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물 '사자' vs 선물 '팔자' 외국인 韓증시 동상이몽… 대형주 선별 매수 본격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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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투자자들이 국내 증시에서 상반된 매매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현물시장에선 제한적인 순매수세를 보이는 반면, 선물시장에선 대규모 매도 포지션을 쌓으며 차익 실현에 나서는 모습이다. 증권가에서는 외국인 자금이 기존 주도주에서 차기 주도주로 옮겨가는 ‘선별적 순환매’로 전환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1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은 지난 한 달(6월16일~7월16일)간 코스피200 선물 시장에서 3조563억원 규모의 순매도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코스피 현물 시장에서는 528억원을 순매수했다. 선물과 현물의 매매 방향이 뚜렷하게 엇갈린 상황이다.
 
코스닥 시장에서도 상반된 매매 전략을 취했다. 외국인은 코스닥 현물 시장에서 4930억원을 순매도한 반면, 코스닥150 선물 시장에선 437억원을 순매수했다.
 
이 같은 흐름은 상반기 외국인 자금이 국내 증시로 대거 유입됐던 것과는 다른 양상이다. 실제 외국인은 올 상반기 동안 국내 증시에서 약 17조원 가량을 순매수하며 증시 상승을 견인했다. 그러나 이달 들어선 선물 중심의 차익실현과 함께 대형주 매수세가 한풀 꺾인 모습이다.
 
시장에서는 외국인 매수세가 IT·자동차 등 상반기 증시를 주도했던 대형주에서 경기민감주·이차전지 소재주 등으로 이동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단, 특정 업종에 쏠리기보단 종목별 실적과 성장성에 따라 옥석을 가리는 분위기다.
 
코스닥 시장에선 온도차가 더 뚜렷하다. 현물 시장에서는 차익실현 매물이 출회되며 외국인 순매도가 두드러졌지만, 코스닥150 선물에서는 여전히 중형주와 성장주 위주로 매수 포지션이 유지되고 있다.
 
특히 반도체 장비, 이차전지 부품, 인공지능(AI) 관련주 등은 외국인의 관심이 꾸준히 이어지고 있는 섹터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올해 상반기 대형주 위주로 강한 매수세를 이어갔던 외국인들이 최근 선물시장에선 일부 이익을 실현하고 있다”며 “현물시장에서는 기존 주도주에서 차기 주도주로 옮겨가는 순환매 성격의 매매가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코스닥150 선물 매수는 향후 정책 수혜주, 성장 기대주를 선제적으로 담는 포석으로 풀이된다”며 “현물시장에선 유동성 조절, 선물시장에선 방향성 헷지라는 복합 전략이 병행되는 셈”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외국인의 이런 엇갈린 전략이 시장의 단기 변동성을 키울 수 있다고 진단하면서도, 중장기적으로는 특정 업종에 대한 선별적 접근이 활발해지는 구간으로 보고 있다. 실제 외국인의 수급 변화는 시총 상위 종목의 등락에도 민감하게 반영되고 있다.
 
증권사 관계자는 “과거처럼 단순히 대형주 쏠림 매수세가 아니라, 글로벌 경기·환율·정책 변수에 맞춘 유연한 포트폴리오 재편이 진행되고 있다”며 “하반기에는 외국인 수급이 실적과 연결되는 종목 위주로 더욱 정교해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한편 증권가에선 미국의 관세정책, 금리 기조, 중국 경기 회복 속도와 원화 환율 등 불안정한 대외적 변수로 인해 당분간 외국인의 순매수세가 제한적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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