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융투자 세계의 오랜 격언인 '오컴의 면도날 원칙'이 뒤집어질까.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단순성이 미덕이라는 금융의 전통으로 여겨진 오컴의 면도날 원칙에 정면으로 도전하는 연구가 나왔다고 밝혔다. 미국 예일대와 스위스 취리히 연방공대 연구진은 방대한 매개변수를 활용한 초복잡 모델이 오히려 미래 수익률을 더 정확히 예측할 수 있다고 발표했다. 이들이 공개한 '수익 예측에서 복잡성의 미덕'에 따르면 12개월 분량의 데이터를 가지고, 1만2000개의 매개변수를 가진 모델을 실험한 결과 미래 예측력이 높아진 것이다.
이를 통해 연구진은 '오컴의 면도날이 아닌 오컴의 실수가 아닐까'하는 질문을 던졌다. 인공지능(AI) 발전으로 복잡성이 높아져 최고의 엔지니어와 데이터 정제 기술이 투자의 성과를 좌우하게 된다는 것이다. 더욱이 '규모의 경제' 속 대형 펀드로의 시장 집중도가 더욱 커지고 있다.
이코노미스트는 복잡성이 장점이 될 경우, 투자 업계가 크게 바뀔 것이라 봤다. 또한 최고의 머신러닝 엔지니어 채용이 상당히 중요해져, 실제 빅테크 기업처럼 천문학적인 연봉을 안겨줄 수 있다고 예측했다.
그러면서 이코노미스트는 "초거대 모델을 훈련하고, 실행하려면 막대한 컴퓨터 자원이 필요하기에 대형 투자사일수록 유리해져, 소형 투자사가 따라가기 어려워질 것"이라며 "인간은 아직 첨단 머신러닝 모델이 내부적으로 어떻게 작동하는지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에 투자자들은 점점 더 '블랙박스 알고리즘'에 의존하게 되고, 해석이 거의 불가능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내놨다.
이에 이코노미스트는 "단순 모델은 쉽게 구현하고, 투자자가 그 원리를 이해하거나 조정하기 쉬운 반면, 새로운 모델들은 잘못 작동할 시, 단순한 저성과에서부터 전략 전체의 붕괴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 그렇게 되면 다시 '면도날 원칙'을 그리워하게 될지도 모른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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