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전 판결⑤] 층간소음, 보복하지 않고도 이기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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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ChatGPT]
 
층간소음은 이제 한국 사회의 대표적 생활 분쟁이다. 환경부·한국환경공단에 따르면 전국 ‘층간소음 이웃사이센터’에 접수된 상담 건수는 2012년 8700여 건에서 2022년 4만 건을 넘어섰다. 코로나19 시기에는 4만8000건 이상으로 급증했다. 하루 평균 100건이 넘는 갈등이 신고되는 셈이다.

이에 대해 법원은 명확히 말하고 있다. 직접 보복 대응에 대해 엄벌하고 있으며, 증거를 모아 정당하게 소송하는 경우에만 손을 들어주는 것이 법원의 대답이다.
 
서울중앙지법은 2020년 8월 강남 아파트 층간소음 피해 사건에서 윗집 거주자가 아랫집 거주자 이모 씨 가족에게 위자료 500만 원을 지급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이씨 가족은 2017년 말 입주 후 위층에서 발생하는 발걸음·가구 끄는 소음에 시달렸다. 항의에도 불구하고 윗집 거주자는 소음을 부인하거나 대화를 거부했다. 이후에는 저주파 기계음을 반복적으로 발생시켜 보복성 소음까지 이어졌다. 이씨 가족은 수면장애, 위염 등 건강 악화를 겪었고, 수차례 경찰과 경비실에 민원을 제기했으나 해결되지 않았다.
 
결국 이씨는 증거 확보에 나섰다. 스마트폰 녹음과 함께 소음·진동 기술사에 의뢰해 전문 측정까지 실시한 결과, 소음은 90dB로 ‘공동주택 층간소음 기준(45dB)’의 두 배를 넘었다. 재판부는 “윗집은 아랫집의 주거 평온을 침해하지 않을 주의의무가 있다”며 보복성 소음으로 인한 정신적 손해를 인정, 위자료 500만 원 배상을 명령했다.
 
이 판결은 층간소음 사건에서 피해자의 증거 제출이 고액 위자료 승소로 이어진 사례로 의미가 크다.
 
반면 전국 각지의 법원에서 대부분의 층간소음 소송은 기각되는 것이 현실이다. “단 한 번 기준치를 넘었다는 사정만으로 불법행위라 할 수 없다”, “소음의 직접 원인 불분명”, “다른 이웃의 불만 없음”, “건물 노후화 등 구조적 문제 가능성” 등을 들어 모두 기각됐다. 즉, 입증 실패와 인과관계 불명확이 기각 사유의 핵심이다.
 
반대로, 정당한 증거 확보가 아닌 보복성 대응은 되레 패소로 이어진다. 단순히 기각되는 수준이 아니라 오히려 배상이나 형사처벌로 이어지기도 한다.
 
인천지법은 2020년 8월 아랫집 부부가 고의로 보복성 소음을 낸 사건에서, 피해 윗집 부부에게 2960만 원 배상을 명령했다.
 
윗집으로 인한 층간소음 피해를 주장하는 아랫집 부부는 장치를 설치해 고의로 윗집을 향해 진동과 소음을 냈고, 윗집 부부는 불안장애·우울증 진단을 받았다. 결국 윗집 부부는 이사를 떠나야 했고, 법원은 위자료 1000만 원과 더불어 새 집의 1년 1개월치 월세 1960만 원까지 배상액에 포함시켰다. 재판부는 “보복성 소음은 불법행위이며, 주거 안정까지 무너뜨린 만큼 배상 범위는 월세 비용까지 확장된다”고 판시했다.
 
층간소음 보복은 민사 배상뿐 아니라 형사처벌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 항의 과정에서 폭행이나 고성이 오가면 형법상 폭행죄·상해죄·협박죄·주거침입죄가 성립한다. 대구지법은 2019년 아랫집이 수십 차례 인터폰으로 괴롭히고 아이들에게 위협적 발언을 한 사건에서 400만 원 배상을 명령했다. 청주지법은 항의 과정의 몸싸움으로 쌍방 상해가 발생하자 치료비·위자료 187만 원을 배상토록 했다.
 
특히 대법원은 2023년 12월 늦은 밤 벽을 두드리고 음향기기를 반복적으로 켜 이웃에게 불안·공포심을 준 행위를 스토킹 범죄로 인정했다. 대법원은 “정당한 이유 없는 반복적 소음은 사회통념상 용인될 수 없고, 상대방에게 공포심을 일으키기에 충분하다”며 징역 8개월 집행유예, 사회봉사·재범예방강의 이수를 확정했다.
 
층간소음 분쟁은 매년 수만 건이 쏟아지는 사회문제다. 분쟁 기간 동안 소송비용도 발생하며, 이를 감수해도 승소하기란 쉽지 않다. 그 사이 이웃 간에 얼굴을 찌푸리며 내 집에서조차 편하게 쉬지 못하며 무너지는 일상은 덤이다.
 
전문가들은 “법적 분쟁으로 가기 전에 이웃 간 대화와 합의를 통한 원만한 해결이 최우선”이라고 강조한다. 결국 층간소음 갈등의 해법은 법정이 아니라 이웃 간 배려와 절제에 있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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