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계엄 때 헬기 소리 들렸다더니...방배동 아파트 위 저공 비행

  • 밤 11시 49분 서초구 주거지 밀집 지역으로 날아

  • 수방사 "항로 이탈 경고"...작전 지연에 서두르려 돌파한 듯

  • 합참 "관할 아냐"...수방사 "교신 기록 확인 불가"

그래픽아주경제
[그래픽=아주경제]

12·3 비상계엄 당일 밤 계엄군이 탑승한 헬기가 정해진 항로를 벗어나 서울 서초구 방배동의 아파트 밀집 지역 상공을 비행한 정황이 확인됐다.

16일 아주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해 12월 3일 밤 11시 49분께 국회의사당으로 향하던 계엄군 헬기가 방배근린공원 인근을 고도 490m, 시속 204km로 통과했다. 해당 지역은 중앙하이츠빌라, 대우효령아파트 등 주거지가 밀집한 곳이다. 군 관련 익명의 제보자는 "헬기 교신에 잡힌 좌표를 위도·경도로 변환해 해당 위치를 특정했다"고 밝혔다.

당시 헬기의 비행 고도는 123층 잠실 롯데월드타워(555m)보다 낮았으며, 20층 아파트 높이(약 60m)의 8배 수준이었다. 민가 위를 군 헬기가 저공 비행한 셈이다.

육군 관계자는 "헬기는 전시 상황일지라도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고속도로나 하천 등 정해진 항로를 따라야 한다"며 "예외는 적 노출 우려 등 위급 상황에 한정된다"고 말했다.

수도방위사령부(수방사)는 당시 항적을 식별한 뒤 헬기 측에 수차례에 걸쳐 항로 준수를 경고했다. 수방사는 비행 승인도 보류했었으며, 이에 헬기 측은 여러 차례 진입을 재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정황은 앞서 언론 보도를 통해 공개된 바 있다.

이 과정에서 이진우 전 수방사령관 등이 국회에 출동하면서 계엄군과 수방사 간 비행 승인 소통이 원활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비상계엄 계획의 보안 유지를 이유로 비행 계획이 수방사 내부에 사전 공유되지 않았던 것으로 해석된다.

이 전 사령관은 윤석열 전 대통령에게 직접 전화를 받고 당시 국회 상황을 보고했다고 국회에서 진술한 바 있다.

계속된 재요청에 수방사는 결국 상급 부대인 합동참모본부(합참)에 사안을 보고했고, 육군본부에도 관련 내용을 전달했다. 이후 합참은 "관련 사항이 없다"고 회신했으며, 헬기 비행 승인 보류는 이어졌다. 이로 인해 계엄군 작전은 약 42분 지연됐고 헬기는 밤 11시 43분께 서울 상공에 진입, 5분 만에 국회에 도착했다.

제보자는 "작전 지연으로 계엄군이 서둘러 이동하려다 민가 위로 비행한 것 같다"며 "합참과 수방사 수뇌부 사이에서 비행 승인 판단이 엇갈렸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합참은 이와 관련해 "서울권 비행은 우리 관할이 아니며 관련 기록도 없다"고 밝혔고, 수방사는 "당일 교신 내역은 확인해줄 수 없다"고 답했다.

당일 헬기를 실제로 목격했다는 시민들의 증언도 다수 존재한다. 온라인 커뮤니티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헬기 소음을 들었다는 인증 글과 영상이 올라왔고, 서울시 다산콜센터에도 헬기 관련 문의가 접수됐다.

다산콜센터에 따르면, 센터는 3일 밤 10시 32분부터 4일 밤 11시 27분까지 총 179건의 문의 중 3건의 '헬기 소음' 문의를 접수했다. 문의 내역에는 "서초구 우면동인데 비행기 소리가 계속 들린다"거나 "서빙고동인데 헬기 소음이 시끄럽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당일 투입된 헬기는 육군 특수전사령부 예하 707특수임무단 197명, 제1공수특전여단 277명 등 계엄군을 태운 CH-60P 블랙호크 12대로 파악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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