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박찬욱 "'기생충'과 비교? '어쩔수가없다', 계급간 전쟁 아닌 내부 경쟁"

영화 어쩔수가없다 박찬욱 감독 사진CJ ENM
영화 '어쩔수가없다' 박찬욱 감독 [사진=CJ ENM]

박찬욱 감독이 신작 ‘어쩔수가없다’로 돌아왔다. 19년 전 원작 소설을 처음 접한 순간부터 품어온 구상이 드디어 현실이 됐다. 영화는 개봉 첫날인 24일 33만1518명을 동원하며 박스오피스 1위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천만 영화 ‘파묘’(33만118명), 2023년 최다 관객작 ‘서울의 봄’(20만3813명)을 넘어서는 수치이자, ‘아가씨’와 ‘헤어질 결심’을 잇는 박찬욱 필모그래피 사상 최고의 오프닝 스코어다. 추석 연휴 흥행가도에 대한 기대감이 자연스레 쏠린다.

최근 본지와 만난 박 감독은 영화 제목에 얽힌 뒷얘기부터 꺼냈다. 

그는 “‘도끼’가 원작 제목이라 처음엔 ‘모가지’라고 붙이고 싶었다. 해고를 뜻하는 영어에서 온 단어라 한국적으로 풀어내면 더 직관적일 것 같았죠. 그런데 다들 기겁을 했다. 한때는 ‘가을에 할 일’이라는 제목도 고민했다. 가을이면 시를 쓰거나 낙엽을 태우는 풍경이 떠오르는데, 영화 속 만수(이병헌 분)는 재취업을 위해 범죄를 저지른다. 그 아이러니가 재밌다고 생각했지만 역시 반대가 많았다. 결국 ‘어쩔수가없다’로 귀결됐다”고 했다.

또 원작에서 끌린 지점은 의외로 가까이에 있었으며 “남 얘기 같지 않았다. 직장 생활을 길게 하진 않았지만 고용 불안은 늘 느꼈다. 이병헌, 손예진 같은 배우들도 젊은 시절에는 막연한 두려움이 있었다고 하더라. 저도 흥행이 두세 편 연달아 잘 안 되면 실업자로 돌아가겠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 그런 공포가 이야기를 지탱하는 힘이 됐다”고 전했다.

해외에서는 ‘기생충’과 비교하는 반응도 있었다. 그러나 박 감독은 “기생충이 계급 간 전쟁을 그린다면 ‘어쩔수가없다’는 중산층 내부의 경쟁이다. 같은 업종에 있는 사람들이 서로를 누구보다 잘 이해하면서도 죽고 죽이며 싸우는 구조라 더 처절하다. 빵을 얻기 위한 투쟁도 아니고, 속물적인 생활 전락을 다루고 있다. 불쌍하다기보다 어리석고 안타까운 이야기다. 블랙 코미디적 요소가 있지만 정서적으로는 더 서글픈 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의 말처럼 ‘어쩔수가없다’는 단순한 해고자의 서사를 넘어 중산층의 불안과 경쟁, 시대적 아이러니를 담아낸다. 박 감독은 “중산층 내부의 처절한 경쟁이라는 점에서 관객들에게 남의 얘기처럼 들리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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