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강하늘 "'84제곱미터' 스트레스라고? 그게 재미 포인트"

영화 84제곱미터 주연 배우 강하늘 사진넷플릭스
영화 '84제곱미터' 주연 배우 강하늘 [사진=넷플릭스]
넷플릭스 영화 '84제곱미터'는 아파트로 내 집 마련에 성공한 영끌족 우성이 정체를 알 수 없는 층간 소음에 시달리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지난 18일 공개 후 3일 만에 640만 시청수(시청 시간을 작품의 총 러닝 타임으로 나눈 값)을 기록, 글로벌 TOP 10 영화(비영어) 부문 3위에 등극하며 글로벌적인 관심을 얻고 있는 상황.

배우 강하늘은은 주택담보대출부터 퇴직금, 원룸 보증금, 엄마의 마늘밭… 영혼까지 탈탈 끌어모아 '국민 평수 32평' 84제곱미터 아파트에 입성한 1401호 '우성' 역을 맡았다.

"'우성'은 귀가 얇으면서 수동적인 인물로 표현하고 싶었어요. 그래야만 모든 상황이 극한으로 몰아닥친다고 본 거죠. 능동적인 인물이라면 모든 해결책을 본인이 찾게 되잖아요. 윗집을 찾아가서 초인종 정도는 누를 수 있는 용기를 가졌지만, 소심해서 말을 얼버무리고 돌아오는 그런 인물이라고 생각해서 캐릭터를 빌드업 시켜나갔습니다." 

'우성'은 요즘 세대의 면면을 끌어온 캐릭터다. 현실에서 마주칠 수 있는 '영끌족'이자, 코인에 빠진 '한탕주의'적인 인물. 평소 성실하기로 소문난 강하늘인 만큼 이같은 캐릭터를 이해하고, 몰두할 수 있었는지 궁금했다.

"제가 관심이 없다 뿐이지, 주변에서는 '영끌' '코인' 등에 관심이 많아요. 친구들을 떠올리며 '우성'을 만들었습니다. 제가 재미없고, 느린 편이라서 연기할 때는 주변 인물들을 통해 인물을 만들고 참고하려는 편이에요. 사실 '우성' 같은 친구는 주변에 종종 있습니다. 이제 나이가 좀 있으니, 친구들이 다 과장 정도의 직함을 가지고 있는데요? 무리해서 차도 사고, 집도 사면서 힘들어하기도 해요. 저는 '우성'에게 공감하긴 어려웠지만, 주변 친구들을 통해 그의 상황이나 마음을 이해하려고 했습니다."
영화 84제곱미터 주연 배우 강하늘 사진넷플릭스
영화 '84제곱미터' 주연 배우 강하늘 [사진=넷플릭스]

강하늘은 1501호 '진호'(서현우 분)를 만나는 장면이, '우성'의 성격을 한눈에 읽을 수 있는 신이라고 설명했다.

"우성은 승부사 기질이 있지만 수동적이고 소심해요. 아까 말한 대로 집 앞까지는 갈 수 있지만 말하기는 어려워하는 성격이죠. 화가 나서 쫓아 올라갔지만, 문을 열고 나온 사람이 서현우 형일 때는 웃는 얼굴로 돌아오는 그런 성격이요. 그걸로 캐릭터를 설명하고 싶었습니다."

'우성'은 비호감적인 요소를 모두 가진 인물이지만 그의 고군분투 과정을 보고 있으면 마음 한편으로는 응원하고 싶은 생각이 드는 묘한 캐릭터다. 강하늘 역시 그 점을 주안점으로 연기했다고 부연했다.

"이렇게 만들면 호감이겠지 생각하고 연기하는 건 아니에요. 다만 대본을 읽는데 상황이 너무 딥하고 처참하더라고요. 이건 대본대로 가버리면 관객들이 너무 힘들 것 같다고 생각해서 호흡을 올려 연기하기로 했어요. 첫장면부터 느끼셨을지 모르겠는데요. 과하지 않게 코미디 포인트를 넣으려고 했어요. 할아버지에게 '어딜 더 올라가야 하느냐'고 묻는데 원래는 진지한 톤이었는데 위트 있게 표현하려고 했죠. 톤을 높이고 가벼운 톤을 만들었어요."

강하늘은 '84제곱미터' 시나리오를 읽으며 김태준 감독을 떠올릴 수 있었다고 말했다. 출연 결정에 큰 힘을 보탠 것도, 머릿속에 펼쳐지는 구체화 된 이미지 덕이었다.

"대본을 읽었을 때 단박이 이해하기 쉽도록 설명되어 있었어요. 대본을 보니 감독님이 이런 분이시겠구나 싶더라고요. 글도 간결하고 짧고 딱딱 치고 가는 상황이 빠른 호흡으로 펼쳐져서 흥미로웠어요."
영화 84제곱미터 주연 배우 강하늘 사진넷플릭스
영화 '84제곱미터' 주연 배우 강하늘 [사진=넷플릭스]

강하늘은 실제로 만난 김 감독 역시 시나리오와 같았다고 말했다.

"대본을 보면서도 '인서트에 힘을 많이 주시겠구나' 생각했어요. 대본에 디테일이 있거든요. '떨리는 손, 우성 눈 옆으로 흐르는 땀' 같은 지문이 이같은 부분을 굉장히 신경 쓰고, 살리실 거라는 느낌이 들었어요. 타이트한 컷으로 채워질 것 같았고요. 만나보니 실제로도 그런 디테일한 분이셨습니다. 땀이 흐르는 순간까지 계산하고 포착하시는 분이었어요."

'84제곱미터'는 관람 후 "스트레스 받는다"는 평이 쏟아졌던 작품이다. 작품의 의도에 부합하는 '호평'인 셈이다.

"주변에서도 그런 말 많이 해줬어요. 저도 보면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습니다. 하하하. 하지만 그게 우리 작품이 주는 여러 재미 중 하나잖아요? 재미 포인트가 다 다르니까요." 

공교롭게도 올해 개봉한 영화 '스트리밍'부터 '야당', 넷플릭스 '오징어 게임3' '84제곱미터'까지. 강하늘은 극한의 상황에 내몰려 정신 붕괴를 겪는 인물을 소개해왔다. 그의 필모그래피에서 다양한 캐릭터를 볼 수 있었지만, 이같은 성향을 보인 하나의 카테고리가 비슷한 시기 공개되었다는 점이 흥미로웠다.

"비슷한 시기 공개되긴 했지만, 비슷한 시기에 촬영한 건 아니었어요. '스트리밍'은 5~6년 전 촬영한 작품이니까요. 시기적으로 어떤 심경의 변화가 있던 건 아니었습니다. 하하. 그냥 작품을 읽고 재밌어서 선택을 해왔는데 이렇게 되었네요."
영화 84제곱미터 주연 배우 강하늘 사진넷플릭스
영화 '84제곱미터' 주연 배우 강하늘 [사진=넷플릭스]

강하늘은 창작자가 보는 자신의 얼굴에 대한 궁금증을 드러내기도 했다.

"저는 제 얼굴을 모르잖아요. 매일 보니까. 작가님들, 감독님들이 그런 작품들을 보며 저를 떠올려주고 선택해 주는데. 스트레스를 받고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 (제게) 있나 봐요."

진호 역의 서현우, 은화 역의 염혜란과 펼친 환상적 호흡에 관해서도 에피소드를 전했다.

"혜란 선배님과의 촬영 분량은 많지 않았어요. 하지만 만날 때마다 친한 누나처럼 다가와 주시고, 말도 걸어주셔서 촬영 분위기도 좋아졌어요. 정말 감사했습니다. 현우 형님은 촬영 분량이 겹쳐서 자주 만났는데요. 정말 아이디어가 넘치세요. 한 신을 하더라도 이야기를 나누고, 아이디어를 공유하여 장면을 만들었어요. 정말 재밌었어요."

강하늘은 이 영화를 통해 '이해'의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다고 말했다.

"영화의 메시지를 연기자가 생각할 부분인가 싶기는 해요. 제가 편집이나 연출에 관여한 것도 없는데. 다만 하고 싶은 이야기라면 있어요. 요즘 층간 소음 때문에 많은 일이 벌어지잖아요. 그런데 어떤 분들은 '층간 소음 문제로 왜 저렇게까지 하느냐'고 하세요. 층간 소음 때문에 괴로운 사람도 있는 반면 고통스럽지 않은 사람도 있으니까요. 다만 이 작품을 보고 나시면 괴로워하는 이들의 상황이나 심경을 조금은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요? '왜 저렇게까지 해'라기 보다 이해 정도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합니다."
영화 84제곱미터 주연 배우 강하늘 사진넷플릭스
영화 '84제곱미터' 주연 배우 강하늘 [사진=넷플릭스]

그야말로 쉴 틈 없이 보냈다. 영화 '스트리밍'부터 '야당', 드라마 '당신의 맛' '오징어 게임3'가 연달아 공개됐고, 8월에는 '야당: 익스텐디드컷'이 개봉한다.

"이제 쉬어도 되지 않나 싶어요. 하하. 작품 공개를 제가 정하는 건 아니니까요. 참 웃긴 게 한 3년간 찍어놓은 작품이 연달아 개봉하고 있는 건데요. 촬영하기만 할 때는 친구들이 '너 너무 쉬는 거 아니야?'하고 걱정했거든요. '생활이 되느냐'면서요. 그런데 한꺼번에 작품이 공개되니까 '이제 좀 쉬라'고 해요. 찍어놓은 건 다 공개되었고요. 한동안은 또 보이지 않을 거 같아요. 하하하."

현재는 남대중 감독의 영화 '퍼스트 라이드'를 촬영 중이다. 어린 시절부터 함께해 온 친구들이 꿈에 그리던 첫 해외여행을 떠나면서 벌어지는 코미디 영화로, 김영광 차은우 등과 출연했다. 

"시나리오부터 재밌었어요. '퍼스트 라이드'라고 밝고 재밌는 작품을 찍고 있으니 새로운 모습도 조만간 보실 수 있으실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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