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가 조직개편안을 발표한 지 일주일이 지난 가운데 조직개편은 점차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간 권한 다툼으로 번지고 있다. 정부가 금감원장의 금융사 제재에 대한 전결 권한을 축소하는 대신 금융감독위원회로 이관하는 방안을 검토하면서다. 이에 조직개편에 대한 금감원의 반발이 더 거세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 7일 조직개편안을 발표한 뒤 구체적인 이행 방안을 논의 중이다. 먼저 업권별로 다르게 설계돼 있는 제재 권한을 정비한다. 현재 금융사 임원에 대한 징계는 금융지주회사법, 은행법, 자본시장법, 보험업법 등 업권별 법률에 따라 제재권자가 다르게 설계돼 있는데 모든 금융사에 대한 중징계를 금감위가 하고 금감원은 경징계만 하는 구조가 핵심이다.
사실상 금감원장의 금융사 제재 관련 전결 권한을 축소하겠다는 의미여서 금감원 내부에서 불만이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금감원장은 기존 은행·보험사 최고경영자(CEO) 등 임원에 대해서는 중징계로 분류되는 ‘문책경고’, 일반 직원에 대해서는 면직까지 전결 권한을 행사해왔는데 이를 못하게 되는 것이다.
여기에 금감원 핵심 기능인 분쟁 조정도 금감위로 이관하는 방안이 거론돼 직원 반발을 사고 있다. 정부는 분쟁조정위원회 위원장을 금감위원장이 임명하는 형태를 구상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는 금감원 내 분쟁조정위원회가 꾸려져 있고, 금감원 부원장이 위원장을 맡고 있다.
이 때문에 금융위와 금감원 간 권한 다툼이 본격화할 수 있다는 우려마저 나온다. 이미 금융위는 그간 민간 기구인 금감원의 과도한 제재 권한을 제한할 필요가 있다며 여러 차례 법 개정에 나선 바 있다. 다만 금감원 반대에 부딪혀 실제 이뤄지지는 못했다.
두 기관 간 갈등은 금감원 노동조합 발언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윤태완 금감원 노조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 12일 금감원 로비에서 진행한 시위에서 “금융위가 분쟁조정위원회와 제재심의위원회를 가져가겠다고 한다”며 “금감원장이 그런 부분은 막아서 실질적인 결과로 보여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다만 금감위는 권한 확대에도 조직과 인력 축소가 불가피하다. 당장 기존 금융위의 국내 금융정책 기능이 재정경제부(현 기획재정부)로 이관되는 만큼 관련 조직이 재경부로 옮겨가야 한다. 현재 금융위는 8국 26과로 구성돼 있는데, 2008년 당시 금융위 신설로 사라졌던 금감위가 2국 12과였던 점을 고려하면 비슷한 수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인력 역시 대거 축소될 것으로 예상된다. 해체되기 전 금감위는 150여 명 규모였던 반면 현재 금융위는 260여 명에 달하기 때문이다. 금융위 인력 100명 정도가 세종에 있는 재경부로 자리를 옮기고 나머지는 서울 금감위에 남는 방안이 유력하다.
금융권 관계자는 “아직 분쟁조정위원회가 금융위로 옮겨가는 방안이 확정되지는 않았다”며 “여러모로 금융위와 금감원 직원들은 업무에 집중하지 못하고 혼란스러운 분위기”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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