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과 정부, 대통령실이 25일 금융위원회 해체, 금융감독원 분리 등을 골자로 하는 금융당국 조직개편안을 전격 철회하기로 하면서 금융당국 직원들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있다.
직원 절반가량이 세종시로 주거지를 옮길 처지에 몰렸던 금융위 직원들은 표정관리를 하면서도 개편 철회를 반기고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세종 이전 우려에 로스쿨을 물밑에서 준비하는 젊은 직원들도 있었다"며 "개편 신경쓰랴 금융위에 쏟아지는 과제 처리하느랴 정신이 없었는데 다시 기존 업무에 충실할 수 있는 분위기가 마련됐다"고 말했다.
다만 일부 인력·부서의 세종 이전을 두고 불거진 갈등은 직원들에 작지 않은 상처로 남았다. 금감원과 달리 금융위는 직원 차원에서 목소리를 내줄 구심점이 없었다. 내부에서는 금융감독위원회 전환 시 정원 규모와 부서별 인력 배치 방식, 추첨식 인사에 대한 우려가 큰 상황이었다. 관료조직 특성상 인사과를 통한 의견 수렴이 최선이었지만 개개인의 생계가 달려있던 터라 의견을 쉽게 낼 수 있는 분위기가 아니라 이를 답답해하는 직원들이 속출했다.
17년 만에 처음으로 장외 야간 집회에 나섰던 금감원은 사기가 더 진작된 분위기다. 금감원 직원들은 금융소비자보호처 분리·독립과 공공기관 지정에 항의하기 위해 1층 로비에 모아놨던 명패를 되찾아가기 시작했다. 아직 어수선하긴 하지만 점차 일상으로 돌아가는 모습이다. 다만 내부에서는 경거망동하지 말자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금감원 관계자는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은 금융소비자보호 기능을 강화하면서 추후 있을 후속 논의에 대응을 집중할 것"이라고 했다.
은행 등 금융권도 이번 결정을 환영하고 있다. 원안대로 금융감독체계가 개편될 경우 금융사 입장에서는 소관 부처만 4곳으로 늘어나 규제와 정책 등 부담이 가중될 수 있었다. 한 은행 관계자는 "새로운 절차가 생겨나고 중복검사도 있었을텐데 걱정이 줄어들었다"고 말했다.
다만 당국 개편안 발표 후 18일 만에 백지화가 된 것을 두고 직원들 사이에서는 허탈함도 교차되고 있다. 이재명 정부 국정과제에 담겨있지도 않은 개편안을 졸속으로 추진하며 시장에 큰 혼선을 빚었다는 이유에서다. 조직 개편 필요성에 대한 충분한 조사 없이 여당이 급속도로 밀어붙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금융권 관계자는 "개편안이 발표되자 직원들 사기가 저하되며 정책 추진 동력도 한때 잃었다"며 "시간과 에너지를 소모한 만큼 조직 개편의 재추진 여부 등 불확실성을 서둘러 해소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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