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가비부터 줄이자"…40대·자녀 가구까지 지갑 안연다

  • 10명 중 7명 "여가비 절감 또는 동결"

  • 20대 여성만 예외적 상승세

  • 여가 축소, 삶의 질 저하로

사진컨슈머인사이트
[사진=컨슈머인사이트]
국민들의 여가 소비 심리가 얼어붙었다. 단순히 저소득층이나 자영업자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경제활동의 허리인 40대와 자녀를 둔 가구까지 여가비를 줄이겠다고 답했다. 여가가 삶의 질을 지탱하는 ‘숨구멍’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이는 단순한 지출 감소를 넘어 사회적 경고음으로 읽힌다.

여행·여가 전문 조사기관 컨슈머인사이트의 ‘여가·문화·체육 주례조사’ 결과, 2025년 상반기 여가비 지출이 늘었다는 응답은 32%로 3년 전보다 7%포인트 줄었다. 같은 기간 “비슷하다”는 응답은 45%에서 53%로 늘었지만, 물가가 10.9% 오른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감소’로 풀이된다.

앞으로의 계획을 물은 질문에서도 사정은 다르지 않았다. “늘리겠다”는 응답은 3년 새 13%포인트 빠졌고, 10명 중 7명(69%)은 “줄이거나 지금 수준을 유지하겠다”고 답했다. 특히 올해 수치는 상반기(6월 2주) 기준으로 이미 전년보다 3%포인트 하락한 상태인 만큼, 연말까지는 더 큰 하락세가 예상된다.

연령별로는 20·30대가 상대적으로 높은 지출 의향을 보였고, 특히 20대 여성은 절반 가까이가 “지출이 늘었다”(49%)고 답해 두드러졌다. 그러나 40대(-10%포인트, -16%포인트)와 자녀 아동기 가구(-11%포인트, -16%포인트)의 하락 폭은 유난히 컸다. 경제활동과 양육을 동시에 책임지는 핵심 세대의 지출 여력이 약화하고 있다는 점이 드러난 셈이다.

소득 수준별 차이도 뚜렷했다. 월소득 700만원 이상 가구와 300만원 미만 가구의 지출동향 차이는 3%포인트에 불과했지만, “앞으로 늘리겠다”는 지출 의향 질문에서는 10%포인트 격차를 보였다. 고소득층은 현재 지출을 유지·확대하려는 경향이 있으나, 저소득층은 향후 여가비를 줄일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다.

직업별로는 경영·전문직과 사무직이 상대적으로 높았지만, 자영업자의 지출 의향은 24%에 그쳤다. 이는 월소득 300만 원 미만 가구보다도 낮은 수준으로, 코로나19 이후 이어진 장기 불황이 여가비 축소로 직결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여가비 지출 축소는 단순한 돈 문제로 끝나지 않는다. 여가비 지출의 현재보다 미래 의향 감소 폭이 더 크다는 점(-13%포인트)은, 당장보다 장기적으로 여가 활동이 더 위축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시사한다.

스마트폰 기반의 동영상·게임 등 ‘비대면 여가’가 빠르게 확산되면서 전통적인 여행·문화·레저 산업은 장기적 수요 공백에 직면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여가비 축소가 구조화될 경우 문화 소비 전반이 위축될 수 있다”며 “세대와 계층별 맞춤형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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