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칼럼] 우리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

노희진 BNK투자증권 감사위원장
노희진 BNK투자증권 감사위원장

미국에서 300여명의 한국인 구금 사건과 김정은의 천안문 망루대 출현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10년 전에는 김정은의 자리에 박근혜가 섰고 미국이 우리를 이렇게 홀대하리란 상상을 못했다. 미국과 중국과의 관계 설정이 향후 우리의 앞날에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다.

올해 경주에서 개최되는 2025 APEC 정상회의는 우리 외교 능력의 시험대가 될 것이다. 2005년 부산 APEC 회의에서 우리 국격을 높였던 기억이 생생하다. 10월 말에 열려 얼마 남지 않은 회의의 성공을 위해 국력을 결집해야 되는데 여야간 정쟁만 계속하고 있어 우려스럽다. 

미국과 정상 회담에서 교회와  미군기지에 대한 압수수색 같은 언급이 나온 것을 가볍게 보면 안된다. 미국과 관계를 잘 유지하는 데 미국의 한국에 대한 인식이 중요하다. 한국은 교회를 탄압하고 미군을 무시한다는 인식을 주는 자체가 마이너스 요인이다. 특검의 과도한 수사는 외교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 

새로운 정부가 들어서면 업적을 내기 위해  개혁정책이란 이름으로 새로운 정책을 시도한다. 새로운 정책의 도입 시 그 효과에 대한 신중한 검토와 검증이 필요하다. 과거 개혁정책이라고 밀어붙인 정책들이 의도는 좋으나 결과가 의도했던 바와 거꾸로 나타나 우리 사회를 뒷걸음치게 만들고 국민의 삶을 어렵게 만든 사례는 쉬이 찾아 볼 수 있다.  

문제는 그러한 정책의 부작용에 대해 전문가나 이해관계 당사자가 문제를 제기해도 정책 추진 주체가 확증편향에 사로잡히면 의견을 심사숙고하기보다는 반대편의 개혁 정책에 대한 발목 잡기로 치부하고 귀를 막는다는 데  있다. 부작용이 나타나면 그때 가서 제도를 다시 바꾸면 되지 않느냐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그렇게 하면 너무 큰 사회적 비용을 치르고 한번 바뀐 제도는 이해관계자 간의 새로운 균형이 형성되기 때문에 바꾸기가 더 어렵게 된다. 

문재인 정부를 반면교사로 삼아보자. 소위 '소주성'으로 불리는 소득 주도 성장으로 노동자의 임금을 급격히 올려 30만으로 추산되는 자영업자들이 문을 닫은 것으로 언론에 보도되었다. 여기에 종사하는 근로자에게 더 나은 혜택을 주고 성장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는 믿음으로 추진된 정책이지만 많은 사람들의 일터를 잃어버리게 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부동산 정책의 잘못된 설계는 확증편향 말고는 설명하기 어렵다. 계층간의 갈등 중 부동산 문제는 핵심 이슈이다. 노무현 정부와 문재인 정부의 실질적 부동산 정책은 동일한 분이 맡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노무현 때 실패한 부동산 정책을 문재인 정부 때 답습하여 부동산 가격을 천정부지로 올려 놓았다. 

지금 우리 사회는 노란봉투법과 소위 더 센 상법 개정으로 기업 경영자의 고민이 크다. 노동자는 파업을 더 쉽게 할 수 있게 되었고 경영권 방어는 취약하게 되어 외국자본의 국내 기업 침탈이 용이하게 되었다. 노동자 보호와 소액 주주 보호라는 명분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제도 변화가 국내 기업과 노동자에게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 우려스럽다. 

노란봉투법으로 노동자의 파업권한이 강화된 것처럼 보이지만 기업들이 이러한 제도 변경으로 국내 이탈을 하게 되고 외국투자자들이 발길을 돌리고 로봇을 더 사용하게 되어 줄어드는 일자리를 감안하면 반드시 노동자에게 이득이라고 하기도 어려울 것이다. 미국은 해외 투자기업을 불러들이고 우리는 노란봉투법으로 기업이 해외로 나갈 궁리를 하게 한다. 

현금 뿌리기 정책으로 국가 채무가 늘고 인플레이션으로 취약계층이 고통을 받고 일자리를 잃어버릴 가능성이 생겨도 노동자의 파업권이 강화되었다고 마냥 박수만 칠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자본의 속성을 모르는 운동권 좌파 정치가들 탓을 해 봐야 뒤늦은 후회가 될 터이다. 노란봉투법의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하청회사와의 교섭 시 원청회사의 부담을 들어주는 등 시행상의 보완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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