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구금 사태] "미국인만 고용하라" 극한 리쇼어링...車·반도체·조선 '불똥' 전전긍긍

  • 공장만 세우는 것 안 돼...건설·가동에도 미국인 고용

  • 숙련 인력 파견 어려움에 한국 기업 사업 차질

  • 저숙련 고임금 미국 노동자 한계점 우려도

  • 동반자법 제정이 해법...12년간 의회에 발 묶여

美조지아주 한국인 무더기 구금에 긴급대책회의 사진연합뉴스
'美조지아주 한국인 무더기 구금'에 긴급대책회의 [사진=연합뉴스]

미국 내 공장 구축·운영을 미국 인력으로만 하라는 트럼프식 극한의 리쇼어링(제조업 복귀) 정책이 현실화하면서 한국 기업들이 곤혹스러운 상황에 내몰리고 있다.

7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인 근로자 350명 이상이 현지에서 구금됐다가 간신히 풀려났지만 미국 내 제조업 투자를 고려 중이거나 이미 진행 중인 국내 기업들은 여전히 불안감을 호소한다. 

이번 단속·구금이 단순한 불법 고용 문제를 넘어 '트럼프식 리쇼어링' 핵심 기조를 보여준다는 평가가 나오기 때문이다. 리쇼어링은 생산비와 인건비 절감 등을 이유로 해외 생산 시설을 다시 자국으로 들여오는 정책을 말한다. 

재계와 증권가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단순히 미국 공장 건설을 종용하는 데 그치지 않고 가동 과정에서 투입되는 인력까지 철저히 미국인으로 채워야 한다는 압박을 가한 것으로 분석한다.

일례로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후 불법 이민을 미국인 일자리를 뺏는 최악의 범죄로 규정하고 이민세관단속국(ICE)을 앞세워 레스토랑, 호텔, 농장 등을 급습해 6만명 넘는 사람들을 구금했다. 

자국 제조업 생태계 부흥을 위해 제도적 융통성을 발휘하는 일본과 대조를 이룬다. 일본 정부는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인 대만 TSMC 공장을 유치하기 위해 대만 기술 인력이 관광 비자로 입국해 일하는 것까지 허용하고 있다.

숙련된 한국 인력을 단기 파견할 수 있는 길이 막히면서 한·미 협력 확대를 기획 중이던 기업들에 적잖은 파장이 예상된다. 특히 마스가(MASGA·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 프로젝트 시행에 대한 우려가 크다. 무너진 미국 조선업을 되살리는 게 목표인 마스가는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 소속 한국 조선 기술 전문가의 지속적인 파견이 전제되지 않으면 프로젝트 자체가 성사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 밖에도 삼성·SK·현대차·LG 등 미국에 진출해 있는 110곳 이상 한국 기업들이 숙련 인력 확보 어려움으로 사업 일정 등에 차질이 생길까 걱정하고 있다.

미국 내 제조업 인력의 고질적 문제인 높은 임금과 낮은 생산성도 한국 기업들로서는 부담이다. 배터리 산업에 앞서 미국에 진출한 반도체 업종이 직격탄을 맞고 있다. TSMC는 애리조나팹을 지으면서 초미세 반도체 공정을 구축하기 위해 대만의 숙련된 인력 파견을 결정했다가 미국 건설 노조의 극심한 반발에 직면했다. 모리스 창 TSMC 창업자도 2022년 "미국이 자국 내 반도체 제조를 늘리려고 하지만 심각한 인력 부족과 높은 인건비로 인해 경쟁력이 없다"고 지적한 바 있다.
 
사진아주경제DB
[사진=아주경제DB]

재계는 해법으로 호주·싱가포르처럼 매년 미국 취업비자 쿼터(E-4)를 할당받는 한국 동반자법 제정을 꼽는다. 기존 미국 전문직 취업비자(H-1B)는 시행 시기가 연 1회로 제한돼 있어 기업이 필요한 시기에 필요한 만큼 인력을 보내는 데 어려움이 많았다. 이마저도 연 12만개에 달하는 쿼터 대부분을 미국 빅테크가 인도·중국 엔지니어를 뽑는 데 소진해 한국에 할당되는 수량은 연 2000건 내외에 불과하다.

통상조약 비자(E-2)도 30%가 일본에 할당돼 한국 기업은 별다른 혜택을 보지 못한다. 문제 소지가 있음에도 한국 기업들이 ESTA와 B1~2 비자 등 우회로를 택해 인력을 미국에 파견하고 있는 근본적인 이유다.

미국 의회 내 친한계 의원 로비 등에도 불구하고 한국 정부 측 무관심으로 한국 동반자법은 발의된 지 12년 넘도록 의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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