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퇴직연금 수익률 제고를 위해 디폴트옵션(사전지정운용제도)에서 원리금보장형을 제외하자는 제안이 새 정부 들어 다시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정부 부처와 업권 간 이견이 커 추진 여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특히 '수익률'을 우선하는 금융위원회와 '안전성'을 강조하는 고용노동부 간 의견 조율도 아직까지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법 개정이 필요한 사안인 만큼 국정기획위원회 테이블에 오를 지 관심이 쏠린다.
1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퇴직연금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디폴트옵션에서 원리금보장형을 제외하는 등 다양한 개선안이 논의되고 있다.
디폴트옵션은 퇴직연금 가입자가 선택한 포트폴리오로, 금융사들이 적립금을 대신 운용해주는 제도다. 2023년 7월 도입됐다. 올해로 3년째를 맞은 가운데 당초 제도 도입 취지였던 수익률 제고 효과가 미미하다는 평가가 많아 제도 개선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금융투자업계는 디폴트옵션에 원리금보장형을 포함한 것이 수익률 저하의 본질적인 문제라고 지적한다. 원리금보장형은 예·적금 위주로 보수적으로 운용되는 퇴직연금으로 주식, 펀드 등에 투자하는 실적배당형 대비 수익률이 낮은 편이다.
지난해 말을 기준으로 전체 퇴직연금에서 원리금보장형의 10년 연환산 수익률은 2.09%로 실적배당형의 3.44% 대비 1.35%포인트 낮았다. 5년 연환산 수익률은 원리금배당형 2.49%, 실적배당형 4.77%로 2.28%포인트 격차를 보였다. 이는 지난해 기준 디폴트옵션으로 운용되는 적립금 40조670억원 중 약 88%가 원리금보장상품인 초저위험상품으로 운용되고 있어서다.
이에 따라 현재 '옵트인' 체제인 디폴트옵션을 '옵트아웃'으로 변경하는 방안도 유력한 개선안 가운데 하나다. 옵트인이면 가입자가 능동적으로 디폴트옵션을 선택했을 때에만 적립금이 디폴트옵션으로 운용되는 반면 옵트아웃이면 가입자 적립금이 자동으로 디폴트옵션으로 운용되고 원하는 가입자만 디폴트옵션을 해지할 수 있다.
이처럼 디폴트옵션 운용이나 선정 방법 등을 바꾸려면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근퇴법)을 개정해야 한다. 이를 위해선 부처 간 협의가 선행돼야 한다. 문제는 소관 부처인 고용노동부와 금융위 입장이 여전히 팽팽히 맞선다는 점이다. 금융위는 제도 개선에 적극적이다. 반면 노동부는 디폴트옵션에서 원리금보장형을 제외하는 방안에 대해 구체적으로 논의되는 바가 없으며 결정된 것도 없다는 입장이다. 정부 관계자는 "결국 국정기획위원회에서 정책 방향성을 정리해야 풀릴 문제"라고 설명했다.
앞서 고용노동부와 금융위원회, 기획재정부 등은 지난해 말부터 태스크포스(TFT)를 구성해 디폴트옵션 개선 방향을 추진했다. 그 결과 올해 1분기에 기존 중위험, 고위험 등 투자위험 기준으로 분류됐던 디폴트옵션 등급 명칭을 중립투자형, 적극투자형 등 보다 중립적으로 바꾸는 데 합의했다.
그러나 이 같은 개선안은 미봉책에 불과하다는 것이 금융투자업계 의견이다. 한 관계자는 "디폴트옵션은 노후소득을 늘리기 위해 도입된 정책임에도 원리금보장형을 포함하고 가입 절차가 복잡해 예·적금에 편중되어 있던 기존 연금의 문제점을 답습하고 있다"며 "연금 수익률이 물가 상승률보다 낮으면 가입자들의 실질노후소득은 줄어드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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