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업재해로 발생한 경제적 손실이 지난해 38조원을 넘어섰고 최근 5년간 누적 규모는 170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사망사고 기업에 영업이익의 최대 5%까지 과징금을 부과하는 대책을 내놨지만 실제 손실 규모와 비교하면 대응이 제한적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21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김소희 국민의힘 의원이 고용노동부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산업재해로 인한 사회·경제적 손실 규모는 38조1700억원으로 집계됐다. 산재보상금 지급뿐 아니라 생산력 저하 등 미래 비용까지 반영한 추정치다.
손실액은 2020년 29조9800억원에서 4년 만에 27.3% 증가했다. 같은 기간(2020∼2024년) 누적 손실액은 170조원에 달한다.
올해도 증가세가 이어지고 있다. 상반기에만 19조6900억원 손실이 발생해 전년 동기(18조6200억원)보다 5.7% 확대됐다.
산재로 인한 근로손실일수도 매년 늘고 있다. 2020년 5534만3000일에서 지난해 6720만9000일로 21.4% 증가했다. 5년 누적 손실일수는 3억759만일에 이른다. 올해 상반기에도 3299만6000일이 발생해 전년 동기(3049만4000일) 대비 8.2% 늘었다.
노동부는 지난 15일 발표한 '노동안전 종합대책'에서 연간 3명 이상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한 법인에 대해 영업이익의 5% 이내에서 과징금을 부과하기로 했다. 영업손실을 본 기업이나 영업이익이 불명확한 기업에는 최소 30억원을 물린다는 방침이다.
다만 실제 과징금 규모는 손실액에 비해 미미하다. 최근 3명 이상 사망자가 발생한 주요 기업을 대상으로 과징금 상한을 계산해 보면 산재로 인한 추정 손실액에 턱없이 못 미친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 공개한 노동부 '재해조사대상 사망사고 현황'에 따르면 2024년에는 아리셀(23명), 대우건설·한국전력공사(각 7명), GS건설(4명) 등에서 대형 사고가 났다.
과징금 산식(최근 3년간 영업이익 평균의 5%)을 적용하면 대우건설은 약 360억원, GS건설은 136억원까지 부과 가능하다. 그러나 적자를 기록한 아리셀과 한전은 법정 하한선인 30억원만 부과된다.
노동부는 강력한 제재가 기업에도 장기적으로 이득이라는 입장이다. 권창준 노동부 차관은 노동안전 종합대책 간담회에서 "예방을 잘하면 과징금이 부과될 일이 없는데 사고를 전제해 과징금이 과도하다고 하는 것은 어폐가 있다"며 "특히 건설사에서 산재가 나면 작업 중지로 공사비 상승과 근로자 갈등이 발생하기 때문에 경제적 편익 측면에서도 이득이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제도의 사각지대 해소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박종식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한국 산재 사망자 중 80% 정도가 50인 미만 중소사업장에서 발생한다"며 "50인 미만 사업장의 산업안전보건위원회 면제, 5인 미만 사업장의 안전보건교육 면제 등 적용 제외 항목을 다시 도입해 안전보건 수준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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