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융당국의 위험가중치 조정으로 은행들의 기업대출 여력이 31조원 이상 늘어나게 됐다. 은행권은 가산금리를 줄이거나 기업과 동맹을 맺고 기업대출 포트폴리오 비중을 늘려가겠다는 구상을 세우고 있다.
21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내년부터 은행권이 신규 취급하는 주택담보대출 위험가중치 하한선은 현행 15%에서 20%로 상향 조정된다.
이에 따른 주담대 신규 공급액은 올해보다 27조원가량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은행들이 보유한 주식에 대한 위험가중치는 400%에서 250%로 줄어든다. 금융위는 이 같은 위험가중치 조정을 통해 은행권의 기업 투자 여력이 31조6000억원 확대될 것으로 추산했다.
이에 주담대 축소로 생긴 여력을 기업대출과 투자 확대로 전환하는 것이 은행권의 핵심 과제로 떠올랐다. 올 상반기 KB국민·신한·하나·우리 등 4대 시중은행의 원화대출금 중 기업대출 비중은 평균 54%를 기록했다. 은행들은 당장 4분기 내 이 포트폴리오 비중을 늘리기 위한 작업에 돌입해야 한다. KB국민은행은 현재까지 2544억원 규모의 투자금을 신생 기업에 쏟아부었다. 앞으로는 ICT 서비스 플랫폼, 인공지능(AI) 빅데이터, 핀테크 등 신사업 분야 기업의 생애 전 주기 육성·투자를 강화한다는 전략이다.
신한은행과 하나은행은 각각 로봇 기업 분야와 손을 잡았다. 시니어 금융서비스 등 상품 개발은 물론 미래전략산업을 발굴해 생산적 금융을 꾀한다는 방침이다. 우리은행은 임대업 중심의 여신을 제조업, 신성장 산업, 첨단 산업 쪽으로 전환하고 있다. 구조조정과 관세 피해를 받은 기업들과 동반 성장하겠다는 의지가 반영됐다. 우리CUBE데이터론 등 중소기업 특화 대출 상품 개발도 마쳤다.
은행들은 중소기업 대출 금리도 속속 낮추며 기업 부담을 완화하고 있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의 7월 중소기업 대출(보증서담보) 금리는 평균 4.06%로 집계됐다. 이는 2022년 9월 이후 3년 만에 최저 수준이다. 개인사업자 대출 금리도 지난달 공시 기준 평균 3.85%로 2022년 10월 이후 2년 10개월 만에 가장 낮았다.
지방은행은 내부적으로 지방 기업 육성을 위한 가산금리 인하 등을 검토하고 있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7월 기준 4개 지방은행(BNK부산·BNK경남·전북·광주)의 중소기업 대출 평균 금리는 5.2%였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16일 "지방에서 대출을 받을 때 더 낮은 금리를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하라"고 주문한 만큼 지방 기업대출에 초점을 맞추겠다는 전략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우대금리 혜택보다 가산금리를 내리는 것이 현 정권의 의중을 제대로 반영하는 것"이라며 "기존 지방기업 육성 프로그램에서 가산금리 인하 등 더 나아가는 방향을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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