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27 대출 규제 이후 관망세를 보이던 수도권 부동산 시장이 최근 다시 국지적으로 꿈틀거리는 가운데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아파트가 다시 수요자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 지난 몇 년 동안 신축 아파트 쏠림 현상, 이른바 '얼죽신(얼어 죽어도 신축 아파트)'이 트렌드로 자리 잡았으나 높아진 분양가에 집값도 올 들어 치솟으면서 가격 경쟁력이 있는 아파트가 떠오르는 모습이다.
4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서울의 연령별 아파트 매매가격 지수를 분석한 결과 7월 기준으로 5년 초과~10년 이하 아파트가 올해 1월과 비교해 5.2% 오르며 올 들어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이어 20년 초과(4.9%), 10년 초과~15년 이하(4.6%), 15년 초과~20년 이하(3.9%) 순이었다.
반면 그동안 ‘얼죽신’ 열풍을 일으켰던 5년 이하 신축 아파트는 이 기간 3.7% 오르며 가장 낮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5년 이하 신축 아파트 가격 상승률이 높지 않은 이유는 높은 분양가 때문으로 분석된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민간아파트 분양가격 동향 자료에 따르면 7월 말 기준 서울 아파트 서울 아파트의 ㎡당 평균 분양가격은 1374만5000만원으로 집계됐다. 3.3㎡로 환산하면 4543만8000원에 달한다. '국민 평형’으로 불리는 전용면적 84㎡ 아파트를 분양받으려면 15억원 이상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또 고금리와 공사비 급등으로 분양가가 높아진 가운데 신축 아파트는 대부분 고가 단지여서 가격 부담을 느낀 실수요자들이 준신축 또는 노후 아파트를 선택하는 사례가 늘어나는 것도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이번 사례에서 주목할 점은 바로 준공 15년 초과~20년 이하 아파트다. 가격 상승률이 다른 연수대 아파트에 비해 낮아 저평가를 받고 있는 상황이지만 실수요자로서는 오히려 이 연수대 아파트가 가성비 측면에서 가장 나을 수 있기 때문이다.
우선 강북권에서는 서대문구 홍제동 인왕산힐스테이트가 실거주 목적의 가성비 아파트로 주목을 받고 있다. 이 아파트는 2000년 준공된 총 700가구 규모 단지로 3호선 무악재역 역세권에 위치해 안국역, 을지로, 종로는 물론 고속터미널, 압구정 등 강남으로도 출퇴근이 가능하다. 인왕산이 가까워 숲세권 장점이 있는 단지이기도 하다. 전용면적 59㎡ 기준 최고가 8억7000만원이었으나 현재 시세는 6억7~8000만원에 형성돼 있다. 전세 시세는 3억~4억원 중반대다.
1999년 준공한 중구 신당동 약수하이츠도 대표적인 가성비 아파트로 꼽힌다. 행정구역은 중구지만 최근 떠오르고 있는 성동구가 바로 인접해 있고, 지하철 3·6호선 환승역인 약수역을 도보로 이용할 수 있다. 전용 84㎡ 매물이 올해 6월 12억원에 거래됐는데 최고가와 비교하면 4억원 이상 저렴한 가격이다. 전세 매물도 7억원대에 형성돼 있다. 특히 인근에 위치한 신금호파크자이보다 단지 규모도 크고 입지도 좋다는 평가인데 가격은 60~70% 수준이다.
재개발 사업으로 신축 아파트가 대거 들어서고 있는 동대문구에서는 이문동 이문현대가 눈에 띈다. 2000년 준공된 총 601가구 규모 단지로 1호선 신이문역이 가까워 종로, 서울역, 용산 등 주요 업무지구로 출퇴근하기 편리하다. 두 정거장 거리인 광운대역에는 GTX-C노선이 지날 예정이다. 전용 86㎡ 기준 최고가는 7억7000만원을 기록했지만 현재는 6억원 초중반에 거래되고 있다.
소규모 단지지만 강남에 위치한 가성비 아파트도 있다. 강남구 대치동 대치우정에쉐르1은 2004년 준공된 총 80가구 단지로 2호선, 수인분당선 선릉역을 도보로 이용할 수 있는 초역세권 단지다. 2호선 삼성역도 한 정거장 거리다. 최고가는 9억2000만원, 최근 거래가는 5억9000만원이다.
고준석 연세대 상남경영원 주임교수는 "부동산 가치는 결국 입지가 가장 중요한데 신규 공급 감소가 불가피한 상황에서 현재 좋은 입지에 있는 가격 경쟁력을 갖춘 단지는 가치 측면에서도 주목할 만하다"며 "다만 대출 규제 이후 시장이 워낙 혼조세를 보이고 있고 추가 대책 등 시장 변동성이 심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생활 여건, 예산 등을 고려해 내 집 마련 전략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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