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소 156명 사망' 홍콩 화재 참사 "배후에 보수공사업계 부패"

  • "입찰 담합·공사비 부풀리기 등 만연해"

홍콩 북부 타이포의 웡 푹 코트 아파트 단지 화재 현장 인근에서 시민들이 희생자들을 추모하며 참배하고 있다 AFP
2일 홍콩 북부 타이포의 '웡 푹 코트' 아파트 단지 화재 현장 인근에서 시민들이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있다. [사진=AFP·연합뉴스]


지난주 발생한 홍콩 아파트 화재로 현재까지 156명 이상이 사망한 가운데, 이번 참사의 근본적인 배경으로 입찰 담합과 공사비 부풀리기 등 홍콩의 노후 아파트 보수공사 시장의 부패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3일 전직 업계 관계자와 전문가들을 인용해 이번 화재로 추악하고 탐욕스러운 홍콩 보수공사 업계의 공공연한 비밀이 드러났다면서 이같이 보도했다.

이번 화재는 지난달 26일 보수공사 중이던 32층짜리 아파트 '웡 푹 코트' 7개 동에서 발생했다. 당국이 지금까지 조사한 바에 따르면 비계(고층 건설 현장의 임시 구조물)에 쓰인 그물망 일부가 방염 기준 미달이었다. 업체 측이 태풍 피해 이후 비용을 아끼기 위해 일부 그물망을 방염 기능이 없는 반값 제품으로 교체했다는 의혹이다. 하지만 내부 문건을 보면 화재가 난 아파트의 보수공사 예산은 2023년 9월 초기 입찰 분석 당시 1억5200만 홍콩달러(약 287억원)였지만, 최고급 옵션 추가 등에 따라 지난해 최종 금액은 3억3600 홍콩달러(약 634억원)로 대폭 늘어났다고 SCMP는 짚었다.

이처럼 컨설턴트 업체가 저가로 계약을 따낸 뒤 도급업체와 공모해 실제 비용보다 훨씬 높은 가격에 보수 프로젝트를 맡는 방식이 보수 공사에서 흔한 위법행위라고 '반(反) 입찰담합 부동산소유자연맹' 관계자는 설명했다. 홍콩 당국은 매년 30년 이상 된 건물 600곳가량에 건물 점검을 위한 전문 컨설턴트와 보수를 위한 도급업체를 고용하도록 하고 있다. 이 관계자는 업자들이 저가 자재를 이용해 이익을 취할 수 있도록 불필요한 추가 작업, 비싼 기술 사용 등을 하는 경우도 있다고 덧붙였다.

또한 그는 2016년 입찰 담합을 막기 위한 기관이 출범했지만 역할이 제한적이라면서, 소유주 조합 총회에서 계약 최종 승인이 내려지는데 '대리 투표' 등을 통해 결과를 조작할 수 있다는 점 등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구조적 문제가 됐다. 악화가 양화를 구축한다"면서 "어떻게 대중의 신뢰를 회복해 적정 업체가 시장에 돌아오도록 할 것인지가 문제"라고 강조했다.

'킹 밸류' 부동산투자 컨설턴트의 리키 웡은 입찰 담합에 대해 업자들이 다른 회사를 여럿 세워 응찰하는 관행이 10∼20년 됐다고 말했다.

'홍콩 내장공사 종업원 공회' 관계자는 "업자들이 저가에 입찰한 뒤 여기저기 비용을 더한다"며 최저가를 써내야 공사를 따낼 수 있다 보니 안전·품질에 문제가 생긴다고 지적했다. 그는 "모두가 최저가를 위해 싸우다 보니 전체 시장이 썩었다"면서 "1만 홍콩달러가 적절한 작업을 8500 홍콩달러에 수주하면 어떻게 하겠는가. (기준 미달) 자재를 쓰거나 절차를 무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참사로 현재까지 156명이 사망한 가운데 홍콩 당국은 전날 아파트 화재 참사 발생 원인과 책임 규명 등을 조사할 독립위원회를 꾸린다고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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