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법무부가 수사 검사의 재판 직접 관여 관행, 이른바 ‘직관(직접 공판 관여)’에 본격적으로 제동을 걸었다. 이는 ‘수사와 기소의 분리’라는 검찰개혁의 핵심 원칙을 실질적으로 반영한 첫 조치로, 검찰권 행사 방식의 근본적 전환이 시작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법무부는 1일 “공소유지를 명분으로 한 상시 직무대리를 제한하고, 예외적인 경우에만 일시 허용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정비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방침은 정성호 법무부 장관의 ‘1호 지시’에 따른 후속조치로, 검사 인사제도와 검찰 내 조직문화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직무대리, 검찰권 남용 통로로 악용”
현재까지는 수사 담당 검사가 인사 이동 후에도 기존 사건 공판에 지속적으로 출석하는 것이 관행처럼 이어져 왔다. 하지만 이는 수사권에 더해 기소와 공판까지 ‘한 손에 쥐는’ 구조로, 검찰권 집중과 확증편향 문제를 낳아 왔다. 수사 내용에 스스로 매몰된 검사가 공판에서도 동일한 시각으로 사건을 다투면, 공소의 객관성과 공정성이 훼손될 수 있다는 지적도 꾸준히 제기돼왔다.
실제로 지난해 수원지법 성남지원에서는 이재명 대통령 관련 사건 재판에서 직무대리 검사 출석의 위법성이 문제돼, 담당 판사가 해당 검사의 퇴정을 명령하기도 했다. 이 사건은 결국 대법원까지 올라가 직무대리 기피신청이 최종 기각되며, 제도적 정비의 필요성을 공론화시키는 계기가 됐다.
‘공판검사 중심 체계’로 전환… “검찰개혁 실천 의지”
법무부는 이번 조치로 공판검사의 역할을 강화하고, 수사검사는 인사이동 후 새 보직에 전념하도록 했다. 특히 직무대리가 필요한 예외적 경우를 엄격히 한정했다. 예를 들면 △성범죄 등 피해자와 신뢰 형성이 필요한 사건 △대형 참사 등 다중 피해 사건 △전문 법리 소명이 요구되는 분야 등이다.
법무부는 “수사단계에서의 편견을 줄이고, 공판단계에서 객관성과 국민 신뢰를 회복하려는 것”이라며 “검찰개혁의 방향성과 수사권 분립 원칙을 제도에 반영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이번 지침은 검찰의 조직 운영에도 영향을 미친다. 직무대리로 다른 청 사건 재판에 자주 파견됐던 검사들이 본청의 주요 민생 사건에 집중할 수 있게 되면서, 검사 1인당 사건 처리 효율도 개선될 것으로 기대된다.
“검찰 힘빼기인가, 진짜 개혁인가” 엇갈린 시선
일선 검찰 내부에서는 “복잡한 사건의 경우 수사검사만이 전모를 이해하고 있는데, 이들을 재판에서 배제하면 오히려 부실한 공소 유지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대형 부패사건이나 정치적 사건일수록 수사와 공판의 단절은 현실적으로 대응에 한계를 만든다는 것이다.
하지만 법무부는 “공판검사가 공정하고 객관적인 시각에서 국민을 위한 형사사법을 구현할 수 있다”며 기존 직관 중심의 검찰 운영방식 자체를 문제 삼았다.
수사·기소 분리는 그간 검찰개혁의 슬로건에 머물렀지만, 이번 제도 정비로 실제 실행 단계로 옮겨지고 있다. 법무부는 “검찰의 책임성과 공정성 확보라는 개혁의 본령을 실현하겠다”며 “검찰권 남용 구조를 제도적으로 차단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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