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기고] 북극항로, 단계적 접근과 치밀한 준비가 필요하다

  • 구교훈 한국국제물류사협회장 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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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교훈 한국국제물류사협회장 [사진=아주경제DB]
최근 국제 경제는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강화와 그로 인한 경제 불확실성에 글로벌 해운업계도 침체기에 접어들었고, 해상운임의 급락과 수익성 악화가 예고된다. 이에 따라 새로운 해상물류 경로의 발굴은 더욱 중요해졌다.

해상물류 경로 발굴의 대안 중 하나가 바로 '북극항로'다. 최근 러시아가 세계 최초로 북극항로를 통한 상업적 운송을 시작한 가운데 이 항로의 가능성과 한계에 대한 논의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북극항로는 기존 수에즈운하 경유와 비교해 운송 거리와 시간을 획기적으로 단축할 수 있다. 이는 선박의 연료비·인건비 절감 등 원가 절감 효과가 크다는 장점이 있다. 일부 해운사들은 이 항로를 통해 운송비를 20~25%까지 절감할 수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다만 북극항로의 단점도 존재한다. 이 항로의 운항에는 쇄빙선 지원이 필수적이며, 이를 위한 비용도 상당하다. 특히 쇄빙선 대부분이 러시아가 운영하기 때문에 이 항로의 이용은 러시아의 통제 아래에 놓이게 된다. 또 미국과 G7의 제재가 이 항로를 이용하는 선박에 영향을 미칠 수 있으며, 이로 인해 한국은 미국의 경제적 압박을 받게 될 가능성도 존재한다. 따라서 북극항로 이용에 있어 신중한 접근이 요구된다.

한국은 원유, 철광석, 유연탄, 곡물 등 벌크화물과 액체화물의 수출입이 많은 국가여서 북극항로와 연관성이 작다고 볼 수 있다. 한국은 수출에서는 전자, 반도체, 석유화학, 철강 등 고부가가치 제품을 주로 다루고 있으며, 수입 역시 원료화물 중심이다. 

한국에서 유럽행 수출은 일정 부분 확보될 수 있겠지만 반대로 유럽에서 한국으로 돌아오는 컨테이너 물동량이 이를 따라가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이는 컨테이너 불균형 문제를 더 심화시킬 수 있다. 해운사로서는 공 컨테이너를 운송하는 데 드는 비용이 부담스러워지며, 북극항로의 상업성이 떨어질 수 있다. 북극항로에 대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한 이유이다. 

북극항로 상용화에도 여전히 여러 과제가 존재한다. 첫째, 쇄빙선의 운항 지원과 그로 인한 높은 운송비용이 큰 부담이다. 러시아가 쇄빙선 대부분을 통제하고 있기 때문에 항로를 이용하기 위한 협상에서 제약이 따를 수 있다. 둘째, 북극항로가 개척되고 있지만 아직 해빙이 진행 중이며 그로 인한 사고의 위험도 존재한다. 실제 최근에는 북극항로에서 쇄빙선 지원 없이 운항 중인 선박이 해빙에 갇혀 사고를 일으킨 사례도 있었다. 이는 향후 사고 발생 시 국제 해운업계에 큰 파장을 미칠 수 있다.

셋째, 북극항로 운항에 따른 보험료 증가 문제도 무시할 수 없다. 해운사들은 북극항로의 위험성을 고려해 선박보험료가 추가될 것으로 예상하며 이는 결국 운송비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에 각 항만과 해운사는 북극항로의 상업성과 안전성을 자세히 분석하고, 실무자 의견을 반영한 전략적 계획을 세워야 한다. 북극항로는 한국 해운업계에 새로운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 다만 단계적 추진과 국제적 협력, 상업적인 측면에서 면밀한 검토가 뒷받침돼야 한다는 점을 잊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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