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JU 초점] 韓 애니, 가을 극장가 시험대에…'연의 편지' '달려라 하니'의 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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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롯데엔터테인먼트 NEW]
애니메이션은 더 이상 어린이들의 전유물이 아니다. 코로나19 이후 마니아 관객층을 사로잡으며 극장가의 확실한 '캐시카우'로 자리 잡았다. 지금까지는 TV 시리즈의 극장판 등 일본 애니메이션이 시장을 주도했지만, 지난해 한국 애니메이션 '퇴마록'의 흥행과 넷플릭스 '이 별에 필요한' 등 신작들의 연이은 출격으로 국산 애니메이션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최근 '연의 편지'와 '달려라 하니: 나쁜 계집애'가 극장 개봉을 알리며 한국 애니메이션 팬들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가운데, '귀멸의 칼날'과 '체인소맨: 레제편'으로 이어진 일본 애니의 흥행 독주에 맞서 대항마로 떠오를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오는 10월 1일 개봉하는 영화 '연의 편지'는 책상 서랍에서 발견한 의문의 편지를 따라가며 펼쳐지는 전학생 '소리'의 이야기를 담았다. 연재 당시 9.98이라는 높은 평점과 뜨거운 독자 호응을 얻으며 견고한 팬덤을 형성했던 인기 원작을 바탕으로 한 작품으로, 단행본 역시 출간 직후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연의 편지'는 이미 해외 무대에서 성과를 입증했다. 3대 애니메이션 영화제로 꼽히는 오타와국제애니메이션영화제(OIAF), 아카데미 공식 지정 국제 영화제이자 폴란드 최대 애니메이션 영화제인 애니메이터 국제애니메이션영화제 등 세계 유수 영화제에 초청되며 K-애니메이션의 가능성을 널리 알렸다. 탄탄한 원작과 완성도 높은 연출, 아름다운 작화와 음악은 관객과 평단으로부터 고른 호평을 이끌어냈다. 무엇보다 디지털 시대에 아날로그 편지가 지닌 따스한 정서를 통해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다정한 위로를 전한다는 점이 강점이다.

성우진과 OST 라인업도 화제다. 악뮤(AKMU) 이수현이 첫 목소리 연기에 도전해 주인공 '소리'를 연기하고,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의 김민주,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민승우, '흑백요리사: 요리 계급 전쟁'의 내레이션으로 잘 알려진 남도형이 함께해 믿음을 더한다. 제작진은 '소리' 역을 두고 다양한 인물을 검토했으나, 맑고 청아한 목소리와 풍부한 표현력을 지닌 이수현을 최종 낙점했다.

음악은 '파묘', '범죄도시2', '82년생 김지영', '극한직업', '명량' 등 흥행작들의 음악을 맡아온 김태성 음악감독이 총괄했다. 개봉 전 선공개된 OST 역시 화제를 모았다. 영화와 동명의 곡 '연의 편지'는 이수현이 직접 가창해 캐릭터와 음악, 감정의 울림을 하나로 완성했다. 투명하고 맑은 보컬은 극 중 '소리'가 노랫말을 통해 관객에게 인사를 건네는 듯한 서정성을 전달하며, 영화의 청량한 감성을 온전히 구현해낸다.

한국 애니메이션의 또 다른 기대작은 '나쁜계집애: 달려라 하니'다. 10월 7일 개봉하는 '나쁜계집애: 달려라 하니'는 전국을 제패한 육상 스타 '나애리'와 달리기 천재 '하니'가 고등학생이 되어 '스트릿 경기'에 출전하며 펼쳐지는 경쟁과 성장을 담았다. 명랑하고 당찬 하니, 숙적에서 동료로 변모하는 나애리, 여기에 새로운 다크호스 주나비까지 합류해 한층 다채로운 이야기를 선보인다. 특히 원작에서 '악역'으로만 소비됐던 나애리의 숨겨진 서사를 본격적으로 조명하며 40년 만에 새로운 터닝 포인트를 마련했다.

이번 극장판은 시나리오 2년, 총 제작 4년에 걸친 대규모 프로젝트로, 200여 명의 스태프가 참여해 완성도를 높였다. 서울 도심을 배경으로 한 '에스런(Street Run)' 장면에서는 홍대, 경리단길, 강남 교보타워 골목, 남산 등 실제 공간을 바탕으로 지형지물을 활용한 액션을 구현해 관객들에게 현장감을 전달한다.

성우진 역시 화려하다. '하니' 역에는 정혜원, '나애리' 역에는 강시현, 새로운 캐릭터 '주나비' 역에는 이새벽이 참여해 각자의 개성을 살렸다. '홍두깨'와 '이창수' 역에는 홍범기, 이상호가 캐스팅돼 극의 활력을 더한다. OST는 밴드 '노브레인'의 황현성이 총괄 프로듀서를 맡아 메인 테마곡 '소실점', 엔딩곡 '빛나는 땀방울', 리메이크 버전의 '달려라 하니' 등으로 작품의 감정선을 촘촘히 채웠다.

윤성은 영화 평론가는 "한국 애니메이션은 기술적 완성도나 작화 측면에서는 이미 해외 영화제에서 인정받고 있다. 다만 아직까지 대중적 신뢰를 쌓는 과정에 있고, 이번 두 작품은 바로 그 시험대에 오른 셈"이라며 "관객 수가 폭발적이지 않더라도 본 사람들의 평가가 긍정적이라면 다음 작품으로 이어질 수 있다. '달려라 하니'처럼 오랫동안 사랑받아온 IP가 영화화되는 건 앞으로도 중요한 시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두 작품에 대한 관객 평가는 한국 애니메이션이 '틈새'에 머물 것인지 아니면 본격적인 산업의 한 축으로 자리매김할지를 가늠하는 바로미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연의 편지'와 '달려라 하니'의 도전이 한국 애니메이션이 극장가에서 어떤 가능성을 이어갈 수 있을지 기대가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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