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초대석] 안용섭 서민금융연구원장 "불법사금융, 단속으론 부족…포용금융 생태계 구축해야"

  • "現 불법사금융 정책, 공급자 중심…수요 중심으로 바꿔야"

  • "취업프로그램 연계한 금융 재활·우수 대부업체 인센티브 必"

  • "고도화 되는 보이스피싱…카카오톡 등 플랫폼과 협업해야"

안용섭 서민금융연구원장은 아주경제와 인터뷰에서   라고 말했다 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안용섭 서민금융연구원장은 아주경제와의 인터뷰에서 "불법사금융 단속에만 매달리는 것은 근본 원인을 차단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불법사금융의 덫이 갈수록 교묘해지고 있다. 정부가 ‘소비자 보호’를 내세워 대대적인 단속에 나서고 있지만, 피해 현장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온라인을 무대로 한 불법광고와 디지털 추심, 대포통장·대포폰을 활용한 범죄 수법은 날로 고도화돼 피해자들의 고통을 더욱 키우고 있다. 최근 경찰은 단기간에만 수십 개 불법사채 조직을 적발했지만, SNS와 메신저를 통한 새로운 범죄 조직들이 순식간에 자리를 채우는 악순환이 이어지는 모양새다.

안용섭 서민금융연구원장은 이러한 상황을 두고 "결과만 단속할 뿐, 원인을 차단하지 못하는 불법사금융 정책의 한계"를 지적했다. 서민들이 왜 불법사금융을 찾을 수밖에 없는지 구조적 배경에 대한 고민이 결여돼 있다는 것이다. 합법 대부업이 규제와 사회적 낙인 속에 위축되면서 취약계층이 음지로 내몰리는 현실이 가장 큰 문제라는 설명이다. 그는 불법사금융으로 서민들이 넘어가는 것을 막기 위해 제도권 금융의 문턱을 낮추고, 포용금융을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후 단속에만 매달린다면 결국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와 다를 바 없다는 이유에서다.

다음은 안용섭 원장과의 일문일답.

-현 정부의 불법사금융 근절 기조를 어떻게 평가하고 있나.

현 정부가 소비자 보호를 대의명분으로 내세워 단속과 처벌을 강화한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국무조정실의 일제단속, 경찰청의 집중수사, 금융감독원의 상시 모니터링이 맞물리며 불법광고 차단, 범죄수익 몰수, 세무조사 강화 같은 가시적 성과도 있었다. 그러나 이러한 접근은 어디까지나 결과에 초점을 맞춘 것에 불과하다. 왜 서민들이 불법사금융에 손을 댈 수밖에 없는지, 그 구조적 원인을 차단하지 못한다면 단속은 임시방편에 불과하다.

-정부 대응에도 불구하고 피해자 수가 줄지 않는 배경은?
정책의 초점이 공급자 단속에만 맞춰져 있고, 수요자에 대한 실질적 금융 대책은 미비하다. 정책서민금융은 규모가 턱없이 부족하고 심사 과정도 까다롭다. 가장 취약한 계층일수록 필요한 시점에 제도권 문턱을 넘지 못한다. 채무자대리 무료 지원은 취지는 좋지만, 실제 변호사 선임까지 50일이 걸려 피해자들이 가장 절박한 순간에 방치된다. 이런 한계 때문에 피해자 수는 줄지 않고 있다.

-불법사금융 피해 신고가 매년 늘어나는 근본 원인은 무엇인가.
제도권 금융에서 밀려난 저신용자들의 현실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이들의 긴급한 자금 수요는 여전히 존재하지만 은행 문턱은 높고 합법 대부업은 규제에 막혀 있다. 결국 불법사금융 외에는 선택지가 없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실제로 불법사금융 피해 신고 건수는 매년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으며, 은폐된 피해까지 고려하면 실제 규모는 훨씬 클 것으로 추정된다.

-저신용 서민들이 직면한 현실적 어려움은 무엇인지 설명해달라.
저신용 서민들은 제도권 금융에서 철저히 배제돼 있다. 갑작스러운 의료비나 생활비, 영세 자영업자의 운영자금이 필요한 상황에서도 합법적인 통로를 찾기 어렵다. 은행 대출은 꿈도 꾸기 힘들고, 합법 대부업체들은 규제로 인해 신규 대출을 줄이거나 폐업했다. 결국 이들이 기댈 곳은 불법사금융 시장뿐이다. 높은 이자와 불법 추심에 내몰리며 생활 기반이 무너지고, 금융 소외가 곧 사회적 소외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이런 상황은 단순히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사회 전반의 양극화를 심화시키는 구조적 위험 요인이 되고 있다.

-불법사금융 추심이 초래하는 사회적 문제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추심은 단순히 채무자 개인에게 그치지 않는다. 가족, 직장 동료, 지인에게까지 연락을 돌리며 채무자의 사회적 관계망 전체를 압박한다. 이는 개인의 삶을 파괴하는 수준으로 사회적 살인에 가깝다. 피해자는 극도의 공포와 수치심에 시달리고 정상적인 사회생활이 불가능해진다. 때로는 삶 자체를 포기하게 만드는 원인이 된다. 실제 현장에서 확인되는 사례 중에는 문자 폭탄과 온라인 명예훼손, 가족·지인을 향한 협박이 반복되는 경우가 많다. 이는 단순한 빚 독촉을 넘어 인간의 존엄을 훼손하는 심각한 사회 문제다.

-피해자들이 신고를 꺼리는 이유는?
보복에 대한 두려움이 가장 크다. 2017년 조사에서도 피해자의 60% 이상이 보복 우려 때문에 신고하지 않았다고 응답했다. 신고를 해도 즉각적인 보호가 이뤄지지 않는다는 불신도 여전하다. 게다가 다른 자금 조달 수단이 없는 이들은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불법사금융을 유지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심리적 요인들이 신고 기피로 이어지고 있다. 결국 피해는 은폐·확산되고, 범죄자들은 이를 악용해 시장을 확장하고 있다.

-합법적 금융 접근성 확대를 위해 필요한 정책은 무엇인가. 
핵심은 포용금융 생태계 구축이다. 단순히 대출상품 몇 개를 늘리는 것이 아니라, 금융 소외계층이 다시 제도권으로 돌아올 수 있는 통로를 마련해야 한다. 금융·복지 연계를 통해 최저 생계비를 보장하는 안전망을 강화하고, 금융·고용·복지를 연계해 자금 지원이 실제 자활로 이어지도록 해야 한다. 취업지원 프로그램과 대출을 연계하거나 대출과 동시에 재무 상담을 의무화하는 방식도 가능하다. 해외 사례에서도 배울 점이 많다. 미국은 지역 기반 금융기관인 CDFI(지역사회개발금융기관)를 통해 저신용자 대출과 교육을 병행하고 있으며, 독일 역시 소액금융 제도를 도입해 서민들의 금융 접근성을 높이고 있다.

-정책서민금융 제도의 한계점과 개선 방향은?
현재 정책서민금융은 긴급 자금 지원에 머무르고 있다. 이용자들이 반복적으로 의존하게 되는 구조가 생기고, 장기적으로는 제도권 복귀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정책 금융의 목적은 단순한 자금 공급이 아니라 금융 재활이다. 즉, 제도권 시장으로의 복귀를 돕는 발판이 돼야 한다. 지금은 미봉책에 불과하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선 금융과 복지를 연계한 ‘맞춤형 지원’이 필요하다. 최소한의 생계비를 보장하면서도, 대출금이 생산적 활동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컨설팅과 고용 지원을 병행해야 한다.

-민간 금융회사의 역할 확대는 어떻게 이뤄져야 하나. 
정책 금융만으로는 수요를 감당할 수 없다. 민간 금융회사의 적극적인 참여가 필요하다. 저신용자 대출에 나서는 우수 업체에는 인센티브를 제공해야 한다. 법정 금리와 신용 심사의 한계를 탄력적으로 조정하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민간이 리스크를 감수하고 시장에 참여할 수 있도록 유인을 주는 것이 핵심이다. 

-디지털 기반 불법사금융에 대한 대응책은 무엇인가.
 AI 기반 탐지 시스템으로 온라인 불법광고를 24시간 모니터링하고 자동 차단해야 한다. 사람이 일일이 모니터링하는 방식으로는 폭증하는 광고를 따라갈 수 없다. 또한 대포폰·대포통장 같은 범죄 인프라를 추적할 전담 수사팀과 법적 권한 강화가 필요하다. 이와 함께 카카오톡·텔레그램 등 플랫폼 사업자에게 법적 책임을 부여해 적극 협조를 이끌어야 한다. 특히 해외에 서버를 둔 사업자들의 소극적 태도를 개선하기 위해 국내 영업 허가와 연계한 규제가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처벌 수위를 대폭 높여 디지털 불법사금융은 결코 돈이 되지 않는다는 인식을 확실히 심어야 한다. 범죄수익을 철저히 환수하고 양형 기준을 상향 조정해야 재범을 억제할 수 있다.

-합법 대부업계가 당면한 어려움과 해결 과제는?
합법 대부업은 수익성 악화, 사회적 낙인, 과도한 규제라는 삼중고를 겪고 있다. 금리 규제와 연체율 상승, 대손비용 증가로 영업을 지속하기 어렵다. 불법사금융과 혼동돼 범죄 이미지로 매도되는 경우도 많다. 언론이 자극적인 불법사금융 사례에만 집중하다 보니 대부업 전체가 부정적 이미지로 덮이고 있다. 광고 제한과 각종 규제가 누적되면서 합법 업체의 시장은 고사 위기에 몰렸다. 실제 이용자 수는 2년 새 28%나 줄었다. 이는 단순한 업계 위기가 아니라 금융 안전망 붕괴를 알리는 신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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