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타이레놀과 아동 자폐증의 연관성을 주장하며 임신부 사용 자제를 권고하자 국내 의학계와 제약업계가 파장을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다. 업계에서는 당장 차질은 없을 것으로 보고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시장 불안과 혼선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22일(현지 시간)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임신 중 타이레놀 복용이 자폐 위험을 높이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이를 식품의약국(FDA)을 통해 의사들에게 통보할 것이라고 밝혔다.
아세트아미노펜 성분의 안전성 논란은 이전에도 꾸준히 제기돼 왔지만, 미국 대통령이 공식 석상에서 직접 언급한 것은 이례적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에 대해 과학적 근거가 충분치 않다는 반론도 이어지고 있다. 학계에서는 "근거 없는 주장으로 불필요한 불안을 조장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타이레놀 제조사 켄뷰는 성명을 통해 "타이레놀은 역사적으로 가장 많이 연구된 의약품 중 하나"라며 "십여 년 이상 진행된 연구에서도 아세트아미노펜 복용과 자폐증 사이의 인과관계를 뒷받침하는 근거는 없다"고 했다. 이어 "임신 초반 고열과 통증을 적절히 치료하지 않을 경우 잠재적으로 심각한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는 점은 의료계에 널리 알려진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향후 시장 영향과 대응 방향은 지켜봐야 할 문제라는 입장이다.
타이레놀 주성분인 아세트아미노펜은 미국 FDA 기준 임신부가 복용할 수 있는 비교적 안전한 진통 성분으로 분류돼 있다. 1955년 미국 맥닐연구소에서 출시돼 자체 브랜드로 개발됐으며 1960년 일반 의약품으로 승인됐다. 현재 다수 제약사에서 아세트아미노펜을 활용한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구승엽 서울대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뉴욕의 대학병원 등이 발표한 논문에서는 임신 중 타이레놀 복용과 출생아의 자폐증이 연관성이 있다는 연구 결과들이 있었지만, 이를 인과관계로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대한약사회는 24일 입장문을 내고 "임신 중 아세트아미노펜(타이레놀) 복용과 자폐증 사이의 연관성을 뒷받침할 근거가 부족하다"며 "적정 용량을 사용하는 한 아세트아미노펜은 가장 안전성이 확립된 약물"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식약처는 "향후 해당 업체에 의견과 자료 제출을 요청하고 관련 근거를 검토해 나가겠다"고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제약사들도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 국내 한 제약 업계 관계자는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인과관계가 부족하다는 의견이 많다"며 "미국 발표가 당장 국내 시장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 같다"고 했다.
또다른 업계 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 장기적으로 소비자 불안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있다"며 "추가 연구 결과와 당국 지침을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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