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배터리 규제 지연…中 공세에 국내 3사 '유럽 수성전' 돌입

  • 규제 지연, 시간 벌었나 위기 키웠나

  • 中 점유율 40% 돌파…韓 3사 흔들

  • 탄소 경쟁력 없인 유럽 수출 불가

LG에너지솔루션 미시간 홀랜드 공장 전경 사진LG엔솔
LG에너지솔루션 미시간 홀랜드 공장 전경 [사진=LG엔솔]


유럽연합(EU)의 배터리 규제 시행이 늦춰지면서 국내 배터리 업계가 '시간을 번' 듯 보이지만, 실상은 중국 공세가 거세지며 유럽 시장 주도권이 흔들리고 있다. 단순한 환경 규제가 아닌 사실상의 무역 장벽 속에서 한국 배터리 3사(LG에너지솔루션·삼성SDI·SK온)는 기술 경쟁력에 더해 탄소 경쟁력까지 갖추지 못하면 유럽 수출길이 막힐 수 있다는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EU는 올해부터 단계적으로 배터리 규제법을 시행할 예정이었으나, 세부 지침 마련 지연과 회원국 간 이해 충돌로 본격 시행이 늦춰지고 있다. 규제의 핵심은 배터리 전 과정에 걸친 탄소발자국 공개와 검증이다. 2026년부터는 탄소 성능 등급이, 2028년부터는 최대 허용 배출치가 의무화된다. 업계 관계자는 "숨 고르기 시간이 생겼지만, 결국 유럽 시장에서는 기술력뿐 아니라 탄소 경쟁력이 수출 성패를 좌우할 것"이라고 말했다.

시장 점유율은 이미 경고음을 울리고 있다. 2023년 유럽 배터리 시장의 60% 이상을 차지했던 한국 3사의 점유율은 올해 들어 37%대로 급락했다. 같은 기간 중국 CATL은 40%를 웃도는 점유율로 한국을 추월했다. CATL을 비롯한 중국 기업들은 헝가리·포르투갈 등지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며 현지 생산 거점을 빠르게 늘리고 있다. 반면 한국 기업들의 하락세는 전기차 수요 둔화와 더불어, 유럽 완성차 업체들이 탄소 배출까지 관리하는 공급망을 선호하는 흐름과 맞물려 있다.

CATL은 이미 독일과 헝가리에 공장을 보유하고 있으며, 스페인 공장까지 더해지면 유럽 내 생산능력이 200GWh에 달할 전망이다. 업계에선 CATL이 유럽 4공장까지 검토 중이라는 말도 나온다. BYD 역시 헝가리와 슬로베니아에 이어 대규모 투자를 이어가며 "유럽 판매 전기차는 전량 유럽에서 생산" 방침을 세웠다.

국내 3사도 유럽에서 버티기에 나섰다. LG에너지솔루션은 폴란드 브로츠와프 공장을 중심으로 90GWh 이상 생산 능력을 확보하고 르노와 LFP 배터리 장기 계약을 맺었다. 삼성SDI는 헝가리 괴드 공장을 개조하며 체질 개선에 나섰지만 수요 둔화로 가동률이 문제다. SK온은 헝가리 이반차 공장 확장을 통해 연간 10GWh 생산을 목표로 하고, 현지 완성차와의 협력을 확대하고 있다.

하지만 단순한 투자 확대만으로는 부족하다. 규제 시행이 본격화되면 원재료 채굴부터 제조, 물류, 재활용까지 모든 과정에서 탄소 데이터를 확보하지 못한 기업은 유럽 시장에 발을 들여놓을 수 없다. 여기에 LFP 배터리를 앞세운 중국의 가격 공세와, 탄소국경조정제도(CBAM)의 확대 가능성까지 맞물리면 한국 기업 부담은 배가될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공급망 전반의 탈탄소화, 국제 표준 전과정평가(LCA) 체계 구축, 글로벌 인증기관과의 협력, 폐배터리 재활용 투자 확대가 시급하다고 조언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유럽 시장은 기술력과 탄소 경쟁력이 결합된 종합 역량을 요구하고 있으며, 이를 놓치면 국내 배터리 산업은 글로벌 주도권을 상실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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