 물류 및 창고업, 부동산 매매·임대업까지 포함돼 있다.

업계는 외국계 기업이 국내 진출 시 보통 협회에 가입하고 정책 대응 채널을 구축하는 관행을 고려할 때 CATL의 독립적 행보는 이례적이라고 평가한다. 이번 진출은 본사 직속 체제를 통해 비공식 채널을 가동하며 실질적인 사업 방향은 중국 본사의 지시에 따라 움직이는 구조로 풀이된다.

특히 법무 출신의 권혁준 공동대표를 전면에 배치한 점이 눈에 띈다. 권 대표는 CATL 본사에서 법무 자문위원으로 활동했고, 리튬인산철(LFP) 배터리와 MNC 셀 공급망 운영에도 참여한 바 있다. 업계에서는 인증과 규제가 복잡한 ESS 및 재활용 시장에서의 법적 리스크를 사전에 관리하려는 전략적 포석으로 해석하고 있다.

CATL은 단순한 제품 판매나 거점 확보를 넘어, 배터리 유통·회수부터 인프라까지 아우르는 밸류체인을 국내에 구축하려는 장기 전략을 추진 중인 것으로 보인다. 이는 기존 외국계 기업들이 협회 등을 통해 천천히 적응해온 방식과는 명확히 다른 접근이다.

이 같은 전략의 배경에는 중국 정부의 강력한 정책 지원과 자본력이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에 따르면 CATL은 2023년 약 8억900만 달러(한화 약 1조1260억원)의 정부 지원을 받았다. 이는 2018년보다 10배 이상 증가한 수치다. CATL은 여기에 더해 홍콩 증시 상장을 통해 약 6조4000억원의 자금을 확보하며 글로벌 확장을 가속화하고 있다.

시장 점유율도 이를 반영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전기차용 배터리 세계 시장에서 중국계 업체들은 42.0%의 점유율을 기록하며, 한국 3사(LG에너지솔루션·삼성SDI·SK온)의 40.3%를 앞질렀다. 이는 2022년 한국이 중국을 26.9%포인트 차이로 앞섰던 상황과 대조적이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CATL은 협회를 통한 생태계 적응보다는 본사 중심의 독립 구조로 한국 시장을 공략 중"이라며 "기존 외국계 기업과는 전혀 다른 침투형 전략으로 해석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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