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군이 사상 처음으로 12발의 벙커버스터를 투입해 이란 지하 핵시설을 타격했다. 지하 60m 안팎을 뚫고 들어가 벙커와 터널을 초토화할 수 있는 ‘GBU(유도폭탄)-57’의 연속 투하로 깊이가 최대 90m 안팎의 이란 핵시설이 파괴된 것으로 추정된다. 다만 이란은 이번 공격으로 인한 피해가 크지 않다고 일축했다.
미군 B-2 스텔스 폭격기 6대가 이란의 핵시설 3곳 중 지화 요새화한 것으로 알려진 포르도 시설에 3만 파운드(약 13.6t) 짜리 벙커버스터 12발을 발사했다고 미 뉴욕타임스(NYT)가 미 관리를 인용해 2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 관리는 또 자국 해군 잠수함이 나탄즈와 이스파한 핵시설에 토마호크 미사일 30발을 발사했다고 전했다. 또 다른 한 대의 B-2 폭격기는 나탄즈 핵시설에 벙커버스터 2발을 쏜 것으로 알려졌다. 미 CNN방송은 이번 작전에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해 “미군이 이란 핵 시설 공격에 GBU-57 폭탄을 사용했다”고 보도했다.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군 폭격기가 전쟁 역사상 처음으로 GBU-57을 투하했다”고 전했다.
GBU-57은 현재 공개된 벙커버스터 중 가장 강력한 최신 폭탄으로 꼽힌다. 특히 위치정보시스템(GPS) 기반으로 개발돼 더 정밀한 폭격이 가능한 GBU-57은 지하 60m 안팎까지 파고 들어가 벙커와 터널 등을 파괴할 수 있다. 포르도 핵심 시설들은 산악 지형 깊은 곳에 묻혀 있으며, 그 깊이는 80~90m로 전해졌다. GBU-57 단발로는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지만 여러 발을 쏟아 붓는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AP통신은 GBU-57을 연속으로 투하하면 폭발 때마다 더 깊이 파고드는 효과를 낼 수 있다고 분석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주요 목표 지점인 포르도에 폭탄 전체 탑재량이 모두 투하됐다”고 공개하면서 폭탄 여러 발로 원하는 결과를 얻었음을 시사했다.
이런 상황에서 이란 원자력청(AEOI)은 핵 활동을 계속해 나가겠다고 선언했다. 로이터통신 등에 외신에 따르면 AEOI는 22일 자국의 포르도와 이스파한, 나탄즈의 핵 시설이 공격받았다는 사실을 확인하며 “적들의 사악한 음모가 핵 순교자들의 피로 이뤄진 이 국가 산업(핵) 발전의 길을 멈추지 못할 것이라는 점을 위대한 이란 국민에게 확언한다”고 밝혔다. AEOI 산하 원자력안전센터는 미국의 핵심 핵시설 공격에도 방사능 오염의 징후는 없다고 주장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도 이란 핵시설 3곳에서 공격 이후 방사능 수치가 늘지 않았다고 발표했다.
아울러 이란에서는 미국의 이번 공격으로 인한 피해가 미미하다는 주장도 나왔다. 메흐디 모하마디 이란 국회의장 보좌관은 소셜미디어 X(옛 트위터)에 “며칠 동안 포르도 시설에 대한 공격을 예상했다”며 “이에 핵시설을 대피시켰고 오늘 공격으로 인한 회복 불가능한 피해는 없었다”고 밝혔다. 모하마드 마난 라이시 이란 의원도 이란 파르스 통신에 포르도 시설이 심각한 손상을 입지 않았으며, 피해는 대부분 "지상 부분에 국한돼 복구가 가능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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