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호주 기자에 독설…"앨버니지 총리에게 당신 얘기하겠다"

호주 정부 "ABC 독립성 존중…기자는 자기 할 일을 하고 있었을 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로이터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취재진과의 질의응답 도중 호주 공영방송 ABC 기자와 개인 재산 문제를 놓고 설전을 벌였다.
 
16일(현지시간)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진행된 문답 과정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ABC 기자의 질문에 격앙된 반응을 보이며 신경전을 벌였다.

ABC 기자가 재집권 이후 재산이 얼마나 늘었는지 묻자 트럼프 대통령은 “모르겠다”며 “자녀들이 가족 사업을 관리하고 있으며 내가 체결한 거래의 대부분은 그전에 이뤄진 것”이라고 답했다.

ABC 기자가 현직 대통령이 사적인 기업 활동에 지나치게 관여하는 것이 적절한지 거듭 묻자, 트럼프 대통령은 어느 언론사 소속 기자인지 물었다. 이에 기자가 ABC라고 밝히자 그는 “내 생각에는 지금 당신이 호주에 피해를 주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호주는 나와 잘 지내고 싶어 하고, 당신네 지도자가 곧 나를 만나러 올 텐데 그에게 당신에 관해 이야기해야겠다. 당신은 매우 나쁜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기자가 질문을 이어가려 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조용히 하라(Quiet)”고 제지했다.

호주는 미국의 핵심 동맹국이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재집권 이후 양국 관계는 불확실성이 커졌다. 트럼프 행정부는 전임 바이든 행정부에서 영국·호주와 맺은 안보 동맹인 오커스(AUKUS)를 재검토하겠다고 밝힌 데 이어 호주의 국방비를 국내총생산(GDP) 대비 2% 수준에서 3.5%까지 확대하라고 압박해왔다.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는 내주 유엔총회 참석차 뉴욕을 방문할 예정으로, 이 자리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회동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이번 충돌과 관련해 호주 정부는 ABC의 독립성을 존중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짐 찰머스 호주 재무장관은 “ABC와 그 독립성을 존중하며 이는 기자들이 기자회견에서 정당하게 제기하는 질문에 대해 왈가왈부하지 않는 것까지 포함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기자들은 해야 할 일이 있고, 내가 알기로 해당 기자는 워싱턴DC에서 단지 자기 할 일을 하고 있었을 뿐”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