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수진작을 위해 발행한 '민생회복 소비쿠폰'이 중고거래 플랫폼에서 되팔기 후 현금화되는 사례가 포착되면서 제도개선에 대한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정부는 전 국민을 대상으로 1인당 15만~45만원의 소비쿠폰을 지급하고 있다. 신용·체크카드, 선불카드, 지역사랑상품권 중 원하는 방식으로 선택 가능하다.
지역경제를 살리기 위한 목적으로 만든 지원금이지만 불법유통에 더해 사기 범죄에 악용되면서 본래 취지를 퇴색시킨다는 지적이다.
2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소비쿠폰 발급이 시작된 지난 21일 중고거래 플랫폼인 당근마켓, 중고나라, 번개장터 등에서는 소비쿠폰 거래 게시물이 다수 올라왔다.
15만원이 충전된 민생회복 소비쿠폰 선불카드를 13만원에 판다는 내용 등이다.
소비쿠폰은 신청자의 주민등록상 주소지 범위 내 연매출 30억원 이하 매장이나 지역사랑상품권 가맹점에서 사용하도록 제한돼 있으나, 현금으로 전환되면 대형마트나 대기업 직영 매장에서의 소비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져 소상공인 지원 효과가 줄어든다.
이런 식의 거래는 정부 방침에 위반될 뿐만 아니라 불법 행위기도 하다. 실제 물품 거래 없이 소비쿠폰을 수령하거나 실제 결제 금액보다 높은 금액으로 허위 결제하면 여신전문금융업법에 따라 최대 3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다.
현재 당근마켓, 번개장터, 중고나라 등은 '소비쿠폰' 또는 '민생지원금' 등 특정 키워드에 대한 검색을 차단하고 관련 게시물을 삭제조치했다.
중고플랫폼 관계자는 "차단 기능을 피해 교묘한 수법으로 게시글이 올라간 것으로 보인다"며 "키워드 모니터링 기능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소비쿠폰으로 '담배사재기'를 하는 사례도 포착된다. 온라인 커뮤니티와 소셜미디어(SNS)에서는 소비쿠폰으로 담배 15갑을 샀다는 인증 사진도 빠르게 공유되고 있다. 일부 애연가들 사이에서는 '흡연지원금'이라는 농담도 나오고 있다.
코로나19 긴급재난지원금 지급 당시에도 담배 매출이 증가하는 상황이 반복됐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1차 재난지원금이 지급된 2020년 5∼8월 담배 판매량은 12억5000만갑이었다. 전년 같은 기간의 12억200만갑에 대비해 4.0% 늘었다.
담배의 경우 저장과 보관이 용이하기 때문에 차후 현금으로 바꾸는 '담배깡'도 가능하다. 소비쿠폰 사용 범위와 품목에 제한을 두자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정부나 금융당국을 사칭한 피싱 사례도 증가하고 있다. 이에 글로벌 보안 기업 서프샤프는 한국 정부에서 발행하는 소비쿠폰은 URL을 포함하지 않으므로 의심스러운 SNS 게시물이나 메시지에 접속하지 말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경찰에서도 민생회복 소비쿠폰을 노린 피싱 피해를 막기 위해 시작일로부터 2주 동안을 관련 피해 예방 집중 기간으로 설정하고 전방위적인 피싱 예방 활동을 전개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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