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 안팎을 오가며 안정적인 흐름을 보이고 있지만 소비자가 피부로 느끼는 '장바구니 물가'는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특히 서민 생활과 밀접한 중저가 제품 가격 상승세가 커지는 '칩플레이션(Cheapflation)' 현상이 가계에 부담이 되고 있다.
5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7월 생활물가지수는 119.22(2020=100)로 전년 동월 대비 2.5% 상승했다.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2.1%)보다 0.4%포인트 높은 수준이다.
생활물가지수는 물가를 구성하는 458개 품목 중 소비자가 자주 구매하는 품목 144개로 구성된 지표다. 통상 체감 물가에 보다 가까운 것으로 평가된다.
품목별로 보면 수박이 전년 대비 20.7% 오르면서 가장 큰 상승 폭을 보였고 마늘(18.7%), 귤(15%), 시금치(13.6%) 등도 급등했다. 1년 전에 비해 가격이 하락한 품목은 당근(-41.3%)과 상추(-12.3%) 등 25개 품목에 불과했다.
지난해 물가가 높았던 기저효과가 작용했다고 통계청은 설명했다. 실제로 전달과 비교하면 상승 폭이 두드러진다. 시금치는 무려 78.4% 급등했고 배추(25.0%), 상추(30.0%) 등 채소류 가격이 큰 폭으로 상승했다.
박병선 통계청 물가동향과장은 "출고가 인상 영향 등으로 가공식품 물가가 전체 물가 상승률을 끌어올리고 있다"며 "여기에 채소·과실 물가도 영향을 미쳤다. 채소·과실 물가는 지난해에도 높았기 때문에 전년 동월 대비로는 상승 폭이 크지 않지만 전월 대비로는 상승 폭이 크다"고 설명했다.
계절에 따라 가격 변동이 큰 품목으로 구성된 신선식품지수는 1년 전보다 0.5% 하락했지만 전월 대비로는 2.0% 상승했다. 특히 신선어개(생선·조개류) 물가는 1년 전보다 7.6% 올라 2023년 2월(8.1%) 이후 2년 5개월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가공식품·외식 물가도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큰 폭으로 웃돌았다. 빵·라면 등 가공식품 물가는 전년 대비 4.1% 올라 4개월 연속 4%대 상승률을 보였다. 할인행사 등 영향으로 전달(4.6%)보다 상승 폭은 축소됐지만 행사가 끝나면 다시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외식 물가는 전년 대비 3.2% 올라 오히려 상승 폭이 전월(3.1%)보다 커졌다. 외식 물가를 구성하는 39개 품목 중 피자를 제외한 38개 품목 물가가 상승했다. 생선회·커피·치킨 등 품목이 상승세에 주된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석유류는 1.0% 떨어져 하락세로 돌아섰다. 중동 지역 지정학적 리스크가 완화돼 국제 유가가 비교적 안정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전체 물가 상승률과 달리 장바구니 물가가 오르면서 중산층과 서민 가계에 직접적인 부담이 되고 있다. 정부의 칩플레이션 대응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정부도 먹거리 물가를 잡기 위해 7월에 이어 8월에도 식품·유통업체들과 손잡고 라면, 과자 등 수요 많은 가공식품 할인행사를 지속하고 있다. 수박 등 폭염·폭우 영향이 큰 품목에 대해 정부 할인지원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최근 가격이 오른 쌀도 유통업체와 협력해 20㎏당 3000원씩 할인행사를 열기로 했다.
민생회복 소비쿠폰 지급으로 수요 증가가 예상되는 한우는 이달에도 공급량을 평상시보다 30% 확대할 방침이다.
이형일 기획재정부 1차관은 이날 물가관계차관회의에서 "기상 영향으로 일부 품목 가격 강세가 이어져 서민 부담이 지속되고 있다"며 "기상 악화로 인한 농축수산물 가격·수급 변동성이 최소화되도록 품목별 관리에 만전을 기해 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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