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IA Biz] 포스트 이시바 경쟁 본격화…세제·재정정책이 승부처

  • 닛케이 "세제·재정정책과 금융정책 등이 차기 총재 선거의 쟁점"

  • 전문가 "진부한 정책으로 야당 주장에 끌려다니면 시장 기대 오래 못 가"

왼쪽부터 하야시 요시마사 일본 관방장관 모테기 도시미쓰 전 간사장 고이즈미 신지로 농림수산상 고바야시 다카유키 전 경제안보담당상 다카이치 사나에 전 경제안보담당상 사진AFP연합뉴스
(왼쪽부터) 하야시 요시마사 일본 관방장관, 모테기 도시미쓰 전 간사장, 고이즈미 신지로 농림수산상, 고바야시 다카유키 전 경제안보담당상, 다카이치 사나에 전 경제안보담당상 [사진=AFP·연합뉴스]

이시바 시게루 총리의 사임 표명으로 본격화한 자민당 차기 총재 선거가 5파전 구도로 압축된 가운데 '포스트 이시바'를 노리는 후보들이 각기 다른 경제정책 노선을 제시하면서 소비세 감세와 현금 급부(지원금)를 비롯한 세제·재정정책이 최대 쟁점으로 부상하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차기 총재 선거의 주요 쟁점은 세제·재정정책과 금융정책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로 자민당은 지난 7월 참의원 선거에서 현금 살포성 공약으로 '포퓰리즘' 논란에 휘말리며 대패한 바 있다. 참의원 선거 총괄위원회도 이러한 정책을 패배의 주요 원인으로 지적한 보고서를 채택했으며 지난 2일 열린 양원 총회에서도 "소비세 감세 대신 현금을 지급한 방침이 재정 책임과 청년 세대 신뢰를 무너뜨렸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이 같은 비판 여론을 의식한 듯 각 후보들은 현금 급부와 소비세 감세, 재정 기조를 둘러싸고 서로 다른 해법을 제시하고 있다. 모테기 도시미쓰 전 간사장은 "재정에 책임을 지겠다"며 현재 논의 중인 1인당 2만엔(약 18만8500원) 현금 급부의 보류를 주장했다. 고바야시 다카유키 전 경제안보담당상도 "일률적 현금 급부는 안 된다"고 못 박으면서도 소비세 감세에 대해서는 "성역을 두지 않고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반면 고이즈미 신지로 농림수산상은 지난 5월 한 강연에서 소비세 감세에는 시간이 걸린다며 "임금 인상의 혜택이 닿지 않는 연금 생활자 등 저소득자에 대해서는 현금 급부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난 총재 선거에서도 "재정에만 집착해 성장을 멈추게 해서는 안 된다"고 언급한 바 있다.

다카이치 사나에 전 경제안보담당상은 전 총재 선거부터 일관되게 적극 재정을 내세우고 있고 최근에는 식료품 소비세율을 0%로 낮추자는 과감한 안을 내놓기도 했다. 하야시 요시마사 관방장관은 지난 총재 선거에서 감세가 아니라 현금 급부가 바람직하다고 말했으며 지난 5월에는 소비세 인하는 적절치 않다는 입장을 거듭 밝혔다.

각 후보자의 금융정책도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다카이치 전 경제안보담당상은 지난 총재 선거 당시 일본은행의 금리 인상에 반대하며 "지금 금리를 올리는 것은 바보짓"이라고 공개적으로 견제한 바 있다. 당시 그는 "소비 심리, 투자 심리를 꺾는 일은 지금 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모테기 전 간사장은 반대로 "기본적인 방향은 디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하락) 탈피 여부를 확인하는 동시에 전례 없던 통화 완화정책을 정상화해 가는 것"이라면서도, 구체적인 판단은 일본은행에 맡기겠다고 했다. 요시마사 관방장관도 일본은행의 추가 금리 인상에 대해서는 일본은행이 판단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처럼 후보별 정책 기조가 뚜렷하게 엇갈리는 가운데 시장은 차기 총재 선출이 일본 경제에 미칠 파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글로벌 자산운용사 픽텟의 이치카와 신이치 일본 선임 연구원은 "다카이치 전 경제안보담당상처럼 적극 재정·금융완화 지속파가 총재가 되면 단기적으로는 주가가 상승하기 쉽다"면서도 "이런 정책은 인플레이션 과열을 불러 경제성장률을 떨어뜨려 장기적으로는 주가에도 손해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재정 규율파로 평가받는 이시바 정권과 거리가 상대적으로 가까운 고이즈미 농림수산상이 총재가 되면 일단은 주가가 하락할 수도 있지만 기업지배구조 개혁을 뒷받침하는 구조개혁책이 채택되면 중장기적으로는 주가 상승이 기대된다"고 내다봤다.

아울러 전문가들은 후보자들의 성장 전략 구상력이 시험대에 오르고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구마노 히데오 다이이치생명경제연구소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일본의 잠재 성장률이 0%대 중반임을 감안할 때 "진부한 정책으로 야당 주장에 끌려다니는 모습이라면 시장의 기대는 오래가지 못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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