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초반엔 유튜브에 매달릴 수밖에 없었죠. 세계 각지의 너드(Nerd)들이 올린 조회수가 1000도 안 되는 영상들을 보면서 아이디어를 얻고, 그들에게 메일을 보내 파일을 공유받기도 했어요.”
홍익대학교 조소과 졸업 후 퍼포먼스와 설치미술을 중심으로 활동하던 작가 김휘아는 대학교 4학년 시절 예술-기술 융합에 처음으로 눈떴다. “기술융합 연구라는 수업을 통해서 드론이나 3D스캔 등 당시의 신기술을 체험했어요. 신기술로 작업하면서 오랜 기간 갈구해 온 생동감을 느꼈다고 할까요?”
그러나 예술-기술 융합은 쉬운 길이 아니었다. 대학교 수업만으로는 작품 활동에 필요한 기술을 획득할 수 없었다. 그는 ‘이것저것’ 되는 대로 다 시도했다. “알리에서 부품을 주문해서 유튜브 영상을 막무가내로 따라했어요. 머리보다 손이 먼저 가는 성격이어서 ‘일단 해보자’란 생각으로 부딪쳤죠. 운이 좋을 때는 주변에서 알음알음 사람을 소개받기도 했지만, 대체로 크몽(프리랜서 플랫폼) 등을 통해 기술자를 찾아 헤맸어요.”

기술 지식 '장벽'에 한숨...아트코리아랩서 숨통 트여
막혔던 숨통은 아트코리아랩의 ‘예술-기술 융합 슈퍼 테스트베드’(이하 슈퍼 테스트베드) 지원사업에 참여하며 트였다. 아트코리아랩은 문화체육관광부와 (재)예술경영지원센터가 2023년 개관한 예술-기술 융합 특화 플랫폼이다. 예술인과 예술기업을 대상으로 창·제작 실험부터 유통, 창업·성장까지 전 과정을 종합 지원한다. 특히 슈퍼 테스트베드 지원사업은 예술인 맞춤형 기술 교육부터 창제작 실험, 프로토타입 제작, 시연 및 유통에 이르기까지 예술인을 올인원으로 지원한다.김휘아 작가는 2023년에 슈퍼 테스트 베드 지원사업을 통해 팀보이드의 송준봉 테크멘토를 만나 공학적 미학을 예술과 결합하는 과정을 공유할 수 있었다. 2024년에는 후속 지원인 ‘완작 제작’ 지원을 받았고, 2025년에는 ‘글로벌 교류·유통 지원사업’을 통해 소나르+D에 참여할 수 있었다.
김 작가는 “아트코리아랩 덕분에 갈증이 해소됐다”고 말했다. “공학도에겐 정말 기초 중의 기초 지식인데, 저는 그런 정보를 얻기 위해서 유튜브부터 구글까지 다 찾아보고, 여기저기에 질문해야 했어요. 을지로에 레이저를 맡길 때 레이저를 어떻게 그리는지, 어떤 부품을 어디서 사야 하고, 또 어디에 쓰는지 등 정말 단순한 지식인데 말이에요. 당시엔 챗GPT도 상용화되지 않아서 매우 간단하고 유연한 기술을 얻는 데 문턱이 굉장히 높았죠. 그런데 아트코리아랩 신청으로 이 모든 게 해결됐어요.”
그는 “질문할 수 있는 멘토가 생겼다”며 “덕분에 기술, 작업, 텍스트 등 총괄적인 피드백을 받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넘쳐나는 상상을 작품으로 구현하려면 한계를 알아야 해요. 어떤 프로그램을 써야 하는지, 또 어떤 식으로 만들어야 하는지 등을 모르던 중 '이거 쓰면 된다' 혹은 '이렇게 하면 된다'는 등의 답을 얻은 덕분에 상상의 나래를 펼칠 수 있었죠."

예술-기술 융합 동료들과의 접점도
같은 분야에 관심이 있는 예술가들과의 접점이 생긴 것도 큰 수확이다. “아트코리아랩을 통해 사업에 참여한 동료 및 위아래 기수들과 서로서로 알게 됐다. 엇비슷한 고민을 지닌 동료들이 생긴 것”이라며 “다른 작가에게 궁금한 점을 물어볼 수 있는 연결점이 생긴 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라고 강조했다.김휘아 작가는 예술-기술 융합 분야에 관심 있는 예술가들에게 아트코리아랩은 ‘든든한 판’이라고 말했다. “‘우리가 있으니 하고 싶은 게 있으면 한번 잘 놀아봐’라는 느낌일까요. 예술가들에게 든든한 판을 깔아줬어요. 요즘도 아트코리아랩에 관심을 두고 행사를 찾아보고 있어요. 아트랩 클럽에도 참여해서 수업들도 듣고요. 때때로 갈증이 생길 때는 아트코리아랩의 다양한 수업에 참여해요. 기술이 사회현상에 끼치는 현상을 두고 토론하기도 하죠."
아트랩 클럽은 예술을 중심으로 기술, 산업, 인문 사회 등 다양한 장르 및 분야의 구성원이 모여 예술과 기술 융합에 대해 학습하고 교류하는 플랫폼이다. 클럽장이 제안한 주제를 바탕으로 워크숍, 독서, 대화 등 다양한 방식으로 진행되며 누구나 자유롭게 참여할 수 있다.
김 작가의 요즘 고민은 '예술을 왜 해야 하는가'다. “처음엔 기술에 대한 호기심에서 시작했어요. 그런데 질문을 던져야 할 순간이 오더군요. 내가 기술을 왜 사용하는지, 기술은 내 작업에서 어떤 의미를 갖는지 등요. 기술이 장식적 요소로 느껴지지 않도록 나만의 서사를 촘촘하게 만들고 싶어요. 휘발되는 재미가 아닌 의미가 있는 재미를 추구한다고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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