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중국 5성급 호텔들이 '길거리 음식 판매'에 나섰다. 중국내 내수 부진과 디플레이션(지속적인 물가 하락) 위기가 지속되는 가운데, 중국 공직사회에 대한 기강 잡기가 본격화하면서 고급 소비가 직격탄을 입은 가운데서다.
14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장쑤성 창저우의 5성급 호텔인 중우호텔 앞에서는 길거리에 매대를 설치하고 매일 호텔 주방장이 직접 만든 오리고기(48위안), 주꾸미 무침(58위안), 돼지고기 미트볼(58위안), 소고기 수육(58위안), 볶음밥(28위안) 등 요리를 간편 용기에 담아 저렴한 가격에 팔고 있다.
매일 온라인에서 사전 주문이 시작되자마자 보통 5분 만에 요리가 매진되기 일쑤다. 현장 구매는 매일 100명 선착순만 받는데, 손님들이 1시간 전부터 줄을 서서 대기할 정도로 인기가 많다.
중우호텔의 길거리 음식 판매 소식이 입소문을 타면서 일주일 만에 음식 메뉴와 운영 시간을 공유하기 위한 위챗 단체방 20개(인원수 500명 제한)가 개설됐다. 호텔 측은 단체방에 '중국판 미쉐린 가이드'라 할 수 있는 블랙펄(흑진주) 어워드를 수상한 호텔 총괄 셰프가 직접 요리하는 모습이 담긴 영상을 올리며 대대적으로 홍보 중이다.
중우호텔뿐만 아니라 창저우 소재 다른 5성급 호텔들도 연이어 길거리에 매대를 설치해 호텔 주방장 메뉴를 팔고 있다. 창저우뿐만 아니라 산둥성 지난, 허난성 정저우, 톈진 등 최근 일부 도시의 5성급 호텔이 노상 영업을 시작하고 온라인 테이크아웃 사업에도 뛰어들었다.
이는 최근 호텔업 수익성이 악화하는 가운데 나온 움직임이다. 중국 호텔 시장조사업체 호텔하우스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본토의 호텔 평균 객실 요금은 118위안으로, 전년 대비 9.7% 감소했다. 객실 점유율도 전년 대비 2.5%포인트 감소한 58.8%에 그쳤다.
호텔의 주요 수입원인 식음료 서비스도 크게 위축됐다. SCMP에 따르면 지난해 풀서비스 고급 호텔의 케이터링(식음료 출장 조리) 평균 수익은 1021만 위안으로, 2023년(1237만 위안)보다 감소했다. 2019년 대비로는 무려 38.3% 감소한 수치다.
실제 이달부터 노상 영업을 시작한 창저우 중우호텔의 전통 연회 예약은 전년 대비 무려 65.7%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중국 정부가 소비진작에 나서고 있지만, 경기 둔화에 따른 고용 부진과 부동산 경기 침체로 가계마다 미래 불확실성에 대한 불안감에 지출을 꺼린 탓이다. 최근 베이징· 상하이 등 고급 레스토랑이 줄줄이 폐점한 것도 이 때문이다.
게다가 최근 중국 정부가 공직사회 기강 바로잡기에 나서며 공직자 회식 접대 문화를 규제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 지난 5월 18일 중국공산당 중앙위원회·국무원(행정부)이 개정 발표한 ‘당정 기관의 절약 실천·낭비 반대 조례’는 공무원이 업무 관련 식사 자리에서 고급 음식을 먹거나 담배·술을 즐길 수 없으며, 사적 모임도 제한했다. 이로 인해 고급 호텔 및 레스토랑 영업이 직격탄을 맞았다.
일각에서는 5성급 호텔이 노점상 영업에 나서며 서민들의 밥그릇까지 빼앗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하지만 중국 공산당 기관지 광명일보는 “5성급 호텔의 노점상 영업은 전통적인 이미지를 탈피하고 서비스 사고방식을 새롭게 전환하는 시도”, "시장 논리에 기반한 호텔의 최적 자원 배분에 대한 탐구"라며 "시장에 맞춰 사업 전략을 재검토하고 식품 안전과 품질을 보장하는 것이 요식업계가 살아남는 가장 기본적인 방법”이라고 높이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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