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발(發) 관세전쟁에도 지난달 수출이 1년 전보다 증가하면서 한 달 만에 플러스로 전환됐다. 반도체 수출이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고, 유렵에 대한 자동차 수출도 호조를 보였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상반기 누적 수출액은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을 보였다. 하지만 하반기 수출 불확실성이 짙어지면서 한·미 간 조속한 관세 협상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6월 수출, 역대 동월 기준 '최고'···반도체·車 쌍끌이
1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달 수출액(통관 기준 잠정치)은 597억9700만 달러로 1년 전보다 4.3% 증가했다. 역대 6월 중 최대 실적이다. 조업일수를 고려한 일평균 수출도 6.8% 증가한 28억5000만 달러로 이 역시 역대 6월 중 가장 높다.
같은 기간 수입액은 507억2100만 달러로 1년 전보다 3.3% 늘었다. 수출에서 수입을 뺀 무역수지는 90억7600만 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6월 수출이 증가세로 돌아선 것은 주요 품목이 호조세를 보였기 때문이다. 최대 수출 품목인 반도체 수출은 사상 최대 실적인 149억7000만 달러(11.6%)를 기록하면서 4개월 연속 플러스 흐름을 이어갔다. 컴퓨터(SSD 포함) 수출도 15.2% 증가한 13억3000만 달러로 2개월 연속 늘었다.
미국의 자동차 관세 부과에도 불구하고 자동차 수출은 2.3% 증가한 63억4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역대 6월 중 최대 실적으로 미국에 대한 수출은 줄었지만 유럽연합(EU)에 대한 향하는 자동차가 늘어난 영향이 크다.
국가별로는 9대 주요 지역 중 미국과 중국을 제외한 7개 지역에 대한 수출이 증가했다. 아세안 수출은 2.1% 증가한 97억6000만 달러, EU 수출은 14.7% 늘어난 58억 달러를 기록했다.
반면 대미 수출은 자동차·일반기계 수출 부진으로 0.5% 감소한 112억4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대중 수출도 반도체 수출 감소로 2.7% 줄어든 104억2000만 달러로 집계됐다.
상반기 누계 수출액은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이다. 올해 1~6월 수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0.03% 감소한 3347억 달러다. 다만 조업일수를 고려한 일평균 수출은 오히려 2.3% 증가한 25억6000만 달러로 나타났다.
상반기 수입액은 3069억 달러로 같은 기간 대비 1.6% 줄었다. 무역수지는 278억 달러 흑자로 지난해 상반기 대비 48억 달러 개선됐다.
[그래픽=아주경제]
상반기 '선방'했지만···하반기 수출 불안감 가중
트럼프발 관세전쟁 여파에도 상반기 수출이 보합세를 보이면서 '선방'했다는 평가가 나오지만 문제는 하반기 수출 불안감이 높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주요 수출 시장인 미국과 관세 협상을 마무리하지 못하고 있다. 통상 당국은 미국의 상호관세와 품목 관세 폐지를 목표로 협의에 나서고 있지만 아직 결론을 내지 못한 상황이다. 그러나 미국의 상호관세 유예는 이달 8일 종료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미국의 품목관세 대상이 된 자동차와 철강 수출 감소세가 커지고 있다. 서가람 산업부 무역정책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품목 관세를 부과받는 자동차·철강의 마이너스 폭이 특히 크다"며 "정부 차원에서 수출 시장과 품목을 다변화하기 위한 여러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무역협회가 최근 2주간 15개 품목에 걸쳐 2000여 개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3분기 수출산업경기전망지수(EBSI)는 96.3으로 집계됐다. 전 분기(84.1)보다는 개선됐지만 기준선인 100에는 여전히 미치지 못했다.
무협은 또 올해 하반기 수출이 1년 전보다 3.8%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고 짚었다. 이에 따른 올해 수출은 2.2% 감소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무역수지 역시 지난해 518억 달러에서 올해 483억 달러로 축소될 것으로 예상했다.
허윤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상반기에는 반도체가 전체 수출을 끌어올렸고 관세 부과에 앞서 구매하려는 가수요가 연초에 발생하면서 수출이 보합세를 나타낸 것으로 보인다"며 "단기적으로는 미국과 관세 협상을 마무리하거나 상호관세 유예 가능성이라도 타진해야 한다. 만일 유예가 가능해진다면 한미 정상회담을 조속히 개최해 신속하게 합의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 수출의 고질적인 문제가 특정 품목과 국가에 고정돼 있다는 것이다. 장기적으로는 수출 지역과 품목 다변화가 필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