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경환의 베트남 ZOOM IN] (50) 개혁의 주역 또럼 베트남 공산당 총비서 방한..李대통령과 11일 정상회담

안경환 응우옌짜이대학교 총장
[안경환 응우옌짜이대학교 총장]


베트남 권력 서열 1위인 또럼(Tô Lâm) 베트남공산당 총비서가 오는 8월 11일 이재명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위해 10일 방한한다. 베트남공산당 총비서가 한국을 방문하는 것은 1992년 12월 22일 베트남과 외교 관계정상화 이후 세 번째로, 1995년 4월 도므어이(Đỗ Mười) 총비서, 2014년 10월 응우옌푸쫑(Nguyễn Phú Trọng) 총비서에 이은 11년 만이다. 금년이 베트남과 외교 관계수립 33주년째이니 10년에 한 번 주기로 방한하는 셈이다. 그만큼 이번 국빈방문은 양국 우호 관계 발전에 큰 획을 긋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 또럼 총비서는 2045년까지 베트남을 선진국 대열로 도약시키려고 추진하고 있는 ‘제2의 도이머이' 개혁의 주역으로 한국과의 협력은 절대적이다.

또럼 총비서는 1957년생(67세)으로, 2024년 8월 제13대 베트남공산당 총비서에 오른 최고지도자로, 한국방문은 두 번째로 2019년 7월 공안부 장관 재임 시 처음 방한했었다. 당시는 베트남 이주여성이 남편으로부터 폭행을 당해서 SNS에서 양국 네티즌들 사이에 시끄러울 때여서 또럼 장관은 한국에 거주하고 있는 베트남 이주여성에 대한 안전과 보호에 적극적인 관심을 가져줄 것을 한국 정부에 요청한 바 있다.

혁명가 집안 출신의 최고의 ‘공안통(公安通)’
 
또럼 총비서는 베트남 흥옌성 반장현 응이어쭈(Nghĩa Trụ)면 쑤언꺼우(Xuân Cầu) 마을에서 하이흥성 공안국장 또꾸옌(Tô Quyền)대령의 장남으로 태어났다. 1926년생인 부친은 1945년‘8월 혁명’에도 참가하였고, 1966년부터 1975년 통일될 때까지 남부 베트남에 파견되어 중요한 기밀 임무를 수행했던 인민 영웅이다. 남부에 파견되어 항미(抗美) 활동 당시 사용하던 별칭이 아들 이름인 또럼(Tô Lâm)이었다. 열열한 혁명가 집안 출신인 또럼 총비서는 1981년 8월 22일 공산당에 입당하여 43년 만에 최고지도자에 올랐다. 또럼 총비서는 1986년 도이머이 개혁·개방 정책을 주도한 응우옌반린(Nguyễn Văn Linh: 1915.7.1~1998.4.27) 총비서와 동향으로, 중앙경찰학교와 베트남인민안보원을 졸업 후 공안 업무만 줄곧 담당해 온 공안 대장 출신이다. 오랫동안 국가 안보와 치안을 담당해 온 최고의 ‘공안통(公安通)’으로 2024년 5월 부패 스캔들로 보반트엉 당시 국가주석이 중도 사임하자 제13대 국가주석으로 선출되었고, 같은 해 10월까지 약 5개월간 국가주석으로 재임 중에 총비서로 선임되어 약 2개월간 총비서와 국가주석을 겸임하였다. 2024년 7월 19일 응우옌푸쫑 총비서가 서거하자, 8월 3일 총비서로 선임되어 공안부장관에서 국가주석으로, 다시 3개월 만에 총비서로 선임된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또럼 총비서는 강력한 반부패 드라이브와 개혁 성향으로 잘 알려져 있다. 그는 공안부 장관 시절부터 응우옌푸쫑 전임 총비서와 함께 대대적으로 부정부패 척결을 주도해 왔으며, 2023년에는 부정부패 연루 의혹으로 당시 부총리 2명이 경질되고, 응우옌쑤언푹 국가주석까지 중도 하차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는데, 그 배경에는 당 차원의 고강도 반부패 사정 작업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2045년 선진국 진입‘ 목표로 ‘국가 대개조’사업 시동
 
또럼 총비서는 베트남을 2045년까지 고소득 선진국가로 도약시킨다는 목표하에 2030년까지 베트남을 현대적인 산업국가 및 상위 중소득 국가를 만들고, 2045년까지는“국민이 잘살고. 나라가 강성하며 민주·공정·문명·행복한 선진국가 진입”이라는 장기 발전전략을 강력하게 추진 중이다. 2045년은 바로 ‘8월혁명’100주년이자, 독립선언과 건국 100주년이자, 호찌민 주석 탄신 155주년이 되는 역사적인 해이다. 그때까지 베트남을 부강하고 국제사회에서 당당한 나라로 만들겠다는 목표로 희망찬 계획을 주도면밀하게 추진 중이다.

이는 지난 39년간의 도이머이(Đổi Mới) 개혁‧개방화 성과를 발판으로, 2045년까지 1인당 국민소득 1만2천 달러 달성 및 선진국 진입을 위해, 총비서에 취임한 지 1년도 안 됨에도 행정의 비효율성 제거와 부정부패를 척결, 성과 중심 체계로 국가조직을 전환하였다. 지난 3월 1일부로 22개 중앙정부 부처를 14개로 축소개편 하였고, 7월 1일에는 63개 성(省)단위 행정구역을 34개 단위로 통폐합하면서 ‘국가 대개조’사업을 단행한 것이다. 국가조직을 통폐합하고 행정 효율화를 위해 공무원을 25만 명이나 감축하는 과감한 구조조정을 전격적으로 단행한 것은‘제2의 8월 혁명’ 혹은 ‘제2의 도이머이 개혁’에 비유되는 대개혁이었다.
 
베트남은 ‘국가 대개조’작업을 통해 행정의 효율성을 제고하고, 금리 인하와 부가세율 인하 연장, 인프라 투자 가속화 등 각종 경기부양책을 총 가동하고 있다. 중장기적으로는 디지털 전환과 과학기술 혁신을 동력으로 삼아 향후 20년간 연평균 6% 이상 성장률을 달성함으로써 2045년 선진국으로의 도약을 현실화하겠다는 것이 또럼 총비서의 국가발전 기본 구상이다. 또한, 최첨단 과학 분야 인재 양성, 재생 에너지 생산, 2050년 탄소중립과 녹색성장 국가전략을 수립하고, 글로벌 기후협약 및 에너지전환 이니셔티브에 적극 동참하여 국제사회에서 베트남을 “친환경 선도국” 이미지를 구축하려고 하고 있다. 이는“베트남 발전이 국제평화·번영과 분리될 수 없다”는 또럼 총비서의 지론으로, ASEAN은 물론 미국·중국·EU 등 주요국과의 협력뿐 아니라 한국과의 경제협력 강화에도 높은 관심을 보이는 배경이다. 대를 이어온 철저한 공안통으로 국가안보 문제뿐만 아니라 베트남을 부강한 선진국으로 발전시키려는 경제통 국가지도자로 자리매김하려는 또럼 총비서의 의지가 이번에 방한을 결심하게 되었고, 한국과의 긴밀한 협력 관계증진은 2045년 선진국 도약에 가장 강력한 힘이 될 것이다.
 
한‧베 경제협력 173배 성장…포괄적 전략동반자 관계로 격상
 
1992년 외교 관계 수립 이후 지난 33년간 경제협력의 비약적 성장은 한‧베 관계의 가장 눈부신 성과다. 국교 수립 당시 연간 5억 달러에 불과했던 양국 교역액은 2024년 USD 867억로 무려 173배나 급증했다.
 
베트남은 한국의 3대 교역상대국(중국·미국에 이어 3위)이며, 한국 역시 베트의 3위 교역국으로 상호간 핵심 무역 파트너가 되었다. 특히 2020년대 들어 한국에 대한 베트남의 수출이 크게 늘고, 한국의 베트남 투자도 활발해지면서 2022년부터 양국 교역 규모는 일본을 제치고 한국-아세안(ASEAN) 국가 간 최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2024년 한국의 대베트남 수출액은 USD 583억(2023년 USD 535억보다 9.1% 증가), 대베트남 수입액은 USD 284억(2023년보다 9.6% 증가)하여 전체 교역량은 2023년(USD 794억)보다 9.2%(USD 73억) 증가한 USD 867억로 집계됐다. 1위 중국(USD 2729억), 2위 미국(USD 1999억)에 이어 세 번째로 큰 것이다. 중국의 32%, 미국의 43% 수준에 해당된다.
이러한 추세에 힘입어 양국 정부는 “2030년까지 교역액 1,500억 달러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산업협력 다변화를 통해 충분히 달성 가능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베트남 투자국 통계에 따르면, 한국은 1990년대부터 누적으로 2024년까지 베 누적 투자액 920억 달러 이상을 기록하여, 전체 외국인투자액의 18.3%를 차지하고 있고, 70만 명의 노동자를 고용하고 있다. 한국은 명실상부한 베트남 최대 투자국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2024년도 한해만도 70억6천만 달러를 투자하여 당해년도 총 외국인투자의 18.5%를 차지하였다. 200억 달러 이상을 투자한 삼성은 베트남에 외국인투자기업 가운데 최대 투자 기업으로, LG, SK, 롯데, 현대차, POSCO, 두산, 금호 등 한국 대기업들은 베트남 제조업 발전을 견인하고 있는 일등공신들이다.
 
2009년 삼성전자가 박닌성에 휴대폰 공장을 설립한 이후 삼성은 베트남 수출의 약 20%를 차지하는 단일 최대 기업이 되었고, 세계 스마트폰 생산량의 50%를 생산한다. LG는 하이퐁에 가전복합단지를 조성해 전 세계로 TV·가전제품을 수출하고 있고, 포스코·현대제철 등 철강사들은 냉연강판·봉형강 공장을 운영하며 베트남 산업화를 뒷받침하고 있다.
 
K-Mart 등 편의점, 신한은행, 우리은행 등 한국의 유통·금융기업들도 베트남 시장에서 사업을 확장 중이며, KOTRA를 비롯한 한국 공공기관들이 스타트업 육성, 스마트시티 건설, 전자정부 구축 등 베트남 정부의 현대화 사업에 적극 참여하고 있다.
 
양국은 2022년 12월 베트남 응우옌쑤언푹 주석(당시) 방한을 계기로 관계 격상을 선언하고, 2009년 체결한 기존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를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로 격상시켰다.
 
이에 양국은 행동계획(Action Plan)에 따라 핵심광물 공급망, 신재생에너지, 첨단기술, 스마트시티 등 새로운 협력 분야를 구체화했다. 한국은 베트남의 최대 공적개발원조 공여국으로 EDCF 자금을 활용하여 하노이 및 호찌민시의 도시철도 건설, 중부지역 SOC사업 등에 자금과 기술을 지원하고 있다.
 
이번 또럼 총비서의 방한을 계기로 베트남이 추진 중인 북남 고속철 건설 사업에 한국 기업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요청하고, 원자력 건설 분야는 물론 국방 안보 분야에 베트남 방어 체계 전환을 심도 있게 논의하는 것도 필요하다. 이는 공안통인 또럼 총비서의 최대 관심 분야임과 동시에 2045년 부강한 나라 건설 목표와 목표와 부합하기 때문이다.

한강과 홍강이 동해에서 만나 평화의 합창가를!
 
이제 한국과 베트남은 보다 성숙한 동반자관계로 나아가야 한다. 양국 모두가 경제와 안보 분야에서 상호 협력관계 증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현재 한국은 베트남에서 매년 250억~300억 달러대의 최대 무역 흑자를 보고 있고, 베트남은 한국과의 무역에서 적자가 지속되고 있는 구조여서 이에 대한 베트남 측의 입장도 제시될 수 있다. 베트남 입장에서는 한국에서 중간재를 수입해 완제품으로 재수출하는 산업 구조상 어쩔 수 없는 측면이 있으나, 향후 현지 부품 국산화가 늘고 베트남 소비재 수요가 증가하면 무역구조도 균형적으로 개선될 여지가 있다. 이를 위해 한국 기업들은 기술 이전과 현지 부품 조달을 확대할 필요가 있고, 베트남도 투자 기업들에 대한 지식재산 보호와 행정 효율화를 통해 기업환경을 개선해야 할 것이다. 베트남 정부는 디지털 전환 및 4차 산업혁명을 핵심 국정과제로 삼고 있어, 한국의 ICT·벤처 생태계와 연계한 스타트업 육성, 인공지능(AI) 인재 양성 등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는 점도 양국이 서로 협력할 수 있는 분야이다.
 
향후 새로운 30년 협력을 위해 인적교류와 교육훈련을 첨단기술 분야로 확대해야 할 필요성 속과 미국과 중국의 첨예한 갈등 속에서 양국 수뇌부가 어떤 전략적 자율성을 찾을 수 있을지 오는 8월 11일 예정된 이재명 대통령과 또럼 총비서의 정상회담 결과가 기대된다.
 
‘지나온 33년’의 화해와 협력이 그러했듯 ‘향후 30년’ 또한 한‧베 양국이 손잡고 나가 경제 기적을 이룬 한강과 홍강이 동해에서 서로 만나 세계 평화를 함께 노래 부르는 날이 오기를 기대해 본다.
 
 
필자 주요 이력
▷응우옌짜이대학교 총장 ▷전 조선대 교수 ▷전 베트남학회 회장 ▷전 KGS국제학교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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