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브라질의 한 마트에서 사람들이 ‘폭싹 속았수다’의 마지막 회를 단체 관람했어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는 (해외 누리꾼들이) ‘나만의 관식’(my own gwansik) 인증 릴레이가 인기를 끌었고요.”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 겸 칼럼니스트는 지난 18일 서울 CKL 스테이지에서 열린 '2025 콘텐츠산업 포럼'에서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의 해외 인기를 언급하며 “국가, 언어, 문화 등 물리적으로 떨어진 공간에서 살아가지만, 사람들이 콘텐츠란 매개를 통해서 똑같은 취향을 나누는 새로운 풍경이 펼쳐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 젊은층 사이에서 ‘응답하라 1998’이 인기를 끌고, 로제의 '아파트'가 영미권에서 성공을 거둔 점 등을 짚으며 “글로벌 대중은 다양한 콘텐츠에 열려있다. 고유성과 차별성을 갖는 유니크함이 중요하다”고 분석했다. 그는 “지극히 사적인 이야기가 보편적인 이야기보다 경쟁력이 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글로벌 협업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조언도 나왔다. 송진 한국콘텐츠진흥원 콘텐츠산업정책연구센터장은 ‘메이드인 코리아’에서 ‘메이드 위드 코리아’로 사고를 전환할 것을 촉구했다. 그는 “넥스트-K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지금까지와는 다른 새로운 정책적 접근이 필요하다”며 초현지화 전략, 콘텐츠 IP와 연관 산업 동반진출, 새로운 해외판로 개척 등을 강조했다. 콘텐츠 기획 단계부터 다양한 산업과의 연계를 높이고, 다양한 국적의 아티스트들과 손잡고, 중동이나 남미, 아프리카 등으로 진출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송 센터장은 “K콘텐츠 글로벌 경쟁력을 ‘인바운드’로 구조화해야 한다”며 “한국의 인력과 시스템이 해외 현지 인력과 시스템이 만나서 초국가적으로 변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통해 한국이 글로벌 제작 중심 기지로 도약할 수 있다는 게 송 센터장의 생각이다. 그는 이어 “글로벌 투자 유치 확대, 글로벌 소비자들의 공감과 참여를 확대하는 방향성도 '메이드 위드 코리아'의 중요한 한 축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송 센터장은 ‘선제적인 대응’을 강조했다. 그는 “우리 콘텐츠 산업 매출액이 최근 들어 완만해지고 있다”며 “기회와 위기가 교차하는 국면에는 판의 변화에 주목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이 시점에서 새로운 판은 인공지능(AI)이라고 본다”며 “AI 기술이 제작과 유통, 이용 경험 등 콘텐츠 자체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우리 스스로 유통망을 뚫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컸다. 김윤지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한국 드라마가 수익성 한계에 갇힌 것은 유통망을 직접 뚫어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라며 케이팝이 굿즈 등 다양한 수익원을 발굴하려고 노력했듯 다른 콘텐츠 업계도 수익성을 끌어올리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조영신 퓨처랩 박사는 “에르메스가 롯데든 신세계든 어디서든 잘 팔리듯, 우리 콘텐츠가 절대적으로 좋다면 플랫폼 차이가 없어야 한다”며 “K-콘텐츠 영상물의 명성은 넷플릭스가 만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우리가 콘텐츠를 잘 만들지만, 플랫폼을 뛰어넘을 수준에는 도달하지 못했다”며 “넷플릭스 안에서만 통한다”고 진단했다.
그는 “유통공사가 필요하다”며 “우리는 여태까지 콘텐츠 제작 기반만 지원해 왔다. 제작 기반 역량이 어느 정도 올라왔으니, 유통에 대해 고민해야 할 때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묶어서 결합판매를 하는 등 좋은 콘텐츠에 다른 걸 끼워 팔아야 한다"며 "이를 모으는 기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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