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6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한은 조사국과 금융결제국은 소비쿠폰 효과를 실측하기 위해 간편결제(페이) 데이터와 서베이를 통한 소비쿠폰의 부문별, 지역별 소비진작 효과를 분석하고 있다. 이번 소비쿠폰이 코로나19 팬데믹 때와 달리 사용처와 사용기한을 제한하고 소득별 차등 두면서 예상보다 재정승수(지출이 성장률에 미치는 영향)가 높을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분석에 착수한 것이다.
한은 관계자는 "코로나 때와 달리 일정 기간 내 모두 사용하도록 설계돼 소비로 직접 유도되는 부분이 클 수 있다"며 "저축이나 대출상환 등의 누수가 상대적으로 적을 수 있어 소비 증가 효과가 기존 현금성 이전지출보다 더 클 수 있다는 의미"라고 밝혔다. 연매출 30억 이하, 해당 지역에서만 사용 가능하게 설계한 점과 관련해서도 "단기간 지역경제 내 다양한 자영업자 매출이 증가하면서 이론적으로는 플러스 효과가 나타날 수 있어 분석 중이다"라고 설명했다.

당시 담당 부서는 일반적 이전지출과 달리 현금이 아닌 소비기한이 정해져 있는 쿠폰은 구축효과가 상대적으로 더 작게 나타날 수 있다고 답했다. 구축효과는 정부가 재정지출을 늘리면 이자율이 상승해 기업의 소비가 위축되는 현상으로 실제 지급액 대비 소비 진작 효과가 작다는 의미인데, 이런 현상이 지난 코로나 때보다 작아 실질 소비가 더 증가했을 수 있다는 해석이다.
시장 전문가들은 민생쿠폰 13조원이 3분기 내 모두 사용된다면 소비쿠폰은 3분기 민간소비를 약 0.8% 증가시키고, 3분기 국내총생산(GDP)은 0.3%포인트 높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한국개발연구원(KDI)에 따르면 2020년 코로나19 재난지원금 지급 당시 정부 지원금의 약 19~37%가 신규 소비로 창출됐는데 이를 반영해 추산한 결과다.
류진이 KB증권 연구원은 "하반기는 본격적으로 정부의 재정정책이 효과를 발휘하는 시점"이라며 "새정부가 들어선 이후 신속 재정 집행이 이뤄진 데다 3분기부터는 1~2차 추경 효과도 직접 반영될 수 있는 시점인 만큼 정부 부문은 정부소비·투자 직접적으로도, 소비쿠폰을 통해 간접적으로도 성장을 견인해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소비쿠폰 지급 이후 국내 8월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2018년 1월 이후 7년7개월 만에 최고치를 나타냈다. 한국신용데이터(KCD)가 소상공인 사업장 32만9154곳의 카드 매출 자료를 분석한 결과 소비쿠폰이 풀리고 한 달간 소상공인 매출이 1년 전보다 약 6.44%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강예원 KCD 데이터 총괄은 "소비쿠폰이 전국적으로 소상공인 매출을 끌어올리고 있으며 연 매출 30억원 이하 소규모 매장에서 뚜렷한 효과가 확인됐다"고 말했다.

한은 경제연구원은 국제통화기금(IMF) 워킹페이퍼에 등재된 '경기 순환적 재정 승수'를 소개하며 "재정승수는 정책조합과 금융여건에 민감하게 반응하므로 재정확대 정책 시행 시 효과를 위해선 통화정책과 긴밀한 조율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금융여건이 악화된 상황에서는 재정정책 효과가 제한될 수 있으므로, 금융스트레스 지표를 적극적으로 모니터링하여 정책의 기대효과를 현실적으로 평가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편 정부는 다음 달 22일부터 소득 상위 10%를 제외한 국민 90%에게 10만 원씩 2차 소비쿠폰을 준다. 소비쿠폰 지급 대상은 월 소득 기준으로 1인 가구 502만원, 2인 가구 825만원, 3인 가구 1055만원, 4인 가구 1280만원 이하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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