밝혀지는 'VIP 격노설'…확산되는 '집사게이트'

채상병 사망 사건 초동조사 당시 수사외압을 폭로했던 박정훈 해병대 수사단장(대령)이 16일 서울 서초구 순직해병특검 사무실에 참고인 신분으로 출석하고 있다. 2025.7.16 [사진=연합뉴스]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와 관련된 의혹으로만 남아있던 ‘VIP 격노설’과 ‘집사 게이트’가 특검 수사를 거치며 빠르게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16일 순직해병 특검팀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해당 회의에 참석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김 전 장관은 당시 대통령 경호처장이자 윤 전 대통령의 충암고 선배로, 이후 국방부 장관으로 기용된 최측근 인사다. 현재는 12·3 비상계엄 사건으로 내란 혐의 기소 상태다.

이 회의는 2023년 7월 31일 대통령실 외교·안보 수석비서관회의로, 윤 전 대통령이 채 상병 초동조사 결과를 보고받고 격노했다는 의혹의 출발점이다. 그 직후 수사단이 작성한 피의자 명단에서 임성근 1사단장이 제외됐고, 사건 이첩도 보류되면서 외압 논란이 불거졌다.

특검은 현재까지 윤 전 대통령, 조태용 당시 국가안보실장(현 국정원장), 김용현 전 장관, 김태효·이충면·왕윤종 전 비서관 등 회의 참석자 7명을 특정해 순차적으로 소환 중이다. 김태효 전 1차장 등은 “윤 전 대통령이 격노하는 모습을 목격했다”고 진술했다.

이날 특검에 출석한 박정훈 해병대 수사단장은 “이제 격노설은 설이 아닌 사실로 규명됐다”며 “외압의 시작점이었다”고 증언했다. 또다른 출석자 강의구 전 대통령실 부속실장은 회의엔 불참했지만, 임기훈 전 국방비서관과 수차례 통화한 정황이 확인돼 참고인으로 조사됐다.

초동수사 기록 회수 논란과 관련해선 최주원 전 경북경찰청장이 특검에 피의자로 출석했다. 그는 대통령실 개입 의혹이 불거진 경찰과 국방부 간 사건 기록 회수 과정에 연루된 인물로, 직권남용 혐의로 공수처에 고발돼 있다.

한편 김건희 여사 의혹을 수사 중인 민중기 특검팀은 이른바 ‘집사게이트’ 관련 압수수색과 소환조사를 잇따라 진행하며 수사 폭을 넓히고 있다. 오정희 특검보는 이날 브리핑에서 “전날 건진법사 연루지 등 13곳에 대해 밤늦게까지 압수수색을 벌였고, 오늘도 미진한 부분에 대해 집행 중”이라고 밝혔다.

카카오 창업자인 김범수 의장의 소환 여부에 대해서는 “현재 카카오모빌리티와 출석 일정을 조율 중”이라며, 김 의장 본인 출석이 어려울 경우 관련 계열사 임원들이 대신 조사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또한 한국증권금융·키움증권은 17일, 효성그룹 HS는 다음 주 월요일 출석이 예정됐다. 김건희 여사와 가까운 것으로 알려진 이들과 관련된 ‘투자 커넥션’이 핵심 조사 대상이다. 오 특검보는 “수사기한이 짧은 만큼 신속하고 정확하게 마무리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윤 전 대통령 측은 이날 구속적부심을 서울중앙지법에 청구했다. 법원은 형사항소9-2부에 사건을 배당하고, 18일 오전 10시 15분 심문을 진행한다. 구속적부심은 구속이 적법하고 계속 유지될 필요가 있는지를 다시 판단하는 절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