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브로맨스' 연이은 균열…푸틴 이어 모디와도 급속 냉각

  • "인도, 트럼프 압박에도 러시아 원유 구매 강행 시사"

  • 트럼프 최측근 "인도, 러 원유 구매로 전쟁자금 지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20년 2월 25일 인도 뉴델리 방문 당시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와 악수하던 모습 사진AF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이 2020년 2월 25일 인도 뉴델리 방문 당시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와 악수하던 모습. [사진=AF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 사이의 ‘브로맨스’(남성들의 친밀한 우정)에 균열이 생기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인도가 대미 무역 협상과 러시아산 에너지 구매 문제에서 미국 요구에 양보하지 않고 있는 것이 두 정상 사이의 관계를 급랭시켰다는 시각이다.
 
여기에 트럼프 대통령의 인도-파키스탄 휴전 중재 역할을 모디 총리가 인정하지 않고 있는 점도 일부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3일(현지시간) 인도의 러시아 원유 수입 지속 및 대미 무역협상 교착, 인도-파키스탄 간 휴전 중재 공로 인정 거부 등을 계기로 트럼프 대통령의 인도에 대한 태도가 급격히 냉각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자신 소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인도가 중국과 함께 러시아 에너지 최대 수입국이 되고 있다”며 러시아산 원유 수입 중단 요구와 함께 추가 제재 가능성을 내비쳤다.
 
이튿날에는 “인도가 러시아와 뭘 하든 상관없다”며 “그들은 망한 경제를 함께 망가뜨릴 수 있다”고 비꼬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2기 임기 초까지만 해도 모디 총리와 돈독한 사이임을 과감히 드러냈다. 그는 지난 2월에는 모디 총리를 백악관으로 초청해 본인보다 ‘훨씬 더 강한 협상가’라고 치켜세웠다.
 
이에 모디 총리도 트럼프 대통령의 구호 ‘마가’(MAGA·Make America Great Again·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를 본떠 “인도를 다시 위대하게 만들고 싶다”고 화답했다.
 
그러나 양국 간 무역 협상이 속도를 내지 못하면서 분위기는 급속하게 얼어붙었다.
 
미 정부는 지난 1일 세계 각국에 대한 조정된 상호관세율을 발표하며, 인도산 제품에 25% 관세를 부과할 방침을 밝혔다. 이는 한국(15%), 일본(15%), 베트남 등 동남아(19~20%)에 비해 크게 높은 수준이다.
 
미국과 인도의 무역 협상 쟁점은 인도 내 고용의 40% 이상을 담당하는 농업시장 개방이다.
 
미국은 농산물 및 유제품 관세 인하를 요구하고 있다. 반면 모디 행정부는 강력한 유권자 집단인 농민들의 반발을 의식해 난색을 표하고 있다.
 
지난 5월 인도-파키스탄 간 무력 충돌 이후 휴전 협상 공로를 둘러싼 인식 차도 갈등 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팀이 휴전 협상을 중재했다고 강조했고, 파키스탄은 이런 발표를 환영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을 노벨평화상 후보로 추천했다.
 
이에 반해 모디 총리는 지난달 중순 트럼프 대통령과 통화에서도 휴전이 미국 등 제삼자의 중재로 이뤄지지 않았다고 강조하고 트럼프 대통령의 방미 초청도 거절했다.
 
이런 모디 총리의 자세에 트럼프 대통령은 개인적으로 분노했으며, 모디 총리가 자신에게 휴전 중재에 따른 감사의 뜻을 나타내지 않아 화가 났다고 측근들에게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모디 총리 사이가 한층 벌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과 모디 총리의 사이가 한층 벌어질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인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우크라이나 전쟁 휴전 압박을 무시해 온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상대로 제재를 예고하며 인도의 러시아산 원유 수입에 대해 경고했지만 인도는 러시아 원유 수입을 강행할 뜻을 나타냈다.
 
미 뉴욕타임스(NYT)는 인도 고위 당국자 2명을 인용해 인도가 트럼프 대통령의 경고에도 러시아 원유를 계속 구매하겠다는 방침을 시사했다고 보도했다.
 
지난 7월 31일 란디르 자이스왈 외무부 대변인도 기자회견에서 러시아에 대한 정책에 변화는 없을 것임을 시사했다.
 
자이스왈 대변인은 “여러 나라와의 양자관계는 그 자체로 가치 있으며 제3국의 관점으로 바라봐선 안 된다”며 “인도와 러시아는 꾸준하고 오랜 세월 검증된 협력 관계를 맺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모디 총리는 인도 국민들을 향해 자국산 제품 구매를 촉구했다.
 
모디 총리는 지난 1일 인도 북부 우타르프라데시주에서 열린 한 행사에서 “세계 경제는 지금 여러 불안 속에 있으며, 불확실한 분위기가 감돌고 있다”며 “이제 우리가 무엇을 사든 기준은 단 하나여야 한다. 바로 인도의 땀으로 만들어진 제품을 사야 한다”고 강조했다.
 
모디 총리의 이번 발언은 그의 오랜 정책인 ‘메이크 인 인디아’ 캠페인을 강화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트럼프 최측근 백악관 당국자는 3일 인도가 러시아산 원유를 수입함으로써 사실상 러시아에 전쟁자금을 제공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스티븐 밀러 백악관 정책 담당 부비서실장은 이날 폭스뉴스에 출연해 “트럼프 대통령이 분명하게 밝혔듯이 인도가 러시아산 원유를 구매해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속하도록 자금을 지원하는 건 용납할 수 없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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