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입 안 뽑는 기업들… 청년들, 일자리 찾아 지방으로

  • "신입은 없다"는 채용시장… 청년들에게 벽

  • 연봉 기대와 현실의 격차… 중소·스타트업 외면

  • "좋은 일자리 있다면 지방도 OK"… 인식 변화 뚜렷

 
대한상공회의소 건물 전경 사진대한상공회의소
대한상공회의소 건물 전경, [사진=대한상공회의소]

"신입은 이제 꿈도 못 꾸죠. 서류에서부터 '경력자 우대'에 막혀요."올해 대학을 졸업한 A씨(남·25)는 졸업 후 석 달째 서류 탈락만 반복하고 있다. 중견기업 20여 곳에 지원했지만, 돌아오는 건 "경력자 우대" 혹은 "해당 직무 경험 필수"라는 안내뿐이었다. A씨는 "이제 대학 졸업장이 아니라 경력이 졸업요건"이라며 자조했다. 청년 취업난의 가장 큰 장애물은 ‘신입 채용 실종’ 현상이다.

대한상공회의소가 24일 발표한 '2025년 상반기 채용시장 특징과 시사점' 조사에 따르면 전체 채용공고 14만4181건 가운데 경력직만을 원하는 공고는 82.0%, 신입만을 뽑는 공고는 2.6%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채용시장이 사실상 경력자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는 셈이다.

청년층의 체감도는 더 냉혹하다. 응답자의 절반 이상(53.9%)이 '경력 중심 채용'을 취업의 가장 큰 장애물로 꼽았다. 이어 △인사적체로 인한 채용 여력 감소(33.5%) △AI·자동화에 따른 일자리 축소(26.5%) 등의 이유가 뒤를 이었다. 특히 '실무 경험 부족'은 큰 약점이었다. 응답자의 53.2%는 "대학 재학 중 직무 경험이 없다"고 답했다.

실제 기업 현장에서는 정기 공채를 접고 수시 채용으로 전환하는 곳이 늘고 있다. IT 솔루션 기업 B사는 지난해부터 '수시 경력 채용' 체제로 운영 중이다. B사 채용담당자는 "채용 즉시 실무 투입 가능한 인재를 선호할 수밖에 없다"며 "신입 교육에 시간과 비용을 투자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임금 수준에 대한 인식 차이도 존재한다. 청년층의 희망 연봉은 평균 4023만 원으로, 실제 신입 채용 공고 평균(3708만 원)보다 300만 원 이상 높았다. 대기업 및 중견기업 선호도는 여전히 높지만, 중소기업(11.4%)과 스타트업(3.5%) 선호도는 15%를 밑돌았다.

이런 현실 속에서 청년들의 시선은 점차 지방으로 향하고 있다. 수도권 거주 청년 구직자의 63.4%는 "좋은 일자리가 있다면 지방에서도 일할 의향이 있다"고 응답했다. 이는 전년 대비 8.1%포인트 증가한 수치다. 지방 취업의 주요 조건으로는 △높은 급여(78.9%) △복지 제도(57.1%) △워라밸 실현(55.8%) 등이 꼽혔다.

지방 기업들도 청년 유입 확대에 나서고 있다. 자동차 부품업체 C사는 충남 아산에 스마트 공장을 확장하며 청년 채용을 강화 중이다. C사 인사담당자는 “경쟁률이 수도권보다 낮고, 기숙사 및 정주 지원 등으로 수도권 출신 지원자가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지역 전략산업 육성과 청년 정착 유도 정책을 병행하면서, 취업시장 변화가 청년층에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종명 대한상의 산업혁신본부장은 "청년이 지방에 머물 수 있으려면 글로벌 기업 유치와 파격적인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며 "AI 인프라, 주거, 교통, 문화가 어우러진 ‘메가 샌드박스형 도시’ 육성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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